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불교 교단의 성립과 발전 그리고 쇠퇴I_(2)
II. 초기불교 교단의 성립과 발전, 그리고 수행생활
1. 상가의 의미
종교가 성립되는데 필요한 조건은 교조와 교법, 그리고 교단으로 불교에서는 불·법·승 삼보(三寶)로 표현되는데, 이 중 어느 하나가 빠져도 불교는 성립한다 수 없다. 여기서 승(僧)이라고 하는 것을 '상가(saṁgha)'라고 하는데 '僧伽'는 한문으로 변역할 때 音寫된 것으로서 이를 줄여서 '僧'이라고 한 것이다.
상가는 원래 보통명사로서 불교 교단만을 지칭하는 말은 아니었다. 부처님시대에는 상가라고 하는 명칭을 사용하는 단체가 불교 교단 이외에도 있었다. 이 용어는 종교 단체의 명칭으로 쓰여지기 전부터 정치적 단체나 상공업자 조합 등을 의미하는 말로 쓰여지고 있었다.
부처님시대에는 갠지스강 유역을 중심으로 북인도 지방 일대에서 농공업생산이 활발해져 이미 화폐를 사용하는 유통경제가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이러한 경제의 중심이 된 상공업자의 조합을 '상가(saṁgha)나 '가나(gaṇa)'로 부르고 있었다.
어두운 밤 갠지스 강 유역을 밝히는 빛과 사람들.
초기경전에 의하면 부처님시대에 육사외도라고 하는 자유사상가들도 '상가의 통솔자', '가나의 스승'으로 불려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교단을 '상가' 또는 '가나'라고 하는 말로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불교 교단 초기에는 교단의 명칭으로서 '상가', '가나'가 함께 채택되어 똑같이 사용되다가 불교교단의 법률인 '律(vinaya)'이 확정될 무렵부터 '상가'가 불교 교단의 정식 명칭이 된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그 후 상가는 '화합된 무리(和合衆)'가 계율에 의거하여 질서를 유지하는 조직을 의미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상가' 개념이 인도 사회의 일반적 단체조직의 개념에서 불교 교단을 의미하는 것의로 의미가 전이된 것은 인도 사회조직의 일반적 관행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논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상가'란 '和合衆(samaggasaṁgha)'으로 번역된다는 점을 말해두고자 한다. 이는 평화를 실현하는 단체라는 의미이다.
불교의 목적은 개인적으로 깨달음을 얻고 진리와 합일한 생활을 하는 것인데, 그러한 사람들이 모여 공동생활을 하면 거기에 참된 평화가 실현된다는 것이다. 상가에 입문한 사람이 자신의 해탈을 위해 노력하면서, 자기가 소속한 집단의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을 僧支部 제2권 제5 衆會品에는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세상의 일들을 함께 하고, 서로 위로하며 다툼이 없고, 우유와 물이 화합하듯 자비스런 눈을 갖고 사는 비구의 모임을 '화합중'이라고 하며, 이러한 부처님의 교단은 세상 사람들의 최고 福田이니라.
'화합중'이란 일체 평등의 원칙에 따라 상가 구성원은 서로 존중하며 승가가 일체가 되어 수행에 전념한다는 뜻으로, 한마디로 평화의 실현을 뜻한다. 상가의 목적이 화합중, 즉 평화의 실현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평화로운 사회의 실현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불교의 교단(僧伽)'은 '큰 바다(大海)'에 비유되어 그 특징이 설명된다.
