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식 143

인간이 갈 길은 어디로 1 / 관응스님

인간이 갈 길은 어디로 1 관응(전 직지사 조실) 스님 중생 삶의 목적은 이고득락(離苦得樂) 우리는 어디로부터 왔는지 모르지만 이 세상에 생명을 받아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명을 가진 것은 모두 살아가는 데 고생이 붙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삶의 목적이 고생을 떼어내고 즐거움을 누리는 것, 한마디로 한문 문자로 쓰면 이고득락(離苦得樂)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일체 생명의 최고 목적이 고생을 멀리하고, 즐거움을 많이 누려보려는 것입니다. 하다 못해 장터에서 콩나물 장사를 하는 사람에게, 돈은 무엇 때문에 버느냐고 물으면, 지금은 가난해서 고생하고 있지만 돈 좀 많이 벌어서 고생하지 않고 생활을 윤택하게 해서 즐겁게 살려고 하는 거라고 답합니다. 결국 학문을 하는 것이나 지위를..

선지식 2021.01.31

무소유란 아무것도 소유하지않는게 아니다

한국에 와서 살다 보니 한국불교에서 집착하는 3가지를 보게 되었어요. 한국불교의 3가지 집착 1. 무소유: 불교는 무소유가 아니라 무집착 입니다. 재물이 없는 것보다 재물의 공한 본질을 깨우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재물의 일시적이고 실제로 있지 않는 실상을 몰라서 집착합니다. 불교는 중도입니다. 소유가 너무 없는 것도 너무 많은 것도 행복한 삶에 도움이 되지 않아요. 2. 고행: 부처님은 고행을 버리고 성불하셨는데 우리나라는 고행 덕으로 성불하신 것처럼 고행을 매우 높게 평가합니다. 잠을 안 자고 일주일씩 수행하는 용맹정진이나 한 번의 삼천배와 만배 같은 고행의 가치가 얼마나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마음은 점차 변하는 것이고 한 번에 고치려고 하면 반항합니다. 단박에 깨우치게 되지만 그때까지는 과정이 있..

선지식 2021.01.31

성철스님의 자취를 찾아서 목록

성철스님 탄생 100주년 ‘성철스님의 자취를 찾아서’목록 번호 목 차 비고 1 생가 - 겁외사 대자유인의 길, 불교서 발견 2 출가 전 수행도량 대원사 참선수행 40여일 만에 동정일여 경지에 들다 3 출가도량 해인사ㆍ출가시 초연히 나 홀로 만고의 진리를 향해 가다 4 선찰대본산 범어사ㆍ내원암 거침없는‘운수납자 5 통도사 백련암 세월의 흐름에 의연한 고목처럼 6 은해사 운부암 평생의 도반 향곡스님을 만나다 7 동화사 금당선원 오도: 청산은 예대로 흰 구름 속에 섰네 8 송광사 삼일암 수행자가 가는 길은 혼자 가는 길이다 9 덕숭산 정혜사 능인선원 만공스님 회상에서 청담스님을 만나다 10 간월도 간월암 외딴섬 토굴에서 ‘오후보림’하다 11 법주사 복천암 복천선원 대중을 위해 자원하여 공양주를 하다 12 도리..

선지식 2021.01.17

[적명스님, 무여스님, 혜국스님] 한국 간화선, 외국 학자를 만나다

한국 간화선, 외국 학자를 만나다 제3회 간화선 국제학술대회 참가학자들 선원장 스님과 대담 봉암사 적명스님 축서사 무여스님 석종사 혜국스님과 잇따라 만나 제3회 간화선 국제학술대회는 7일간의 마곡사 선수행 실참을 마치고 7월2일 문경 봉암사에서 수좌적명스님과 대담을 시작으로 축서사에서 무여스님과, 이어 3일에 석종사에서 혜국스님과의 대담을 진행했다. 외국인 교수 및 참가자 33명을 포함해 63명의 마곡사 실참수행자가 공개 문답으로 조계종 원로 선원장들에게서 선의 의문점을 해소하는 자리는 미국 햄프셔대학 교수 혜민스님이 통역했다. ■ 대담-1 문경 봉암사 태고선원 선열당에서 열린 수좌 적명스님과의 대담은 먼저 스님의 간화선 설명으로 시작됐다. 간화선은 1000여년도 되지 않아 중국대륙을 섭렵했고 한국 일본..

선지식 2021.01.03

“사람이 그대로 부처님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정견”

무비 스님 세존이 처음 출가하여 6년이라는 세월 동안 고행을 끝내고 깨달음을 이룬 뒤 최초로 설하신 것으로 되어 있는 『화엄경』에서는 무슨 말씀을 하였는가? 먼저 가장 널리 알려진 “마음과 부처와 중생 이 셋은 차별이 없다.”라는 말씀을 살펴보겠다. 부처님은 자비심이 넓고 깊기 때문에 한 사람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양한 수준의 사람들을 다 제도하려면 하는 수 없이 다양한 방편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아신다. 그러므로 불교의 별의별 가르침이 많지만 진실은 하나다. 그래서 부처니, 중생이니, 마음이니, 사람이니, 성품이니, 불성이니, 진여니, 법성이니 하는 말을 하지만 『화엄경』의 말씀과 같이 그것은 차별이 없다. 오직 다양한 수준의 사람들을 깨우치기 위한 방편의 말일 뿐이다. 다만 사람이 그..

