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철학

[인도철학사] 8. 승론학파의 철학

수선님 2021. 7. 18. 11:19

[인도철학사] 제8장 승론학파의 철학

길희성: 서울대학교 문리대 철학과 졸업. 하바드대학교에서 비교종교학 전공.
저서- Chinul, the Founder of the Korean Son Tradition
현재 서강대학교 종교학과 교수



 목 차 

 

■ 제2부 인도철학의 체계화
제8장 승론학파의 철학
    1. 승론철학의 전통
    2. 육범주
    3. 신 불가견력, 해탈



제8장 승론학파의 철학

 

1. 승론철학의 전통  ▲ 위로


상키야와 요가철학이 같이 가듯이 승론 Vaisesika철학1)은 보통 정리 Nyaya학파의 철학과 함께 논의되어 왔다. 어느 때부터 이 두 학파가 같이 취급되게 되었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두 학파는 처음부터 근본적인 세계관에 있어서 일치한다고 생각하여, 서로 상자관계를 이루어 온 것으로 보아 왔다.


승론학파는 주로 세계의 형이상학적 구조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학파인 데 반하여, 정리학파는 이 형이상학적 세계관을 논리학과 인식론을 통하여 뒷받침해 주는 학파이다. 인도의 다른 모든 정통학파들이 불교를 비판해 왔지만, 그 중에서도 이 두 학파는 극단적인 실재론적 입장을 대표하는 철학으로서 불교의 철학적 입장과 정면으로 대립하여 왔다.


승론과 정리는 비록 바라문계의 정통육파로서 간주되어 왔지만 실제상에 있어서 이 두 학파의 정통성은 오히려 다분히 명목적인 것이다. 베단타나 미맘사, 그리고 상키야.요가학파가 분명히 베다의 철학적 사상에 근거하고 있는 반면에 승론과 정리학파는 베다나 그 후의 종교적 문헌들인 서사시나 푸라나 Purana 같은 것에 분명히 그 기원을 찾기 어려운 철학이기 때문이다.2)


우선 승론학파의 주요 철학적 문헌들을 살펴볼 것 같으면, 카나다 Kanaka라고 하는 아마도 가공적 인물의 저서로 전해지고 있는 '승론경 Vaisesika-sutra'으로부터 시작한다. 그 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서력기원 1-2세기경의 작품으로 추측된다. 내용은 극히 간결한 격언조로 된 철학적 진술들을 모아놓은 것으로서 다른 학파의 근본경전들처럼 주석이 없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이 있다.


승론철학의 결정적인 체계적 정립을 한 것은 서력기원 500년경에 씌어진 프라샤스타파다 Prasastapada의 '구의법강요 Padar-tha-dharma-samgraha'로서, 형식상으로는 '승론경'에 대한 주석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상에 있어서는 하나의 독자적인 논서이다.3)


프라샤스타파다의 논서에 관해서는 뵤마쉬바 Vyomasiva(900-960년경)의 '여허공 Vyomavati', 슈리다라 Sridhara(950-1000년경)의 '정리파초수 Nyayakandali' 그리고 우다야나 Udayana(1050-1100년경)의 '광휘연속 Kiranavali'와 같은 주석서들이 씌어졌다. 또한 이 무렵 승론과 정리철학을 함께 섞어서 취급하는 쉬바아디티야 Sivaditya의 '칠구의론 Saptapadarth'eh TmldjwuTek.4) 이제 '승론경'과 프라샤스타파다의 '수의법강요'를 중심으로 하여 승론철학의 대강을 샬펴보기로 한다.


1) 승론'Vaisesika'란 말은 '특수', '구분' 등을 의미하는 'visesa'라는 말에서 온 것으로서 이 학파가 세계를 6범주로 구별하여 설명하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그러나 중국의 불교전통에서는 'Vaisesika'란 말을 '뛰어나다(주승)'의 뜻으로 이해하여 이 학파를 승론이라고 불러왔다. 본서에서는 이 용법을 그대로 따른다.