(1) 대해가 차츰 깊어지듯이 상가에는 단계적인 배움이 있다. (2) 대해의 물이 해안을 넘지 못하듯이 제자들은 계율을 어기지 않는다. (3) 대해는 시체를 받아들이지 않고 반드시 해안으로 밀쳐내듯이 상가도 계를 범한자는 반드시 擧罪한다. (4) 온갖 냇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원래의 이름을 상실하듯이, 상가에 들어가는 사람은 계급이나 성명을 버리고 沙門釋子라고만 불린다. (5) 대해는 동일하게 짠맛이 나는 것처럼 상가는 동일한 解脫味이다. (6) 대해는 온갖 냇물이 흘러 들어가도 증감이 없듯이 상가의 수행승이 아무리 많이 열반에 들더라도 증감이 없다. (7) 대해에는 갖가지 재보가 간직되어 있는 것처럼 상가에는 미묘한 교법과 계율이 있다. (8) 대해에는 갖가지 온 물고기가 살고 있지만, 상가에도 위대한 제자들이 살고 있다.1)
이것을 불교 상가의 '八未曾有法'이라고 한다.
2. 상가의 구성
'불교 교단(상가)'은 교법에 의지하고, 교법을 등불로 삼는 사람들의 모임이므로 마음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앞에서도 고찰한 바와 같이 상가란 인도 사람들 사이에서 공화국이나 길드(조합)를 의미하는 말로 통용되었는데, 부처님은 자신의 교단을 운영하는 방법으로서 사꺄족의 상가를 도입했다. 이렇게 해서 불교 교단은 '상가'라고 불리게 되었다.
그 후 기원전 4 - 3세기경의 마우리야 왕조 때에 상가라고 하면 불교 교단을 지칭하는 것으로까지 일반화되었다.
불교에서는 수행자의 집단 운영을 옛 상가의 운영 방법과 조직을 받아들였다. 그것은 출가수행자와 재가 신자로 구성되며 남녀를 모두 포함했다. 출가한 남성과 여성을 각각 비구(bhikku, Skt. bhikṣu)와 비구니(bhikkunī, Skt. bhikṣunī)라고 부른다.
비구란 '구걸하는 사람'이란 의미이며, 신자의 '보시물(施物)'에 의해 생활하면서 수행에 전념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비구와 비구니가 될 때는 20세 이상이 되어야 입단 허가의 의식인 구족계(具足戒, upasampadā)를 받을 수 있다.
律典이 완성된 시대가 되면 비구와 비구니 외에 사마네라(sāmaṇera, Skt. śrāmaṇera, 沙彌)와 사마네리(sāmaṇerī, Skt. śrāmaṇerī, 沙彌尼), 즉 20세 이하의 연소 출가자가 나타나게 된다.
사마네리는 18세가 되면 五學女(sikkhamānā)가 되어 견습 비구니로 2년 동안 六法戒2)를 지키는 수행자 생활한 후, 그 다음에 구족계를 받고 비구니가 된다. 불교교단의 출가자는 비구, 비구니, 사미, 사미니, 정학녀를 '출가의 5衆'이라고 한다.
이상은 출가자에 대한 구성이지만 이밖에 신앙 고백을 통해 삼보에 귀의한 재가의 남성과 여성 신자를 각각 우빠사카(upāsaka, 優婆塞)와 우빠시까(upāsika, 優婆夷)라 한다. 우빠사까란 '시중 드는 사람'이라는 의미로서 출가자를 받들어 생활의 資具를 보시하고 그 지도를 받아 재가생활을 영위하면서 수행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삼보에 귀의하여 五戒를 지키는 것 외에도 매달 布薩日(uposantha, 8,14,15,23,29,30)에 八齊戒3)를 지켜야 한다.
이러한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를 부처님의 '四衆(cattāri parisadāni)'이라 부르며 부처님의 제자를 총칭하는 말이다. 그래서 불교의 교단은 넓은 의미로는 사중 전부를 포함시켜 상가라고 하지만, 초기불교시대 용례에서 보면 상가를 조직한 것은 출가자 뿐이었다.
즉 비구는 '비구상가(bhikkhusaṁgha)'를 조직했는데, 비구와 비구니상가를 합쳐서 '兩僧伽'라고 한다. 비구상가와 비구니상가는 각기 독립해 있으면서, 자치적으로 질서를 유지하였다. 불교 교단이 성립된 초기부터 상가의 구성에 '四衆'과 '五衆'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사회적, 경제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그와 밀접하게 관련된 계율관이 변천하면서 점차적으로 확립되었다.