선지식 2021.01.03

동산대종사의 한국불교사적 위상

동산대종사의 한국불교사적 위상 김 선 근 동국대 인도철학과 명예교수 동산대종사(1890-1965)의 발자취는 한국 근·현대 불교사의 역사이다. 동산대종사는 당대(1929-1965)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큰스님으로서 한국불교의 이상, 한국불교의 고민, 한국불교의 비극, 한국불교의 위대성이 스님의 사상과 생활 속에 구현되어 있다. 동산대종사는 삼학(三學) 균수를 통해서 그 시대의 문제를 회통(會通)하면서 1700여년의 한국불교 전통의 법등(法燈)을 지켜 새로운 정법 불교의 좌표를 정립한 마조(馬祖, 709-788)대사와 같은 선지식이었다. 동산대종사는 은사 용성스님의 삼취정계와 보살 48계의 정신으로 청정승가와 정법수호라는 정화불사의 선봉장이었다. 동산대종사는 은사 용성스님이 1940년 4월 1일 입적 후 1..

선지식 2021.01.03

자비명상 지도법사 마가 스님

‘그래도’라는 섬에 자주 가면 우리는 더 행복 합니다 자비명상 지도법사 마가 스님 아직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 아버지가 이웃집 아주머니에게 ‘픽업(pick up)’되는 바람에 아버지 없이 자란 한 청년이 있었다. 이 청년은 아버지에게 복수할 날을 꿈꾸다 급기야 1년 동안 사 모은 수면제를 들고 강원도 산속에 들어가 자살을 기도한다. 자기가 그렇게 죽으면 아버지 가슴에 큰 상처를 남길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그런데 자기 마음대로 세상에 나올 수 없는 것처럼 죽는 일도 쉽지 않은 법. 수면제를 먹고 산속에 쓰러져 있는 이 청년을 어느 스님이 발견하고, 그렇게 목숨을 구한 청년은 출가를 한다. 그 청년이 바로 마가 스님이다. 출가는 했지만 가슴속 상처는 그대로였던 마가 스님은 전남 곡성에 있는 태안사를 찾..

선지식 2020.12.20

믿음은 도의 근원이요 모든 공덕의 어머니 / 성공스님

믿음은 도의 근원이요 모든 공덕의 어머니 성공스님 (부산 관음사 조실) 부처님께서 일생동안 설하신 경전을 팔만대장경이라고 합니다. 팔만대장경을 총별(總別)로 나누면 화엄경은 총경(總經)이고 그 이외의 경은 별경(別徑)에 속합니다. 화엄경은 별경의 내용을 모두 함축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화엄경만 알면 다른 경전은 다 아는 것과 같습니다. 다시 말하면 화엄경의 초점을 알면 바로 팔만대장경의 핵심을 알게 되는 것이고 부처님이 일생동안 설하신 내용의 초점을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화엄경의 초점은 바로 신해행증(信解行證)이라는 네 가지입니다. 믿고, 알고, 행하고, 증득하는 것이 바로 화엄경을 이루는 네 기둥이요, 그것은 곧 불법의 기둥이 되기도 합니다. 화엄경은 이처럼 신해행증이 주가 되기 때문에 제목부..

선지식 2020.12.20

수처작주(隨處作主) ‘직지’의 화두

나는 불교를 모른다. ‘직지(直指)’는 더욱 모른다. 하지만 ‘직지’를 읽는 동안, 이상하게도 ‘책’을 읽는다기보다는 누군가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 들었다. 매일 마음을 다스린다며 소설이나 시는 물론 온갖 철학책과 심리학책을 찾아 떠도는 나였지만, ‘직지’를 마주하니 그 모든 지식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인문학적 지식으로 ‘직지’를 이리저리 재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직지’는 나의 상처받은 마음을 재빨리 낫게 하는 진통제처럼 위로하는 게 아니라, “우선 진맥부터 해보자꾸나!” 하고 가만히 맥을 짚어주는 그 옛날 한의사 할아버지의 다정한 목소리처럼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효과 빠른 진통제는 우리를 고통으로부터 도망치게 해주지만, 고통의 원인을 두 눈 부릅뜨고 바라보는 것에는..

선지식 2020.12.20

밥주지 차주지 놀아주지 걸어주지

절집 소임 중에 주지가 있다. 절의 대표자인 셈이다. 이십대 초반 시절, 계룡산 신원사에서 천일 기도 정진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일찍, 절 대표 전화가 울렸다. “여보시유~ 거기 사장님 좀 바꿔 주시유” 투박한 충청도 억양을 가진 나이 든 남성의 목소리다. “네, 전화 잘 못 거셨습니다.”말하고 끊으려는데 남성이 급히 말한다. “거, 신원사 절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맞구만요, 그러니께 신원사 사장님 좀 바꿔주시유.” 관셈 보살... 나는 그때 해인사 주지 스님도 해인사 사장님으로 불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절의 대표자인 주지는 무슨 일을 할까? 수행과 포교에 전념하는 스님들을 이판승이라 한다. 행사와 재정 등 절 살림을 책임지는 소임자는 사판승이라고 한다. 이판사판(理判事判)이라..

선지식 2020.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