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이장경>은 다른 경전과 달리 불교의 요지를 42장으로 나누어 알기쉽게 비유를 들어가면서 설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인들이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경전이다.
각각의 경전이 생기게 된 이유가 그 당시의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것이었으므로 현대에서 경전을 해석하는 자세도 현대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쪽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이 <사십이장경>에 담겨 있는 많은 비유와 가르침들 또한 바로 오늘날 우리의 삶에서 그대로 적용되는 것들이어서 과연 참 진리는 광대무변하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학자들은 현대의 특징으로써 세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기술의 시대이고, 둘째 대중의 시대이며, 셋째 신화의 시대이다. 기술의 시대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간이 많은 편리함도 누리지만, 그 결과 인간이 기계에 종속당하는 비극도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리고 기술의 발달로 인해 공업화, 도시화가 이루어져 대중이 출현하고, 이 대중들을 움직이는 논리가 바로 신화이다. 신화란 원래 신들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었는데, 이것이 그 의미가 확장되어 명확한 근거없이 대중을 움직이는 신념체계를 뜻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유명 연예인에 대해 그 연예인을 모방하려는 것도 일종의 신화라 할 수 있다.
<사십이장경>에는 이러한 현대의 특징이자 문제에 대해 처방책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가르침들이 많다. 이 경에서는 욕심에 뒤덮인 범부의 생각을 믿지말라고 경고한다. 이것은 기술의 시대에 대한 처방책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이 자신의 지식을 믿고 이 지식에 근거해서 기술을 발전시켰지만 그 결과 인간이 행복하기보다는 과거보다 더 소외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의 욕심에서 나온 지식은 믿을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기술의 발전을 통해 자연을 착취하였고, 인간관계를 더욱 소원하게 만들었다. 이 경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대의 생각을 믿어서는 안된다. 그대의 생각은 믿을 수 없는 것이다. 여색을 만나는 것을 삼가라. 여색과 만나면 재앙이 생긴다. 아라한이 되고 나서야 그대 자신의 생각을 믿어도 좋다”
그리고 대중의 시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 살게되고, 그러다보면 사람간의 처신이 문제가 된다. 사람이 많다보면 좋은 사람만 있을 수는 없다. 나쁜 사람과도 관계를 맺게 된다. 이러한 악한 사람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이 경에서는 “지금 누가 나에게 욕을 한다해도 내가 그 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사람이 간직하고 있던 재앙은 저절로 그 사람에게 돌아간다. 비유하면 메아리 소리에 응하고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는 것과 같다. 따라서 끝내 허물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악을 짓지 말라”고 말하고 있고, 여기서 우리는 현대와 같은 대중의 시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좋은 본본기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앞에서 말한 신화는 실제로는 그런 점이 없는데 없는 것을 있다고 잘못 판단하게 하는 신념체계이다.
현대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재물 즉 돈일 것이다. 특히 오늘의 한국사회는 금전만능주의로 치닫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고, 거기서 얼마나 만족을 느끼고 있는지는 더 이상 논의의 대상조차 안되는 경향이다. 이러한 잘못된 흐름에 대해 이 경에서는 재물에 대한 미련을 버릴 것을 힘주어 말하고 있다. 즉 사람이 재물을 탐하는 것이 마치 칼날위에 있는 꿀을 탐내는 어린아이와 같아서 혀를 베일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생각해 보라. 칼날위에 있는 꿀은 먹기 곤란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재물이라고 이 경에서는 밝히고 있다. 이처럼 <사십이장경>은 과거에 결집된 경전이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교훈이 되는 많은 가르침들을 내포하고 있다.
이 경의 각 장은 <아함경>에서 인용한 것이 많은데 단욕멸애(斷欲滅愛)의 정신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흐르고 있다. 인간의 삶은 본래 고(苦)인데 그 고의 원인과 고를 없애는 대처법에 대해 알기쉬운 비유를 들어 설한 것이 이 경의 특징이다. 또한 이 경은 초기경전의 성격이 강하고, 무상, 무아의 문제를 다루면서도 대승적인 보시공덕과 보살정신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어 스피드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짧은 시간에 불교의 핵심을 간파하며 읽을 수 있다.
이병욱/고려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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