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결(修心訣) (5)
망상 사라지면 광명의 작용 생기니
깨달음에 의지해 닦고 차츰 익혀야
그러므로 이 돈오와 점수의 두 문은
모든 성인이 밟아온 길이다.
과거의 모든 성인도
먼저 깨닫고 뒤에 닦아나갔고,
그 닦음에 의해 증득하지 않음이 없었다.
그대가 말한 신통변화는
깨달음에 의지해서 닦고
차츰 익혀야 나타나는 것이지
깨달은 즉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경에 이르기를
“이치로는 돈오(頓悟:)하여
깨달음과 동시에 모든 번뇌가 사라지지만
사실에 있어서는
일시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차례차례로 없어진다”하였다.
그러므로 규봉 스님도,
먼저 깨닫고 뒤에 닦아나가는 뜻을
분명히 밝혀 말씀하시기를
“얼어 있는 연못이
순전히 물인줄 알지마는
햇빛을 받아야 녹고,
범부가
곧 부처인줄을 알지마는
법의 힘을 빌려서
익히고 닦아야 한다.
얼음이 녹아
물이 흘러야
바야흐로 그 물에 씻는 보람이 나타나고,
망상이 사라지면
마음이 신령하게 통하여
신통과 광명의 작용이 나타난다”하였다.
그러므로 사실상 신통변화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차츰 익히고 닦아야
나타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사실상의 신통이란
깨달은 사람의 경지에서는
오히려 요사하고 괴이한 일이고
또한 성인에게도 말단의 일이라서
혹 그것이 나타나더라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 어리석은 무리들은
망령되이 말하기를
“한 생각 깨달으면
즉시 한량 없는 묘한 작용과 신통변화를 나타낸다”하고 있다.
만약 이런 견해를 가진다면
이른바 선후를 알지 못하고
본말을 분간하지 못한다는 것이요,
이미 선후와 본말을 알지 못하고
불도를 구하려 한다면
마치 모난 나무를 가지고
둥근 구멍에 끼는 것과 같으니
어찌 큰 잘못이 아니겠는가.
이미 방편을 모르기 때문에
절벽을 바라보는 듯한 생각을 내어
스스로 포기하여
부처의 종성(種性)을 끊는 이가 적지 않다.
이미 스스로가 밝지 못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깨달음까지도 믿지 않고,
신통이 없는 이를 보고는 곧 업신여긴다.
이것은 성현을 속이는 일이니 참으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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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오(頓悟:단번에 뛰어서
깨달음에 이르는 것)
수심결(修心訣)
보조국사(普照國師) 지눌(知訥: 1158~1210)의 저서
출처: Buddhapia, 김원각<시인·역경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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