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율장(律藏)>을 처음 접한 것은 1951년 1.4 후퇴때 부산으로 피난하여 출가한 부산 선암사에서 석암혜수 율사를 만나 지도를 받으면서였다. 그 때 내 나이 갓 스물이었고, 석암율사는 40세가 약간 넘으신 때였다. 그러는 동안 항상 나란히 걸어서 길을 오가면서 선법문을 주고 받거나 선방에 내려오는 갖가지 일화를 들려주시고, 특히 <율장>에 관한 가르침을 일년여에 걸쳐서 길위에서 배울수가 있었으니 그 은혜가 참으로 백골난망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서 뒤에 해인사에서 자운성우 율사에게서 구족계를 받은 뒤에 중국 상해의 빈가정사에서 출판된 대장경본의 <율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착실하게 보게 되었다. 인환/동국대 명예교수
선방에서 참선정진하며 약 1년동안 원주의 소임을 맡았다. 그때에 감사 즉 총무의 책임을 맡고 계셨던 석암율사와 함께 3일에 한 번 정도 둘이서 커다란 걸망을 짊어지고 약 십리길을 걸어서 산을 내려가 서면의 부전시장을 찾았다. 거기서 갖가지 생활에 필요한 물건과 40명 대중이 공양할 찬거리를 사서 가득찬 무거운 걸망을 등에 지고 여름 겨울 할 것없이 땀을 흘려가면서 산사를 향해 오르내리곤 하였다.
일본 동경대 대학원에 유학했을 때는 세계적인 불교계율연구의 대가 히라까와 아끼라교수에게서 율장을 비롯한 계율강의를 4년간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도 <신라불교계율사상연구>를 제출해 학위를 받았고 일본에서 단행본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전에는 일어로 출판되었던 박사학위논문과 그 동안에 쓴 논문들 가운데 계율에 관한 것을 모아서 <한국불교계율연구>(1)도 출판했다. 40여년전 석암율사에게 길위에서 구술로 배운데서 부터 시작된 나와 <율장>과의 인연은 이처럼 오늘까지 끈끈하게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불교교단이 구성되어 출가수행대중이 많아져서 여러 가지 수행생활에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에따라 불교교단의 질서를 유지하고 출가대중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문제가 생길때마다 부처님이 거기에 대한 적절한 규제를 만들어 이것을 범하면 벌칙을 적용하여 수행생활의 규범으로 삼게한 계율을 결집한 것이 <율장>이다. 오랜세월 전해오는 동안 계통에 따라 5부 율장으로 나누어진다. 우리 불교에서는 <사분율(四分律)>을 의지한다.
우리나라에 <율장>이 전해온 시기는 분명치 않으나 아마도 <율장>은 4세기 중반에 고구려에 불교가 처음 전해진 그 무렵쯤에 전해졌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백제 성왕 4년에 해로를 따라 인도에 가서 오부율문을 가지고 백제로 돌아온 겸익에 의해서 전래되었다고 하겠다.
일반적으로 흔히 <율장>이라면 옛적 인도의 기후 풍토 습속에서 초기불교당시 수행생활의 규범이 되었던 것으로 생활을 속박하는 무거운 존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늘날의 모든 상황에 걸맞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오히려 우리 시대와 사회, 그리고 승가의 갖가지 사상적 혼란, 정신적 혼미, 생활상의 부패 등의 문제를 바로 잡아가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율장>의 정신을 재평가하여 어둡고 잘못된 우리 중생의 삶을 밝게 비추어 주는 거울로 삼아야 한다.
소승불교는 출가자 중심이므로 그 <율장>도 출가자를 위한 것이 주가 되고 있으나, 대승불교의 <율장>은 출가, 재가를 막론하고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과 자리이타(自利利他)를 실천하는 보살들을 위한 계율을 말하고 있다. 따라서 그 적용범위도 넓고 또한 사회성도 증강되어 있으며, 적극적인 실천의지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모든 부처님 말씀이 그러하지만 이 <율장>은 특히 우리 중생들이 진리의 여여한 세계로 나아가기위해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가를 상세하게 보여준다. 출가수행자들 뿐만 아니라 불교에 귀의한 우바새, 우바이들이라면 이 <율장>을 꼭 접해보기를 권한다.
우리들이 <율장>의 가르침대로 탐하지 않고, 성내지 않고, 삿된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중도의 지혜로써 살아간다면 이 세상의 악업은 모두 사라질 것이다.
<율장>은 한글대장경에 우리말 번역이 되어있다. 율장연구서로 볼만한 것은 <율장연구>(박영길 역)와 <율장>(법혜 역), <남북전율장비교연구>(이지관 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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