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인의 탄생 1) 경허[鏡虛-1846(헌종 12)∼1912]와 만남 나는 벌써 오래 전부터 신문을 거의 보지 않았다. 신문 뿐 아니라 텔레비젼도 약간의 뉴스를 제외하곤 담을 사이에 쌓은 듯이 멀리 하였다. 아내는 볼일이 있어서 밖으로 나가고 아무도 없는 집에 고요히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었는데 오후의 햇살이 창으로 들어와서 차곡차곡 쌓아 둔 신문지 위에서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눈부신 광명이 내 손을 잡고 이끄는 듯한 느낌을 따라 눈길이 머문 곳은 최인호씨가 연재하는 길 없는 길 위였다. 나는 무심코 그 글을 읽어가다가 자꾸 빠져 들었다. 장안의 유명한 기생과 조선 마지막 왕족의 사이에서 태어난 길 없는 길의 주인공은 대학교수였는데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 중에서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염주에 쓰여진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