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식

[신년수상] ‘인생난득’ 몸과 마음에 새기는 새해 되길

수선님 2026. 1. 18. 13:28

“사람으로 태어난 인연 지중히 여기고

불법, 그중 화엄 만난 가치 깊이 새기며

한 구절이라도 천 번 만 번 되새기라”

여천 무비 대종사는… 1958년 불국사로 출가해 1960년 여환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받았다. 덕흥사, 불국사, 범어사, 은해사를 거쳐 1964년 해인사 강원을 졸업하고 동국역경연수원에서 수학하였다. 이후 10여 년간 제방선원에서 수행하였으며 1976년 탄허 스님에게 〈화엄경〉을 수학하고 전법을 받았다. 통도사 강주, 범어사 강주, 은해사 승가대학원장, 조계종 교육원장, 동국역경원장, 동화사 한문불전승가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2018년 5월 조계종단 최고 법계인 대종사 법계를 품수했다. 현재 부산 범어사 화엄전에 주석하고 있으며, 문수선원 문수경전연구회에서 수백 명의 스님과 재가신도들에게 〈화엄경〉을 강의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 카페 ‘염화실’(2004년 개설)과 유튜브 채널 ‘무비 스님’(2020년 개설)을 통해 ‘염화실TV’라는 제목으로 동영상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불자 여러분, 새해가 밝았습니다.

목소리마저 다 쉬어 가고, 오늘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언제 생을 마칠지 모르는 자리에서 여러분에게 전하는 이 법어의 무게는 그 어느 날보다 무겁습니다.

제가 오래전부터 한결같이 붙들고 살아온 화두가 있습니다. 지금도 변함없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화두입니다.

“인생난득(人生難得), 불법난봉(佛法難逢), 화엄난견(華嚴難見)”입니다.

사람 몸 받기 어렵고, 불법을 만나기 어렵고, 그 가운데서도 화엄을 만나고 보는 일은 더욱 어렵습니다. 새삼스러운 말이 아닙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갈수록 이 말이 점점 더 새롭게 다가옵니다. 가장 오래된 말이 가장 새로운 말이 되고, 가장 흔한 말이 가장 값진 말이 됩니다.

이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생명 가운데서 사람으로 태어났습니다. 지구에 인구가 80억 명이 넘는다고 하지만,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많은 생명 가운데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사람 몸 받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인생을 가볍게 살지 말라는 경책입니다.

사람 몸을 받은 것만으로도 이미 감사할 일입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서 불법을 만났다면, 그 인연은 더욱 깊고 귀합니다. 불법은 단순한 지식이나 이론이 아닙니다. 불법은 사람을 바꾸는 힘입니다. 한 구절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고, 한 말씀이 평생의 방향을 돌려놓기도 합니다. 그래서 불법을 ‘촌철살인(寸鐵殺人)’이라고 합니다. 말은 짧지만, 그 힘은 사람 하나를 완전히 바꿉니다.

불법에는 여러 교설이 있고 여러 주장과 여러 길이 있습니다. 각자 옳다고 여기는 바가 다르다 보니 다툼이 생기고 분열도 생깁니다. 그래서 원효 스님은 화쟁(和諍)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분명히 말하고 싶습니다. 화쟁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닙니다. 화엄의 눈으로 보지 않으면 화쟁은 불가능합니다.

<화엄경(華嚴經)>을 만나기 어렵고, 화엄을 본다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원효 스님의 화쟁 또한 결국은 화엄 사상 위에서만 가능했습니다. 화쟁이란 불법에 대한 여러 교리를 모두 융화시키자는 뜻이며, 그 화쟁은 결국 <화엄경>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바다를 떠올려 보십시오. 부산 앞바다에서 물을 떠 마셔도 짠맛이고, 동해에서 마셔도 그 맛이며, 서해에서 마셔도 그 맛입니다. 그 바다에는 온갖 강물이 들어옵니다. 온갖 동물들의 오물과 사람이 쏟아부은 오물까지도 모두 흘러들어 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섞여도 바다는 바다의 맛 하나만을 냅니다. 짠맛입니다.

