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편의 명구

[스크랩] 눈앞에 있어도 보기 어렵다

수선님 2018. 6. 3. 12:47

눈앞에 있어도 보기 어렵다


큰 도는 항상 앞에 있지만

비록 눈앞에 있다 해도 보긴 어렵다.

도의 참된 본체를 깨달으려면

소리와 형상과 언어를 없애지 말라.


大道常在目前  雖在目前難覩  若慾悟道眞體  莫除聲色言語

 대도상재목전    수재목전난도    약욕오도진체   막제성색언어


- 대승찬, 보지공 화상

 

 

이 글은 대승찬(大乘讚)이라는 게송 중의 첫 수다.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 금릉(金陵)의 보지공(寶誌公, 418~514) 화상이 황제에게 지어 바친 글로 알려져 있다. 그는 당시 고구려에까지 이름이 알려질 정도로 명성이 높은 고승이다. 짧은 시구 속에 불교의 진수를 잘 표현하였다.


   큰 도란 무엇인가? 눈앞에 있는 두두물물과 화화초초가 모두 도다. 그래서 세존은 꽃을 들어 보였고, 구지하상은 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큰 도는 그렇게 간단하고 쉽다. 유교에서도 도는 잠시라도 사람과 떠나 있을 수 없다. “만약 잠깐 동안만이라도 떠나 있을 수 있다면 그것은 도라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런데 비록 눈앞에 있어도 보기 어렵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그래도 모르겠으면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이 모두 도라고 믿으면 된다. 일상사가 도다. 삶이 도다. 밥을 먹고 일을 하고 대화를 나누고 길을 가고 하는 그것 자체가 도다.


   만약 도의 참된 본체를 깨달으려면 소리와 형상과 언어를 없애지 말라고 하였다. 참으로 중요한 말이다. 귀에 들리는 일체 소리를 제외하고 따로 무슨 도가 있겠는가. 눈에 보이는 모든 현상들을 떠나서 무슨 도가 있겠는가. 소리가 있어서 듣고, 모습이 있어서 보는 일들이 삶이며 도다. 그리고 언어로써 그와 같은 사실을 설명한다.


   언어는 훌륭한 도구다. 부처님도 49년간이나 당신이 깨달으신 도를 설명하지 않았는가. 언어가 아니면 가능한 일이겠는가. 역대 조사들도 언어로써 도를 설명하였고, 그 말씀을 기록한 책들이 산처럼 쌓였다. 필자도 지금 도를 설명하느라고 이렇게 말을 대신한 문자를 쓰고 있다. 언어가 도다. 구두선(口頭禪)이라는 말이 그냥 말만의 선은 아니다. 구두선에도 선심(禪心)이 있고, 선의(禪意), 선경, 선미, 선향이 있다. 그래서 도의 참된 본채를 깨달으려면 언어를 버리지 말라 하였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진흙소가 물위를 걸어간다]

 

출처 : 염화실
글쓴이 : 너럭바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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