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

[스크랩] 대지도론 159. ★ 보살은 인욕을 닦되, 번뇌[結]를 끊지 않는다.

수선님 2019. 1. 20. 13:06

[문] 어찌하여야 안 마음의 법을 참을 수 있는가?

 

[답] 보살은 생각하기를 ‘내가 비록 도는 얻지 못하고 아직 모든 번뇌를 끊지 못했으나 참지 못한다면 범부와 다를 것이 없으니, 보살이 아니다’고 한다. 또한 ‘만일 내가 도를 얻고, 번뇌를 끊었다면 곧 참아야 할 법도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주림․갈증․추위․더위 등은 밖의 마요, 매듭의 번뇌는 안의 마군인데 나는 이 두 가지 마군을 깨뜨려 불도를 이루리라.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불도를 이루지 못하리라’고 생각한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부처님께서 6년간 고행하시는데, 마왕이 와서 말했다.

 

“찰리(刹利)5)의 귀인이여, 그대의 목숨은 이제 천분의 일밖에 남지 않았다. 속히 일어나 집으로 돌아가서 보시하고 복을 닦아 금생과 후생에서 인간과 하늘의 즐거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도는 얻을 수 없다. 그대는 공연한 수고를 하고 있구나. 그대가 만일 말을 듣지 않고 열중하여 일어나지 않는다면 내가 큰 마군의 무리를 이끌고 와서 그대를 쳐부수리라.”

  
  
  
5) 범어로는 kṣatriya. 찰제리(刹帝利)라고도 한다.
[582 / 2071] 쪽
  
보살이 말했다.
“나는 지금 그대의 큰 힘을 지닌 내군(內軍)을 무찔러야 하거늘 하물며 밖의 군사이겠는가.”

 

마군이 물었다.

“어떤 것이 나의 내군인가?”

 

그러자 보살은 게송으로 대답했다.

  
  욕망은 너의 첫 군사요
  근심은 둘째 군사요
  주림과 갈증은 셋째요
  갈애는 넷째 군사이다.
  
  졸음은 다섯째 군사요
  두려움은 여섯째요
  의심과 뉘우침은 일곱째요
  성냄은 여섯째 군사이다.
  
  이양과 헛된 명칭은 아홉째요
  교만하여 남을 업신여김은 열째이다.
  이러한 군대의 무리가
  출가한 사람을 홀려 빠뜨리니
  
  나는 선정과 지혜의 힘으로
  너의 이 군사들을 무찌르고
  불도를 이룬 뒤에는
  모든 사람들을 제도하리라.
  
  
  
[583 / 2071] 쪽
보살은 여기에서 모든 군사들을 다 굴복시키지는 못했으나 인욕의 갑옷을 걸치고 지혜의 검을 잡고 선성의 방패를 들고서 번뇌의 화살을 막았으니, 이것을 안의 인욕[內忍]이라 한다.

 

 

 

또한 보살은 모든 번뇌에 대해 인욕을 닦되 번뇌[結]를 끊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번뇌를 끊으면 잃는 바가 매우 많으니,

아라한의 길에 떨어져서 근(根)이 무너진 자와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막기만 하고 끊지는 말아야 하니, 인욕을 닦으면 번뇌[結使]에 떨어지지 않는다.

 

 

 

[문] 어찌하여 번뇌를 끊지 않고서도 능히 따르지 않게 되는가?

 

[답] 바르게 사유하는 까닭에 비록 번뇌가 있으나 능히 따르지 않게 된다.

 

또한 사유하여 공하고 무상한 특징[相]을 관찰하기 때문에

비록 매우 좋은 5욕이 있으나 모든 번뇌[結]를 일으키지 않는다.

 

 

 

예컨대 어떤 국왕의 대신이 자신의 죄를 숨기고 있는데도 아무도 알지 못하는 것과도 같다.

 

왕이 말했다.

“기름기 없는 염소고기를 가져오라. 네가 만일 그것을 가져오지 못하면 너에게 벌을 내리리라.”

 

대신은 지혜가 많았으므로 큰 염소 한 마리를 매어두고 풀과 곡식으로 잘 양육하는 한편

날마다 세 차례씩 이리를 몰아다가 겁을 주었다.

 

염소는 비록 좋은 음식은 얻었으나 기름이 지지 않았다.

 

염소를 끌어다가 왕에게 바치니, 왕은 사람을 시켜 잡았는데, 과연 살은 쪘으나 기름기가 없었다.

왕이 물었다.

“어찌하여 그렇게 되었느냐?”

 

그러자 대신은 위의 사실로써 자세히 대답했다.

 

 

보살도 그와 같아서 무상함과 괴로움과 공함이란 이치를 봄으로써

모든 번뇌의 기름이 사라지고 공덕의 살이 찌는 것이다.

 

또한 보살의 공덕과 복된 과보가 한량이 없으므로 그 마음이 부드럽고,

모든 번뇌의 매듭이 엷어져서 인욕을 닦기가 쉽다.

 

비유하건대 사자왕이 숲속에서 포효하는데 어떤 사람이 보고 머리를 숙여 애걸하면 놓아 주거니와 범이나 이리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것은 왜냐하면 사자는 귀한 짐승이어서 지혜로운 분별이 있거니와 범이나 이리는 미천한 짐승이어서 분별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584 / 2071] 쪽
또한 무너진 군대는 대장을 만나면 살 수 있거니와 졸병을 만나면 죽게 되는 것과 같다.

 

또한 보살은 지혜의 힘으로 성냄에는 갖가지 죄악이 있음을 관찰하고,

인욕에는 갖가지 공덕이 있음을 관찰한다.

 

그러므로 번뇌[結使]를 인내하는 것이다.

 

 

또한 보살은 마음에 지혜의 힘이 있으므로 능히 번뇌의 매듭을 끊을 수 있으나

중생을 위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세상에 머무르되 번뇌[結使]가 곧 도적임을 안다.

 

그러므로 인내할 뿐 따르지 않는다.

 

보살은 이 매듭의 도적을 결박하여 풀려나지 못하게 하고서 공덕을 행하나니,

비유하건대 도적일지라도 인연 때문에 죽이지 않고 한 곳에 가두어 놓고 스스로는 사업(事業)을 닦는 것과 같다.

 

또한 보살은 실로 모든 법의 모습을 알기 때문에 모든 번뇌를 삿되다 하지 않으며,

공덕을 묘하다 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번뇌에 대하여 성내지도 않고 공덕에 대하여 애착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지혜의 힘 때문에 인욕을 닦나니, 게송에서 말하는 바와 같다.

  
  보살은 모든 불선을 끊어 버리어
  아주 적은 티끌도 남기지 않나니
  큰 공덕의 복은 한량이 없고
  이루는 사업에 이루지 못함이 없다.
  
  보살은 큰 지혜의 힘 때문에
  모든 번뇌의 매듭에 시달리지 않나니
  그러므로 모든 법의 모습을 알고
  생사와 열반이 하나요, 둘이 아님을 안다.
  

이러한 갖가지 인연 때문에 비록 도를 얻지는 못했으나 모든 번뇌의 법에 대하여 능히 참나니,

이것을 법인이라 한다.

 

 

 

 

 

대지도론 159. ★ 보살은 인욕을 닦되, 번뇌[結]를 끊지 않는다.

출처 : 출리심 보리심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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