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다 왕문경(王問經)>은 팔리어로는 <밀린다 팡하(Milinda pangha)> 한역은 <나선비구경(那先比丘經)>이다. 이러한 양도론은 그리스 지식인들의 변론술과 흡사함을 발견하게 된다. <밀린다 왕문경>은 서장과 전 3편으로 이뤄져 있다. 서장은 두 사람의 만남이 전생부터의 인연이었음을 이야기 하고, 당시의 문화와 만남의 동기 등이 서술되어 있다. 제1편은 대론으로 밀린다왕의 불교에 대한 의문사항들은 모아놓고 있다. 의문사항들이 무척 다양하다. 부처님과 그의 깨달음, 수행과 도의 증득, 열반, 계율, 영혼, 윤회, 교단, 신도와의 관계, 종교인의 사회적 위치 등 종교 철학 문화 정치등 다양한 문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홍선/승가대 불교사학연구소장
이 경은 그리스 왕인 밀린다가 당시의 고승인 나가세나장로에게 불교의 사상, 교리, 수행, 교단조직 등에 대한 질문을 하고 나가세나장로가 답변한 내용을 편집한 것이다.
내가 이 경을 처음 만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34년전인 지난 63년 겨울이다. 왜관 포교당에 계시는 한 스님이 이를 번역하여 출판기념으로 한권씩 나눠 준 것이 인연이 됐다.
그때는 철이 없어도 한참 없을 때여서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리고 번역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도 모르고 그냥 스쳐 지나버렸다.
그러다가 일본유학시절 여름학교의 남방불교세미나에 참석했다가 동서문화교류사 특강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특강의 제일 자료가 바로 이 <밀린다 왕문경>이었다. 동서문화의 교류사도 대단히 흥미로웠고, 또 그때 마침 팔리어를 공부하고 있어서 한해 여름 팔리어 원전, 한역, 영역, 일역을 놓고 참고하면서 읽은 것이 두고 두고 불교학연구나 중국불교사 연구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
이 경을 통해 인류의 문화사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유기적 관계의 변천이라는 것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리스적 사유방법과 불교적 사유방법의 차이도 이해하게 되었으며, 특히 초기 불교의 사상과 실천의 내용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이 경은 동서 사회의 가치관이나 종교관을 비교연구하는데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그리스인들이 인도(서북부)에 정착하게 된 것은 알렉산더의 동쪽 정벌에서 비롯한다. 굽타왕조시대에는 인도왕조의 지배를 받기도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문화와 전통을 보존시켜 간다라미술과 같은 특이한 문화를 낳기도 했다.
나가세나장로는 그의 전기가 불분명하다. 교단을 대표해서 왕과 대론을 할 정도이니 당시의 불교계를 대표할 만한 스님이셨겠지만 <밀린다 왕문경>의 기록 이외에는 그에 대한 기록이 없다. 서북인도가 설일체유부가 성하던 곳이었음을 미루어 설일체유부계통의 스님이 아닌가 짐작해 볼 수 있다. 그의 답변 내용에 보면 유부의 사상과 약간 다른 대승적 견해가 조금 나타난다. 이 역시 그 개인의 생각인지 당시의 불교계의 보편적인 시각인지도 분명치 않다.
밀린다왕은 그리스인에 의해서 쓰여진 전기가 있으며 인도문헌에도 나타나는 명성과 덕망이 있는 왕이었던 듯 하다. 그는 지성과 교양을 갖춘 인물이기도 하였다. 그의 질문내용을 보면 불교에 대한 지식이나 당시의 일반종교, 문학, 철학 등에 대한 지식수준이 상당히 높았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는 특히 양도론(兩道論)에 능했다고 한다. 양도론이란 일종의 모순이론에 가까운 것이다. 서로 상충되는 사건을 들어 그 진위를 추궁하는 논법이다. 예를들면 ‘부처님은 모든 죄업을 멸하시고 깨달은 자가 되셨다. 한편 제바달다의 흉계로 발에 상처를 입기도 하고 배탈이 나시기도 하였다. 이는 죄업의 과보가 아니냐. 앞의 말과 다르지 않느냐’등의 토론방법이다.
제2편은 밀린다왕의 날카로운 질문들에 대해 나가세나장로가 간명하게 답하고 있다. 나가세나장로의 존재론적인 실증의 중도세계의 특성이 극명이 드러나고 있다. 제3편은 기타사항들의 대론들을 담고 있다.
이 경을 읽어가다 보면 질문 하나하나가 아주 오랜 옛날의 것이라는 느낌을 조금도 받지 않는다. 오히려 오늘날 바로 우리들이 불교에 대한 의문점을 그리스 왕을 통해 던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21. 大品般若經(대품반야경) (0) | 2018.11.25 |
---|---|
[스크랩] 20. 勝鬘經(승만경) (0) | 2018.11.18 |
[스크랩] 18. 盂蘭盆經(우란분경) (0) | 2018.11.18 |
[스크랩] 17. 雜阿含經(잡아함경) (0) | 2018.11.18 |
[스크랩] 16. 般舟三昧經(반주삼매경) (0) | 2018.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