상가의 기능은 출가 수행자들의 생활 공동체이다. 초기 유행생활 시대에 '상가'라고 하는 것은 '같은 이념 아래 득도 의례를 행하고 수행하는 동료들'이라는 이념적 요소가 강했다.
그러나 상가 생활이 유행에서 精舍생활로 정착되면서 상가란 '출가 수행자들이 함께 살고 함께 배우며 함께 의례에 참가하고, 또 행위 규범이나 수행법, 생활 방법, 나아가서는 세계관을 함께 배우고 전승해 나가는 장소'가 되었다.4)
상가에는 現前僧伽와 四方僧伽의 구별이 있다. 현전상가(sammukhībhūta-saṁgha)라고 하는 것은 '지금 여기에 성립해 있는 상가'를 말한다.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한정된, 지금 여기에 성립해 있는 상가로서 구체적인 개개의 상가를 말한다.
일정한 지역 내에 4명 이상의 비구가 공동생활을 하면 그들은 현전상가를 형성한다. 따라서 상가의 단위는 4명 이상이다. 상가가 점차 증대하자 전원이 한 곳에 모여 布薩(uposantha)5)을 행할 수 없게 되자 자연적 지형 등으로 지역을 분할하고 이 상가의 지역적 한계를 界sīmā라고 했다. 어떤 '계' 안에 정주해있는 수행자거나 유행 중 마침 그 곳을 지나던 수행자이건 전원이 그 상가의 회의에 참석할 의무가 있었다.
상가의 회의 형식을 羯磨kamma라고 하고, 그 의장을 羯磨師라고 한다. 갈마는 크게 둘로 나뉘는데, 그 중 自恣(pravāraṇā) 갈마6) (이 회의에서는 참회를 받아들이는 비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5인승이 된다)는 계 안에 다섯 명 이상의 수행자가 있어야 하고, 구족계 갈라는 10인(和尙, 羯磨阿闍梨, 敎授阿闍梨 3인의 스승과 7인의 증인으로 이루어지는 10인 상가)의 수행자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 戒璮의 유래이다.
현전상가는 자치의 단위이며, 자치적으로 계율에 따라 포살과 안거를 자주적으로 수행했고, 상가에 보시된 음식, 의복 등을 수행자들에 평등히 분배하면서 수행 생활을 했다.7) 그러나 정사에서의 정착생활이 시작됨에 따라, 이 계는 그 곳의 어느 특정한 정사의 '영역'과 같은 성격을 띠게 되었다. 이에 따라 비구도 그 계, 즉 그 지역에 고정되었다.
이에 따라 비구도 그 계, 즉 그 지역에 고정되었다. 결국 계는 비구의 호적지(출가본사의 격)와 같은 것이 되고, 이 지역의 신자는 '나의 또는 우리의 신자, 施主'라는 의식도 나타나게 되었다. 이는 상가의 토착화이기도 하다.
훗날 교단이 분열되었을 때 특정 지역의 이름을 첫머리에 붙인 교단 명칭이 많았던 사실도 이러한 상가의 토착화 현상을 나타내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불교상가는 이러한 관계를 고착해 나가는 과정에서 인도 전역으로 펴져 나가게 되었다.
교단이 크게 발전하게 되면 각 지방에 승원이 생기고 상가가 형성된다. 불교 교단 전체도 상가지만, 이것은 총체적 개념이며 이념적인 것이어서 이것을 '四方僧伽(cātuddisa-saṁgha'라고 한다. 이처럼 어떤 지역에 있어서 일정한 비구들이 모여 함께 수행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교단에 대하여 사방에 퍼져 있는 상가를 '사방상가'라고 한다.
'사방'이라고 하는 것은 공간적으로 사방에 퍼져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미래에 퍼져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 여기에는 존재하고 있지 않지만 미래에 출현할 비구를 포함한 전체를 받아들인 상가이다.