2) 승론철학의 기원에 관하여는 쟈이나교, 순세파 Lokayata, 혹은 미맘사학파부터 유래되었을 것이라는 제학설 등이 있으나 모두 확실치 않다. H.v. Glasenapp, Die Philosophie der Inder (Strttgart: Alfred Kroner Verlag, 1974), pp.234-37 참조.

3) S.N. Dasgupta, A History of Indian Philosophy, Vol. I, p.306 각주 참조.

4) 이 외에도 동류의 저서로서 Kesavamisra의 Tarkobhasa, Annambhatta의 Tarkasaingraha 등이 그 후에 씌여졌다.

 

 

2. 육범주  ▲ 위로


승론철학은 세계를 여섯 가지 범주 padartha(구의)로 구별하여 분석한다. 여기서 범주라 함은 단순히 추상적인 관점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이 관념들에 해당하는, 실제로 존재하며 언표할 수 있는 지식의 대상을 지칭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승론철학은 세계를 여섯 가지 측면으로 구성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첫째 범주는 실체 dravya다. 실체란 거기에 어떤 성질이나 행위가 속할 수 있는, 즉 성질이나 행위의 근저에 놓여 있는 어떤 것이다. 또한 실체는 어떤 물건들의 질료적 원인이 되는 것이다. 승론에 의하면 실체에는 9가지가 있다. 즉 지 prthivi, 수 ap, 화 agni, 풍 vayu, 공 akasa, 시간 kala, 공간 dis, 의근 manas, 자아 atman이다.


지, 수, 화, 풍, 공은 5가지 물질적 요소 panca-bhuta로서, 5가지 외적 감각기관에 의하여 각각 지각될 수 있는 고유의 특수성질 visesa-guna들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면 흙은 코에 의하여 지각되는 냄새의 성질을 지녔고, 공은 귀에 의하여 지각되는 소리의 성질을 지녔다고 본다.


지.수.화.풍은 그것들을 구성하는 미세한 원자 paramanu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이 원자들은 무수히 많으며 부분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나눌 수도 없고, 생성도 될 수 없고 파괴도 될 수 없는 영원한 nitya 존재들인 반면에, 이들로 구성된 지.수.화.풍은 생성.소멸될 수 있기 때문에 영원하지 못하다 anitya. 승론에 의하면 원자에는 지.수.화.풍을 구성하는 이질절인 4가지 종류가 있고, 개개의 원자들도 각각 양과 질에 있어서 서로 다르다고 한다.


공 akasa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승론에 의하면 실체가 외적으로 지각되려면 크기와 나타나는 색깔이 있어야 하는데, 공은 그렇지 않으므로 지각 될 수 없다. 그러나 소리라는 성질이 속해야 하는 어떤 실체로서 그 존재가 추리되어 알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시간 kala과 공간 dis은 공과 마찬가지로 지각될 수 없고 추리로 아는 실체들로서, 각각 하나이며 영원하고 모든 것에 편재하는 것이다. 즉 시간은 우리가 과거.현재.미래.젊음.늙음 등을 인식하는 근거로서, 추리된다. 공과 시간과 공간은 비록 눈으로 볼 수 없는 통일적 실체들이지만 우리의 인식에 영향을 주는 제한적 조건들 upadhi 때문에 다수의 부분적인 존재들인 것처럼 흔히 말하여진다고 한다. 예를 들면 방이라는 제한적 조건 때문에 방의 공간이라는 개념이 생겨, 원래는 하나인 공간이 마치 부분적인 존재들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자아 atman 혹은 영혼은 우리의 의식현상의 밑바닥을 이루는 실체로서 영원하고 편재적이다. 영혼에는 개인영혼 jivatman과 최고 영혼 paratman, 즉 신 Isvara의 두 종류가 있다. 신은 하나이며 세계의 창조자로서 추리되는 존재이다(신의 존재증명은 정리철학에서 다룰 것임). 신은 전지한 영혼으로서 모든 고통과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이다.


