고금을 꿰뚫다
여기에 한 물건이 있다.
이름과 형상이 없으나 고금을 꿰뚫고 있으며
하나의 먼지 속에 있으나
동서남북과 상하를 모두 에워싸고 있다.
唯一物於此 絶命相貫古今 處一塵圓六合
유일물어차 절명상관고금 처일진원육합
- 금강경오가해, 함허
모양이 없다고는 하지만 모양을 그려 보일 수도 있다. 세존처럼 꽃을 들어 보일 수도 있고, 가섭 존자에게 자리를 반으로 나눠서 앉아 보일 수도 있고, 곽 밖으로 발을 내 보일 수도 있고, 달마 대사처럼 총령(?嶺)에서 신발 한 짝을 들고 인도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고, 그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바로 지금 기침을 해서 보일 수도 있다. 아니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지금 이 모습 이대로 보여 주고 있기도 하다.
이 물건은 역사를 따지자면 꽤나 오래된 물건이다. 국보가 아니라 세계의 보배고 인류의 보배다. 천지보다 먼저 있었다. 그리고 천지보다도 나중까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크기는 좀 큰가. 얼마나 큰지 눈에 보이는 우주뿐만 아니라 백만억 광년 밖에 있는 별세계를 다 감싸고도 남는다. 그리고 작기로 말하면 퀴크라는 것보다도 백만배나 더 작은 인허진(隣虛塵)보다도 더 작다. 인허진은 불교에서 말하는 물질의 최소단위를 말한다. 아무튼 이 한 물건은 한마디로 기기묘묘하고 불가사의해서 설명을 하면 오히려 사실과 멀어진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진흙소가 물위를 걸어간다]
출처 : 염화실
글쓴이 : 너럭바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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