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스크랩] 13. 地藏經(지장경)

수선님 2018. 11. 11. 11:49


천성적으로 부지런하지 못하고 더구나 근기까지 낮아서 많은 경전을 읽지도 못했고 또 경을 읽는다 해도 쉽사리 이해하지 못하니 딱한 노릇이다.
 
그러나 마음만은 늘 부처님을 생각(念佛)하고 설하신 가르침을 배우고 익히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독송한 몇몇 경전중에 <지장보살본원경>이 특히 내 마음에 와 닿는다. 다른 보살님들처럼 보관(寶冠)도 쓰지 않고 맨머리에 석장을 들고 계신 소박한 모습의 지장보살님은 저 먼데 계신 분이 아니라 “네 이놈, 네 소행이 어찌 그러냐? 이제라도 마음을 바로 하고 착하게 살렸다!” 하고, 금지옥엽 귀여운 자식이지만 엄하게 타이르는 아버지처럼 친근하게 여겨진다. 이렇게 엄하게 훈계하시지만 미혹하고 어리석은 중생들은 참으로 어이없는 죄를 저지르고, 울며불며 지옥에 끌려가 말 못할 고통을 받는다. 그러면 어쩌다가 못된 짓을 하고 감옥살이를 하는 자식이 안쓰러워서 자식 옥바라지를 하는 애틋한 모정(母情)처럼 무간지옥까지 찾아다니며 고통받고 있는 중생을 구원해 주신다. 얼마나 인간적인가. 그래서 더욱 중생들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것일까.

 

그러나 지장보살님이 지옥에 있는 죄인들을 아무나 다 구원해 주시는 것은 아니다. 한가지 조건이 있다. “나무 지장보살 마하살” 하고 진심으로 뉘우치며 지극하게 구원을 바라는 죄인만 구원을 해 주신다. 무간지옥에서 고통에 못이겨 외마디 소리를 지르는(아비규환) 장본인이 못하면 인연있는 피붙이라도 대신 지장보살님의 구원을 청해야 한다. 목련존자가, 살아 생전에 못된 짓만 하다가 마침내 지옥에 떨어진 어머니를 대신하여 참회를 하고 당시의 선지식들에게 정성껏 대중공양을 올리고 어머니를 구원했듯이. 또 <지장경>에 나오는 광목녀(廣目女)가 각화정자재왕여래께 지극하게 기도한 끝에, 죄를 짓고 지옥에 떨어진 어머니를 구원했듯이.
 
물질만이 지상의 보배인 양 착각하고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탐욕을 부리느라 숱한 죄를 짓고 사는 현세 말법시대의 우리들이야말로 무간지옥행은 따놓은 당상이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멍청하게 앉아서 무간지옥을 갈 수는 없다. 할 수 있는 한, 아니 전력을 다해서 참회하고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고 원(願)을 세워 알게 모르게 지은 크고 작은 죄를 조금이라도 덜어내야 한다. 그럴려면 <지장경>을 독송하는 것이 제격이다.
 
<지장경>에, 지장보살을 한순간만이라도 보고 듣고 예배하면 산 사람이나 죽은 사람이나 모두 좋은 과보를 누리게 되며 혹시 악도(惡道)에 떨어졌더라도 지극한 마음으로 지장보살께 귀의하면 수명이 늘고 죄가 사라지며, 삼칠일 동안 “지장보살, 지장보살, …” 하고 외면 지옥까지라도 찾아가시어 꺼내주신다고 했다. 그리고 지장보살님을 믿겠다고 다짐한 처음 마음을 끝끝내 지켜가면 마침내는 금빛 손으로 머리를 어루만지시며 “너는 장차 부처를 이루리라”고 수기를 내리신다고 했다. 참으로 고맙고도 고맙지 않은가. 온갖 초목이 뿌리를 내리고 무성하게 자랄 수 있게 해주는 대지(大地)처럼 후덕하고 고마운 보살이라 해서 지장보살 이라 일컫는다고 한다. 지장보살은 현세에서도 이익되게 해주실 뿐 아니라 저 세상(冥府)까지도 구제해 주시는 보살님이시다. 지장보살님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하신 후 미륵부처님이 이 세상에 나오실 때까지 모든 육도 중생들을 구원하고 고통에서 건져낼 것을 부처님께 위촉받고 또 스스로도 고통에 빠진 모든 중생들을 다 구원하고 모두가 성불한 연후에 스스로 성불하겠다는 큰 서원을 세운 것이다.
 
이 경은 비교적 길고 번다해서 독송해도 그 요점을 명확하게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화엄경 약찬게처럼 간결하게 요약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요점을 간추려 운(韻)을 붙여 독송하기 좋게 엮어보았다. ‘불밭에 피는 꽃’이라고 이름을 붙여 도서출판 화은각에서 펴 냈다. 고맙게도 김회경씨가 곡을 붙여 지난해 공연을 해 큰 호응을 받았고 CD로도 나와 있다. 어느 스님께서는 목탁에 맞춰 독송을 해 보았더니 신심이 나더라고 격려를 해주신 일도 있다.
 
요사이처럼 온갖 고통과 재앙, 악행이 난무하는 말세에 <지장경>으로 공덕을 짓고 크고 작은 죄업을 소멸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지장경>독송이 간절하게 필요한 시대이다.

 

반영규/‘자비의 소리’ 대표


출처 : 淨土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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