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문학과 종교’ 강의시간에 한 학생으로부터 “진여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 경전대로 실천한다면 세계 인류의 정신적 등불이 되어 무명의 세계를 광명의 세계로 만들 것이다. 김주곤/경산대 교수·국문학
나는 “자네는 진심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그 학생은 그가 지니고 있는 불교지식을 동원해 대답했다.
대답을 들으면서 그 학생은 유일무이의 일법계를 보지 못하는 까닭에 사견의 마음을 일으켜 더(增)와 덜(減)의 견해에 빠져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 학생의 그릇된 견해를 바로잡아줄 수 있는 명쾌하고 속시원한 견해를 제시해주지 못했다. 여러날을 ‘어떻게 하면 번뇌에 얽혀있는 것을 풀어줄 수 있을까’ 고민끝에 경전을 살피기 시작했다. 혹시 학생에게 해줄만한 가르침을 찾을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대정신수대장경 16권에 수록돼 있는 <불설부증불감경>을 만나게 되었다. 읽고 또 읽을수록 심오한 뜻에 매혹되어 자비는 관음이요, 남과 나를 따짐은 수미산이요, 삿된 마음은 바다물(苦海)이며, 번뇌는 물결이요, 탐심과 성내는 마음은 지옥임을 알게 해 주었다.
<부증불감경(不增不減經)>은 산스크리트본이나 티벳역본은 존재하지 않으나 <구경일승보성론>의 산스크리트본에 일부가 인용돼 있으며 한역만이 존재한다. 내용을 살펴보면 여래와 중생계는 일계(一界)여서 증감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리석은 범부는 여래와 중생계가 일법계임을 알지 못하고, 일법계를 보지 못하는 까닭에 사견을 일으켜 증감의 견해를 가진다는 것이다.
증견(增見)이란 열반이 비로소 생긴다는 견해다. 열반이 본래는 없었다가 지금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무 인연도 없이 홀연히 있다는 것으로 이것은 연기법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감견(減見)에는 단견(斷見) 멸견(滅見) 무열반(無涅槃)의 세 가지 견해가 있다.
단견은 궁극적으로 모든 것은 다 없어진다는 견해이며, 멸견은 열반을 가리키고, 무열반은 열반이 없다는 견해 즉 열반을 공적한 것으로 보는 견해로 소극적인 열반관이다.
이상과 같이 여래계와 중생계가 같은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것이 서로 다르다는 사견을 품게 되는데 <부증불감경>은 그 이유를 불료의경(不了義經)에 의지하고, 공의 견해를 멀리하며, 초발심을 알지 못하고, 무량한 법을 알지 못하며, 여래의 무량한 힘과 경계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등의 13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이 13가지의 이유는 초발심에서부터 대열반에 이르는 순서를 나열한 것으로 중생들이 여래의 특질을 알지 못하여 이러한 사견을 범하게 된다는 것이다.
<부증불감경>에서 말하는 중생계는 일체 중생을 의미함과 함께 그 일체 중생에 있어서의 공통의 본질인 본성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된다. 중생계는 여래장이며, 여래장은 법신이다. 이 법신이 항하의 모래와 같이 많은 무변한 번뇌에 얽혀서 비롯함이 없는 세상으로부터 지금의 세간에 순수(順守)하여 파도에 표류하면서 나고 죽음에 왕래함을 이름하여 중생이라 한다. 이와같이 중생은 법신이 번뇌에 얽혀있으나 법신은 나지 아니하고 멸하지 아니하는 법으로서 과거제도 아니며 미래제도 아니다. 과거제가 아니라 함은 낳은 때를 떠난 까닭이며, 미래제가 아니라 함은 멸하는 때를 떠난 까닭이다. 법신이 어리석지 않음은 곧 반야요, 반야가 집착 없음은 곧 해탈이요, 해탈이 적멸함은 곧 법신이다.
<부증불감경>은 적은 분량의 경전이지만 불도를 수련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본성이 진실한 것임을 망각하고 진아(眞我)에 대한 사견을 나타내어 아집과 법집(法執)을 야기하지 말기를 경계하고 있다. 그리고 청정하고 지혜로운 마음이 부정하게 되어 진리를 올바로 관찰하지 못하는 번뇌를 끊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경전이다. 신에 종속된 인간이 아니라 인간이 가장 완전한 존재로서 서는 것이 불교의 근본목표라면 우리 인간이 우주 법계의 주인이 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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