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심명 (대승찬 풀이글)

신심명4/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나옹스님

수선님 2023. 1. 8. 13:25

04 욕득현전(欲得現前) 막존순역(莫存順逆) : (지극한 도가) 앞에 나타나기를 바라거든 순과 역이 있게 하지 말라.

이 구절을 바꾸어 보면, 순과 역이 없을 때 도가 나타난다. 라는 뜻이 된다. 즉 밖에서 일어나는 일이 순조롭다고 기뻐하고, 어렵다고 실망하는 사람에게는 도가 멀어진다. 즉 순조롭다 어렵다고 하는 상대적인 개념이 없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그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승찬 스님은 말한다.

도가 앞에 나타나기를 바란다면 따라가도 말고 거스르지도 마라. 라고.

무엇을 따라가지 말라는 것일까? 지금 우리 안에서 올라오는 이것이 아닌 다른 것을 구하고자 하는 그 마음을 따라가지 말라는 것이다.

거스르지 말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지금 우리 안에서 올라오는 이것을 피하거나 저항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말이다.

한마디로 매 순간 있는 그대로 존재하라는 말이다.

그때 우리 눈앞에 훤히 나타나 있었으나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했던 도가 비로소 우리 마음에 확연히 드러나게 되어 모든 목마름과 방황이 영원히 끝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생활에서는 마음에 드는 것도 있고 거슬리는 것도 있는 것이 사실인데 어떻게 순역이 없는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순역이 있게 하지 말라는 말씀은 순역 자체가 있게 하지 말라는 말씀이 아니라 순리로 되간다고 기뻐하는 감정을 일으키지 말고, 역행한다고 짜증내는 감정을 일으키지 말라는 말씀이다.

욕득현전

막존순역

도가 앞에 나타남을 얻고자 하면

순하고 거슬림을 두지 말라

 

역시 같은 말입니다.

그 지극한 도가 내 앞에 나타나게 하려면

순과 역을 두지 말라고 했습니다. 순역이 뭡니까?

증애과 간택과 같습니다.

순한 것은 내 마음에 드는 것이고, 역은 내 마음에 거슬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간택하는 겁니다.

결국은 실망하고, 또 다시 간택해야 하고요

우리는 늘 그와 같은 삶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옹 스님은 다음과 같이 노래했는지도 모릅니다.

 

청산혜요아이무어 靑山兮要我以無語

창공혜요아이무구 蒼空兮要我以無垢

요무애이무증혜 聊無愛而無憎兮

여수여풍이종아 如水如風而終我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사랑도 벗어 놓고 미움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따라는 것, 거스르는 것, 모두 지는 것이다.”

 

중도의 마음을 얻어 지극히 편안 하려면 내 앞에 나타난 일에 대해 시비(옳고 그름)를 논하지 말지라. 기분 좋음은 기분 나쁨을 만들므로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욕득현전커든 막존순역하라. 도가 앞에 나타나기를 바란다면, 따라가지 말고 거스르지도 말라. 얻으려하는 도가 내 앞에 나타나기를 진정코 원한다면, 분별심을 내지 말라는 뜻이다.

 

여기서 얻으려 하는 것은 바로 중도를 가리킨다. 그렇다면 분별하는 마음이 없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분별하는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따라가지 말라는 것은 지금 일어나고자 하는 감정에 끄달리지 말라는 말이다.

 

즐겁고 기쁘고 행복하고자 하는 감정을 따라가면 인과의 과보가 생겨서 괴로움을 당하기 때문이다. 또 거스르지 말라는 것은 보고 듣는 것에 감정을 일으키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 그대로 듣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말이다. 그렇게 해야 중도의 마음이 내 앞에 드러나게 되는데, 못마땅한 불만의 마음과 괴로운 마음, 고통이 없는 마음이 현전 된다는 뜻이다.

 

이 대목도 역시 분별심을 갖는 것에 대한 경계의 내용이다. 분별심을 갖지 않아야 중도의 마음이 나타나게 되므로, 감정을 일으키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몸이 좀 피곤하고 고단하구나 할 때는, 짜증을 내고 기분을 나빠 할 것이 아니라, “내가 편안하고 활발한 때 즐겁고 편안한 감정을 가진 때가 있었기 때문에 그 인과의 과보가 이렇게 나타나는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아플 때도 마찬가지이다. “건강한 몸으로 즐겁고 행복한 감정을 가진 때가 있었기 때문에 인과의 과보로서 아픈 감정의 마음을 갖게 되는구나.” 하고 아픔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상대와의 시비 다툼으로 인하여 속이 많이 상할 때도, “그동안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서 즐겁고 기쁜 감정을 가졌던 인과로 인해 그만큼의 속상한 과보로서 기분 나쁜 시비是非로 다툼을 하고 있구나” 하고 마음을 얼른 추스려야 한다.

 

또 남에게 돈을 떼이거나 잃어버리는 일이 생겨서 기분이 몹시 나쁘다면, “언젠가 내 손에 돈이 들어왔을 때 기분이 몹시 좋았던 때의 인과로 인해 이러한 과보가 생기는구나.” 하고 고락의 인과를 생각하면서 감정을 일으키지 말고 얼른 잊어야 한다.

 

하여, 모든 것은 내가 좋았던 만큼의 고락 인과로 인해 좋지 않은 인과의 과보를 받게 되는 것이므로, 감정의 인과는 한 치 오차 없이 나타나고야 마는 것이니, 기분이 좋지 않고 속상하는 일이 생길 때는 얼른 지난 과거의 좋았던 때의 대가가 지금 나타나는 것이라 생각하고 얼른 속상한 마음을 접고 잊어야 한다.

 

좋은 일로 인해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나쁜 일로 인해 기분이 나빠지는 것도, 이 모두가 고락 인과의 과보로서 생기는 것들이니, 어떤 대상을 만나더라도, 어떤 기막힌 일이 생기더라도, 감정에 휘둘려 따라가지 말고, 또 나타난 일에 대해 거스르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습관을 반드시 길러야 머지않아 중도의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사람이 칭찬을 받고도 초연하면 수행자입니다. 그런 사람 더러 우리 주위에도 많습니다. 그리고 거슬리는 말 있지요? 남을 고의적으로 나쁘게 말하는 사람, 있지요? 그런 소리를 듣더라도 거기에 대해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자기 주인공의 마음을 챙기고 있는 사람입니다. 만일에 그 마음이 흔들려서 주체를 못한다면 딴 도둑놈이 그 마음 가운데 들어와 버린 겁니다. 우리는 이 점을 늘 생각해야 합니다. 누가 나를 칭찬하는 말에 흔들리면 정확하게 자기 자신을 봐 버려야 돼요, 반대로 누가 나를 비방함에 흔들린다면 그 때도 정확하게 자기 자신을 봐 버리면 됩니다. 그렇게 하는 일이 바로 따름과 거슬림을 두지 않는 거지요, 살다보면 늘 그런 오해를 받고 그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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