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보리행론 해설 6.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
인간을 예로 들면 인간이라는 종은 몸을 받은 이후에 생긴 것이지만 미세원자는 인간 이전부터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인간의 미세한 의식의 흐름은 이 몸을 받은 이후에 생긴 것입니다. 몸을 바탕으로 생긴 의식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종의 흐름이라는 것도 이 미세의식이 시작함으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감지하는 의식의 흐름이 생겨나는 흐름도 있겠지만 그 원자의 흐름으로 보면 이 지구나 우주가 처음 시작될 때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의식의 흐름은 이 몸을 받음으로써 생겨났지만 미세의식은 예전부터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로써 의식의 흐름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몸을 새로 받는 순간이 있고, 끝나는 순간도 있습니다만 의식의 흐름에는 그 시작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의식의 흐름에 끝이 있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나’라는 것은 오온을 토대로 붙여진 것이지만, 핵심은 시작 없이 전해져 온 의식의 흐름을 바탕으로 전해진다는 것입니다. 오온을 토대로 삼는 의식의 흐름이 시작과 끝이 없이 전해져 온 의식의 흐름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나’라는 것 또한 시작과 끝이 없는 것입니다.
전생과 내생 또한 이를 통해 설명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고통을 바라지 않고 행복만을 바라는 ‘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느낍니다. 인도에서는 약3000여 년 전부터 이런 ‘나’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고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라는 마음이 일어날 때, ‘나’를 중심으로 생각합니다. 실제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고 또 그렇게 합니다. 우리는 ‘나의 몸’ ‘나의 마음’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나의 몸’ ‘나의 마음’을 다스리는 그 자체가 곧 ‘나’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러나 몸의 각 부분을 다스리는 ‘나’라는 것이 몸과 마음에 의지하지 않는다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만 몸은 필요합니다.
우리는 어머니 뱃속에 있다 갓난아이로 태어나 성장하여 젊은이가 되고, 차차 늙어 노인이 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내가 언제 태어났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그와 같이 말을 합니다. 우리가 언제 태어났다고 말할 때, ‘태어난 때’란 사람의 몸을 받아 이생에 태어난 그 순간을 기준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의 몸은 태어나는 그 순간에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나’를 인식하는 것은 태어난 그 순간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갓난아이가 자라 어린 아이가 되고, 어린이가 자라 젊은이가 됩니다. 이처럼 성장하면서 우리 몸은 변하고 달라지지만 ‘나’라는 것은 언제나 같고, 변하지 않는다고 여깁니다.
한편, 인과법을 믿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자신의 전생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은 전생에 지금과는 다른 몸을 갖고 있었으며, 현생에서 죽을 때는 지금의 이 몸을 버리고 내생에 다른 몸을 받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의 오온’과 다른 ‘나’라는 것이 있다고 여깁니다. 이렇게 ‘나’라는 것이 ‘나의 오온’과 다른, 별개로 달리 존재한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온’과 다른 ‘나’가 있어야 하며, 그런 ‘나’는 변하지 않으며, 어느 것에도 묶여있지 않는 항상하고 단일하며, 독립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상도 있습니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다릅니다. 불교 이외의 사상가(외도外道)의 주장대로 오온에 의지하지 않는 항상하는 ‘나’라는 존재가 있다면, 젊었을 때의 ‘나’나 늙었을 때 ‘나’를 ‘나’라고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변하는 외형의 몸은 변하지 않는 ‘나’와는 상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예를 들면 몸이 아픈 뒤 나았다고 합시다. 완쾌한 후, ‘병이 나서 내가 아팠지만 이제 나는 다 나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픈 ‘나’와 나은 ‘나’가 외도들이 말하는 영원한 ‘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나’라는 것이 비록 육신을 이끄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런 ‘나’ 역시 결국 오온에 의지해서 존재하는 것이기에 몸에 의지하지 않는 ‘나’는 있을 수 없습니다.
이 법문은 달라이라마께서 직접 강의하신 내용을 정리한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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