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의 미래는 ··· 마성 지음
한국불교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 문제는 요즘 불교인들 사이에 가장 많이 거론되는 화제 중의 하나이다. 어제 한국에 머물고 있는 스리랑카 인들의 모임에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어떤 스리랑카 사람이 나에게 "한국불교는 지금 발전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퇴보하고 있습니까?" 라고 물었다. 내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다른 스리랑카 인이 "한국불교는 지금 퇴보하고 있다" 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옆에 있던 다른 사람이 "한국불교는 지금 발전하고 있다" 라고 반박했다. 이런 화제는 흔히 있는 일이지만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토론에 참가한 사람들의 성향(性向)과 가치의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대개의 경우 좌중(座中)에 낙관론자가 많으면 미래의 전망은 밝다는 쪽으로 기울고, 비관론자가 많으면 한국불교의 미래는 절망적인 쪽으로 흐른다. 그런데 현재의 한국불교를 진단함에 있어서 무엇을 기준으로 삼느냐가 문제가 된다. 예를 들면 타종교와 불교의 신도 수의 증가와 감소에 기준을 둘 것이냐, 아니면 불교의 대 사회적인 활동의 많고 적음 혹은 승려의 교육과 의식 수준 등 어느 것에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 그 대답은 달라진다. 또한 우리는 무엇이 진정한 의미의 불교 발전인가도 함께 생각해 보아야만 한다. 사찰의 수가 증가하고, 많은 신도가 절에 다닌다고 해서 불교는 발전하는 것인가? 승려와 불교도들이 붓다의 가르침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면서도 그것이 진 불설(眞佛說)인지 잘못 알고 있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한국불교 뿐만 아니라 다른 불교국도 마찬가지이다. 니체(F. Nietzsche)는 진정한 크리스천은 오직 예수 한 분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참다운 불교도는 석가모니 한 분뿐일지도 모른다. 이 시대 부처님의 가르침을 올바로 이해하고, 붓다와 같은 참 불교도가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 그러므로 우리는 외형적인 사찰의 규모와 신도 수의 많고 적음으로 불교의 발전과 퇴보를 속단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면서 필자 자신도 때로는 지금의 한국불교를 개탄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그래도 가능성과 희망이 있다고 자위하기도 한다. 이러한 평가는 물론 어떤 통계 자료에 의한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필자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보고들은 일부분에 대한 지적일 것이다. 그런데 모든 현상이 다 그러하듯 동시 통합적으로 보면, 오늘의 한국불교 또한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불교 교단도 연기법(緣起法)을 초월할 수 없기에, 시간과 공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천해 갈 것이다.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어떤 형태로 변해 갈지는 미지수다. 그 까닭은 오늘의 불교도들이 짓는 공업(共業)에 의해서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한편 지금까지의 불교 역사는 상좌부(Theravada)와 대중부(Mahasanghika)의 분열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도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생각을 가진 집단과 보수적인 성향을 띤 집단이 생기게 마련이다. 보수적인 쪽에서는 재래의 전통을 고수하려고 하고, 진보적인 쪽에서는 하루 빨리 낡고 고루한 사고를 깨뜨려 새로운 것을 창출하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회와 교단도 변하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의 한국 불교도 가운데에서 붓다의 가르침을 올바로 이해하고, 또 그 가르침을 올바로 전하고자 주어진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진정한 의미의 참다운 불자가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이 땅에 불교는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불교의 미래는 낙관할 일도 비관할 일도 아니다.
[佛大新聞], 1991. 6. 15.
마성스님 - 팔리문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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