개인영혼은 하나가 아니라 많으며, 그들이 속한 몸에 따라 각각 다른 특수성을 같고 있다고 한다. 개인영혼은 의근 manas과 관계되어 있지만 않는다면 본래 신과 같이 고통과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라고 한다. 영혼은 의지, 욕망, 기쁨, 아픔 등의 여러 가지 정신적 상태들이 속하는 실체로서, '나는 안다', '나는 원한다' 등의 표현으로부터 우리는 자아가 의식이 속하게 되는 바의 실체인 것을 알 수 있다고 산다.


그러나 승론철학은 상키야나 베단타철학과는 달리 식 cit을 영혼의 본질적인 성격으로 보지 않고 우연적인 성질로 간주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깊은 수면의 상태에 빠질 때에는 우리의 영혼은 식의 성질을 갖지 않는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승론철학은 의근 manas이라는 것을 독립된 실체로 인정한다. 의근은 우리의 내적 감각기관 antarindriya으로서, 승론에 의하면 우리의 외적 감각기관들이 외적 대상들을 지각하듯이 영혼의 여러 상태들과 같은 내적 대상들을 지각하는 어떤 내적 감각기관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의근인 것이다.


즉 우리의 자아는 외적 감각기관을 통하여 외계의 사물들과 상대하며 의근이라는 내적 감각기관을 통하여는 자신의 상태들을 인식한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외적 감각기관들은 항시 그 대상들과 접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대상들이 동시에 다 지각되지 않는 것은 우리의 지각활동을 한 번에 하나씩으로 제한하는 어떤 요인이 있기 때문이라 한다. 이것이 의근의 기능으로서, 지각이란 의근의 주의가 감각기관을 통해서 들어오는 대상으로 향해져야만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의근은 감각기관을 통하여 들어오는 대상 세계와 자아와의 사이에 위치하는 것으로서, 그것을 통하여 자아는 세상과 접촉을 하며 인식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의근은 일종의 미세한 원자와 같아서 아무런 부분을 갖고 있지 않은 영원하고 통일적인 존재라고 한다. 만약에 마나스가 부분을 갖고 있다면, 그것의 활동도 분화될 수 있으며 우리는 많은 대상을 동시에 지각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각 자아는 각자의 의근과 관계하고 있으며 이 의근이 우리의 자아에다 개체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한다. 의근은 윤회의 과정을 통하여 자아를 동반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승론철학의 6범주 가운데서 실체 dravya의 개념을 살펴보았다. 승론철학의 둘째 범주는 성질 guna이다. 성질은 언제나 실체에 속하여서만 존재하며 그 자체는 아무런 성질이나 행위를 갖고 있지 않다. 성질은 어떤 사물의 성격이나 본성은 결정할 수 있으나, 그것의 존재와는 무관하다. 또한 행위와는 달리 성질은 실체의 움직이지 않는 수동적이고, 정적인 속성이다. 승론은 가장 기본적인 성질을 24종(색, 말, 수, 연장 등)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각종을 더욱 더 세분하여 고찰하지만 여기서는 생략한다.


승론은 세번째 범주로 행위, 혹은 연동 karma을 든다. 행위는 성질과 마찬가지로 실체를 떠나서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못하나, 성질과는 달리한 실체가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 타 실체와 접하거나 떨어지게 하는 원인이 되는 원리이다. 행위는 물론 어떤 성질도 갖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성질은 실체에만 속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 시간, 공간이나 영혼과 같은 편재적인 실체들은 운동이 있을 수 없다. 오로지 제한된 물체적 실체, 즉 지 수, 화, 풍, 의근에만 운동이 가능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그런 무제한한 것은 위치를 바꾸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승론은 행위를 다섯가지로 분류하는데 상투 utksepana, 하투 avaksepana, 굴 akuncana, 신 prasarana, 행 gamana 등이다.