'사방상가' 관념이 나타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 상가의 질서 근원인 계율은 '현전상가'에서 임의적으로 변경할 수 없는 것으로, 계율은 현전상가를 초월한 것이었다. 또 하나는 상가의 재산인 승원이나 정사 등도 현전상가는 이용이 허락될 뿐 처분할 수는 없다. 이 두 가지 이유에서 현전상가를 초월한 고차적인 사방상가가 고안되었다.8)
사방상가는 제자의 교단으로 정사 등의 常住物을 소유하며 계율로서의 상가 질서를 대표한다. 불교의 상가는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제한됨 없이 널리 존속되어야 할 것으로,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현전상가는 이 같은 시방상가의 이념에 근거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전상가 이외에 따로이 사방상가가 있다는 말은 아니다. 사방상가는 무한한 범위에 걸쳐 존재해야 할 상가로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현전상가의 성립 기반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사방상가의 이념에 근거하여 현전상가가 성립하는 것이다.
'평등'과 '무차별'을 특징으로 삼고 평화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불교의 상가가 사방상가의 이념에 의해 뒷받침받고 있다는 말은 이러한 무차별, 평등, 평화라고 하는 것이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제한됨이 없이 널리 실천되어야 한다는 당위를 나타내는 것이다.9)
-각주-
1) 平川彰, 『印度佛敎史』上, 이호근 역 (서울; 민족사, 1989), pp.81-82.
2) 육법계는 '正學律儀'로서 정학녀가 가지는 6종의 계율. ① 染心相觸 :나쁜 마음으로 남자의 몸에 접촉하지 말라. ② 盜入四錢: 남의 돈 4전을 훔치지 말라. ③ 斷畜生命: 축생을 죽이지 말라. ④ 小安語: 실답지 않은 말을 하지 말라. ⑤ 非時食: 정오를 지나서 먹지 말라. ⑥ 飮酒: 술을 마시지 말라. 여자가 불문에 들어와서 비구니가 되려할 적에는 먼저 10개월 이상 3년 이내에 이 법을 지키고, 후에 구족계를 받는 것이 순서이다. 이것은 懷姓 여부를 인정하기 때문.
3)八關齊戒(Aṣtāṅasila, pāli. Aṭṭaṅgasīla)라고도 불리는데 이것은 재가자가 하루 밤 하루 낮 동안 받아지키는 8가지 계율이다. 즉 ① 중생을 죽이지 말라. ② 훔치지 말라. ③ 음행하지 말라. ④ 거짓말하지 말라. ⑤ 술 마시지 말라. ⑥ 꽃다발을 쓰거나 향을 바르고 노래하고 풍류질하지 말며 가서 구경하지 말라. ⑦ 높고 넓고 큰 잘 꾸민 평상에 앉지 말라. ⑧ 때가 아닌 적에 먹지 말라. 등의 8계. 이 가운데 제8은 '재' '관'은 금지한다는 뜻.
4) 中村元,,『佛陀의 世界』. 金知見 譯 (서울: 김영사, 1984), p.260.
5) 매달 말일과 보름달을 성스러운 날로 정해놓고, 계율 조항(prātimokṣa)을 독송하고, 참회 고백을 하는 의례를 '포살'이라고 한다. 이것이 잘 지켜지는 것은 상가의 존속과도 관련되었다.
6) 안거가 끝나는 날에, 안거 기간 동안 수행생활에서 서로 見·聞·疑 3事를 가지고 그 동안의 죄를 고백하고 참회하는 의식이다.
7) 奈良康明, 『佛敎史Ⅰ - 인도·동남아시아』, 정호영 역 (서울:민족사, 1990), pp.135-136.
8) 平川彰, 『印度佛敎史』上, 이호근 역 (서울; 민족사, 1989), p.85.
9) 藤田宏達外 2人, 『原始佛敎 と部派佛敎』, 權五民 譯 (서울: 민족사, 1989), p.115.
[출처] 인도불교 교단의 성립과 발전 그리고 쇠퇴I_(2)|작성자 만남 창조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