이것이 바로 화엄의 이치입니다. 사람들이 이 생각, 저 생각, 이 주장, 저 주장을 내세우지만 결국은 모두 한마음에서 나온 것입니다. 한마음,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자기주장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래서 다투는 것입니다. 자기주장만을 내세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늘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불자들은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인생의 가치를 더 깊이 인식해야 하고, 그 인생 가운데서 불법을 만난 가치를 더욱 깊이 새겨야 합니다. 여러 주장과 여러 생각이 있지만, 불법을 만났다는 사실만큼은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인생은 짧습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인생은 누구에게나 짧습니다. 그래서 급합니다. 그러기에 더더욱 많이 아는 것보다 한 구절이라도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나간 해도 그러했고, 다가오는 새해도 역시 그 정신으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원효 스님은 “장대교망 녹인천지어(張大敎網 漉人天之魚)”라고 했습니다. 부처님의 높고 큰 가르침을 널리 펼쳐 모든 사람과 모든 생명을 교화하겠다는 원력입니다. 큰 가르침의 그물을 활짝 펴서 인천(人天)의 고기를 모두 건져 올리겠다는 이 서원은 원효 스님 평생의 깃발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곧 부처님의 깃발이며, 제가 평생 붙들고 살아온 깃발이기도 합니다.

해당 삽화는 생성형 AI를 통해 제작했습니다.

불교에서는 오래전부터 말해 왔습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마음에서 나옵니다.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기시기 바랍니다.

장대교망 녹인천지어(張大敎網 漉人天之魚)

부처님의 높고 큰 가르침을 널리 펼쳐

모든 사람과 모든 생명을 다 교화하리라.

약인욕요지 삼세일체불 응관법계성 일체유심조(若人欲了知 三世一切佛 應觀法界性 一切唯心造)

만약 어떤 사람이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부처님을 알고자 한다면 응당 법계의 성품이 일체가 오직 마음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관찰하라.

제법종연생 제법종연멸 아불대사문 상작여시설(諸法從緣生 諸法從緣滅 我佛大沙門 常作如是說)

모든 법은 인연으로 생기고 모든 법은 인연으로 소멸한다. 우리 부처님 큰 사문께서는 항상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일체 조각이 있는 법은 꿈이요, 환영이요, 물거품이며 그림자와 같다.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갯불과 같으니 반드시 이와 같이 관찰하라.

이 이치는 한 번 들어서는 알기 어렵습니다. 나 역시 수십 년 동안 같은 말을 붙들고 살아왔습니다. 이해되지 않으면 또 읽고, 또 쓰고, 또 되새겨야 합니다. 옛말에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라 했습니다. 백 번 읽으면 뜻이 저절로 드러난다는 말입니다. 백 번 읽고도 모르겠다면 또 백 번 읽어야 합니다. 읽고 모르면 또 읽으십시오. 불법은 그렇게 반복 속에서 몸과 마음에 스며듭니다.

사람들은 흔히 철이 들었다고 말합니다. 철이 들었다는 것은 나이가 들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지혜가 났다는 뜻입니다. 어느 순간 가슴으로 알게 되는 때가 옵니다. 그때는 누가 설명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됩니다.

새해라고 해서 특별한 길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으로 태어난 인연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불법을 만난 가치를 깊이 새기며, 한 구절이라도 허투루 넘기지 않고 천 번 만 번 되새기는 것. 그것이 새해를 맞는 불자의 길입니다.

나는 평생 이 말 하나를 붙들고 살아왔고 올해도,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이 말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다시 강조합니다.

“인생난득(人生難得), 불법난봉(佛法難逢), 화엄난견(華嚴難見)”입니다.

 

 

 

 

 

 

 

 

 

[신년수상] ‘인생난득’ 몸과 마음에 새기는 새해 되길 - 현대불교

불자 여러분, 새해가 밝았습니다.목소리마저 다 쉬어 가고, 오늘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언제 생을 마칠지 모르는 자리에서 여러분에게 전하는 이 법어의 무게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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