네번째 범주는 보편 samanya이다. 즉, 한 사물을 다른 이름이 아닌 그 이름으로 부르게 하는 근거가 되는 공통적이고 본질적인 실재를 말한다. 유명론적인 견해와는 달리 승론에 의하면 보편은 단순히 우리 마음의 관념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사물에 내재하는 실재이다. 보편은 개물에 내재하며 그들이 가지는 공통성에 대한 관념, 즉 류개념의 기반이 된다. 보편은 그 범위에 따라 가장 높은 보편, 즉 유성 satta의 5개념과 가장 낮은 보편, 즉 고양이성 같이 일류의 사물 안에 국한된 보편, 그리고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은 보편, 예를 들면 실체성 dravyata과5) 같은 것으로 구분된다. 보편은 실체와 속성과 행위의 범주에만 내재한다.


보편이 사물의 공통성을 설명해 주는 것임에 반하여 승론의 5번째의 범주인 특수성은 부분을 갖지 않는 영원한 실체들 즉, 시간, 공간, 공, 의근, 영혼, 원자 등의 궁극적인 특수성 혹은 차이점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부분을 갖고 있는 사물들의 차이점은 부분들의 차이에 의하여 설명이 되지만, 부분이 없는 실체들의 차이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수성에 의하여야만 설명이 된다고 한다. 이 특수성은 영원한 실체들 속에 존재하므로 그 자체가 영원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승론철학은 내재 samavaya라는 범주의 실재성을 말한다. 승론에서는 사물과 사물간의 관계에 두 종류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연결 samyoga, conjunction이고 다른 하나는 내재 samavaya, inherence이다. 연결이란 한 사물과 다른 사물 사이의 잠정적인 외적 관계로서 그것이 없어도 그 사물은 존재할 수 있다. 연결이란 따라서 두 실체들이 가지는 우연적 성질 혹은 속성으로 간주된다. 반면에 내재의 관계는 영구적이고 불가분리의 관계로서 전체와 부분, 실체와 성질들과 같이, 하나가 다른 하나 안에 필연적으로 내재하는 관계인 것이다. 내재는 승론에 의하면 지각될 수 없으나, 정리 철학에서는 지각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상과 같은 여섯 가지 범주 외에도 '승론경'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10세기 이후의 승론철학의 저서들은 일곱번째의 범주 Padartha로서 부존 abhava을 들고 있다. 무엇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실재의 한 면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지식과 언어 pada는 대상 artha이 있게 마련이며 대상은 지식과는 별도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므로 부존이라는 것도 부존을 아는 지식과는 별도의 객관적 사실이라는 것이다. 승론철학은 네 가지 종류의 부존을 구별한다.


첫째는 전부존 pragabhava, 즉 어떤 사물의 생성 이전의 부존이다. 둘째는 후부존 pradhvamsabhava, 즉 사물의 파멸 후의 부존이며, 세째는 상호부존 anyonyabhava, 즉 한 사물이 다른 어떤 사물로 존재하지 않음으로써의 부존이다. 네째는 절대부존 atyantabhava, 즉 '토끼의 뿔', '허공의 꽃' 등과 같은 부존이다. 전부존이 없다면 모든 사물들이 시작이 없을 것이고, 후부존이 없다면 모든 사물이 영원할 것이고, 상호부존을 부인하면 사물들의 구별이 없어질 것이며 절대부존이 없다면 모든 사물들이 항상 어디에서나 있을 수 있게 된다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한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승론철학은 이상과 같은 7가지의 범주들을 단지 알아야 하는 지식의 객관적인 대상 padartha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들은 실재의 7가지 측면을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서, 승론철학은 이 범주론에 의하여 다양한 세계의 모습을 파악하고 있는 다원적 실재론의 철학이다. 상키야철학의 이원론이나 베단타철학의 일원론적인 세계관과 대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5) 마찬가지로 성질됨, 행위됨도 이런 부류의 유개념이다.

 

 

3. 신 불가견력, 해탈  ▲ 위로


승론철학도 인도의 전통적 세계관인 세계의 주기적인 창조와 해체를 받아들인다. 원자들의 결합과 해체에 의하여 물질세계는 창조되고 해체되는 것이다. 초기의 승론사상은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은 듯하나 후에 와서는 세계의 도덕적 성격을 설명하기 위하여 신의 존재를 받아들였다.6)


즉 원자의 결합과 해체는 맹목적이고 우연적인 과정이 아니라 온 우주의 대주재자 Mahesvara인 신의 창조와 파괴의지에 따른다는 것이다. 이 의지는 도덕적인 경륜을 배려하여 '불가견력 adrsta'이라고 불리는 개인영혼들의 보이지 않는 도덕적 공과에 따라서 그들에게 합당한 경험을 하도록 원자들의 운동을 조정한다는 것이다. 신은 이 영원한 원자들을 창조하지는 않았지만 지성을 결여한 맹목적인 원자들을 도덕적 법칙에 따라 움직이도록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은 세계의 능동인이며 질료인은 아니다.


승론철학에 의할 것 같으면 원자는 그 자체로서는 운동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하며, 오히려 개인의 영혼들 안에 존재하고 있는 불가견력에 의하여 운동이 전달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 불가견력 그 자체도 지성이 없는 맹목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결국 지성적인 신이 있어서 원자들의 운동을 도덕법칙에 따라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원자론에 입각한 승론철학은 서양철학에서처럼 유물론적인 결론으로 가지 않고 인도인 일반이 가졌던 도덕적 세계관에 적응하는 유신론적 원자론을 전개한 것이다.


인도의 다른 모든 학파들과 마찬가지로 승론철학도 자아의 해방에 그 최종목표를 두고 있다. 자아의 해방이란 자아가 아무런 속성이나 성질들을 지니지 않고 순수하게 그 자체로서 존재하며, 또한 그 안에 내세에서의 업보를 초래하는 어떠한 불가견력도 남아 있지 않게 된 상태를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승론철학에 대한 올바른 지식이 필요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자아의 본성이나 원자의 이론 등을 바로 알면, 이러한 지식은 우리의 모든 이기적 욕망과 행위들을 제거하게 된다고 한다.


승론철학은 인간의 행위를 자발적인 것과 자발적이 아닌 것으로 구별하며, 자발적인 행위는 욕망과 염악 dvesa에 근거한 행위로서, 이것만이 도덕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해탈이란 이러한 자발적인 행위가 모두 그쳐서 새로운 도덕적 공과가 축적되지 않고 과거에 축적된 공과가 서서히 진하여 버린 상태인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자아는 아무런 생각이나 감정이나 의지를 느끼지 않고 어떠한 의식도 없는 상태가 된다. 모든 속성을 떠나서 실체로서의 자아가 그 자체로서 존재할 따름인 것이다.


승론철학의 인식론은 현량, 즉 지각 pratyaksa과 비량, 즉 추론을 지식의 두 가지 타당한 방법으로 간주한다. 베다의 권위는 인정하지만 정리학파처럼 베다를 하나의 독립적인 타당한 지식의 방법으로 인정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베다에 나타난 진술들의 타당성은 그 저자들의 권위적인 성격으로부터 추론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교량(성스러울 성, 가르칠교)은 추론의 일종인 것으로 간주된다.


6) 프라샤스타파다의 '구의법강요'에서 처음으로 분명하게 세계를 창조하고 파괴하는 대주행신 Mahesvara의 개념이 나타나 있으며, 그후 우다야나와 슈리다라 등의 주석서 등에서 유신론적 사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되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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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백수, '인도철학연구', 제일, 제3권.  ▲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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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철학사] 8. 승론학파의 철학

[인도철학사] 제8장 승론학파의 철학 길희성: 서울대학교 문리대 철학과 졸업. 하바드대학교에서 비교종교학 전공.저서- Chinul, the Founder of the Korean Son Tradition현재 서강대학교 종교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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