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 12

靜觀集 정관집(一禪 일선)

靜觀集 정관집(一禪 일선) ​ 話頭鳥 화두새 ​ 各各話頭鳥 각각의 화두새가 時時勸話頭 수시로 화두를 권하네. 禪窓終夜臥 참선하는 창문 가에 밤새도록 누워 聞此可無羞 이를 듣고 있으면 부끄럽지 아니하랴! ​ 贈盲聾禪老 맹롱(盲聾) 노선사에게 드림 ​ 不聞聞自性 듣지 않으면 자성(自性)을 듣고 無見見眞心 보지 않으면 진심(眞心)을 보네. 心性都忘處 자성과 진심일랑 모두를 잊은 곳에 虛明水月臨 텅 비고 밝은 물과 달을 만나리라. ​ 臨終偈 임종게 ​ 三尺吹毛劍 세 척의 취모검 多年北斗藏 여러 해 동안 북두성에 감춰져 있다가 太虛雲散盡 태허(太虛)에 구름 다 흩어지고 나니 始得露鋒鋩 비로소 그 칼날 드러나누나. ​ 不忘記 불망기-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한 글 ​ 世間何有所 이 세상에 가진 게 무엇이 있나? 身外更..

시선집 2023.08.27

淸虛堂集 청허당집(休靜 휴정)

淸虛堂集 청허당집(休靜 휴정) ​ 佛日庵 불일암(佛日庵)1) ​ 深院花紅雨 깊은 절 붉은 꽃비 長林竹翠煙 긴 숲 대나무는 푸른 안개. 白雲凝嶺宿 흰 구름은 고개에 엉기어 잠 자고 靑鶴伴僧眠 푸른 학은 스님과 함께 졸고 있네. 1) 불일암(佛日庵) :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 지리산에 있는 암자. 신라 말 에 진감국사(眞鑑國師)가 창건하였고, 고려시대에 보조국사(普照國師)가 중창 하여 수도도량으로 삼은 뒤 불일암이라 하였다. ​ 登天王峰 천왕봉(天王峰)2)에 올라 2) 천왕봉(天王峰) : 지리산의 최고봉. 높이 1915m. ​ 仲秋一陣風 한 바탕 부는 가을 바람에 雲散月輪孤 구름이 흩어지자 달 덩어리 하나. 登高望復望 높이 올라 보고 또 보니 八表元無隅 사방 팔방 펼쳐져 모퉁이가 없구나. 萬國如蟻垤 ..

시선집 2023.08.13

虛應堂集 허응당집

普雨 보우 虛應堂集 허응당집 ​ 禪心詩思 爭雄不已 선(禪)의 마음과 시(詩)의 생각이 영웅을 다툼 ​ 詩魔禪將兩爭雄 시(詩)의 마귀와 선(禪)의 장군이 서로 영웅을 다투어 愁殺天君日夜攻 밤낮으로 공격하여 마음을 근심스럽게 하네. 將必遜魔興筆陣 장군이 마귀에게 지면 붓의 기세가 일고 魔應輸將倒邪鋒 마귀가 장군에게 지면 삿된 칼날 꺾이네. 難兄難弟魔情快 마귀의 기운이 발랄하니 난형난제요 無弱無强將氣濃 장군의 기상이 왕성하니 강약이 없네. 安得二讎俱打了 어떻게 하면 두 원수를 다 물리쳐 大平家國任從容 태평한 나라에서 조용하게 지내볼꼬. ​ 睡餘聞鍾卽事 잠을 자고 난 뒤 종소리를 듣고 ​ 睡餘閑捲箔 잠을 자고 나서 한가로이 발을 걷으니 雨後轉靑山 비 온 뒤라 산 더욱 푸르구나. 何處雲邊寺 구름 곁 어디가 절인지..

시선집 2023.08.06

涵虛堂得通和尙語錄 함허당득통화상어록

涵虛堂得通和尙語錄 함허당득통화상어록 ​ 般若歌 반야의 노래 ​ 有心求處元無迹 마음을 가지고 찾아보면 아무런 흔적 없고 不擬心時常歷歷 마음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항상 또렷해. 於中坐臥及經行 그 가운데 앉고 눕고 걸어다니지만 不須擬心要辨的 마음으로 생각하지 않아야 분명해지네. ​ 閑則閑閑忙則忙 한가하면 한가하고 바쁘면 바쁘며 困來伸脚飯來噇 피곤하면 다리를 뻗고 먹을 때는 먹는다. 不離日用常無事 늘 쓰고 있으면서도 항상 일이 없으니 一道寒光無處藏 한 줄기 차가운 빛도 감출 곳 없어라. ​ 長靈一物在目前 신령한 한 물건이 눈 앞에 있으니 亦能同地亦同天 또한 능히 땅과 같고 하늘과 같도다. 眼見耳聞無聲色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나 소리와 빛은 없고 展去廻來常寂然 펼쳐지기도 하고 되돌려지기도 하지만 항상 고요하네. ​..

시선집 2023.07.30

懶翁和尙歌頌 나옹화상가송

懶翁和尙歌頌 나옹화상가송 ​ 翫珠歌 보배구슬 가지고 노는 노래 ​ 這靈珠極玲瓏 이 신령한 구슬은 지극히도 영롱하니 體徧河沙內外空 몸은 갠지즈 강의 모래알만큼 되면서도 안팎이 비었고 人人帒裏堂堂有 사람들의 몸뚱이 속에 당당히 있으면서 弄去弄來弄莫窮 이리 저리 가지고 놀며 끝이 없어라. ​ 或摩尼或靈珠 마니주라 하기도 하고 신령스런 구슬이라 하기도하니 名相雖多體不殊 이름과 모양은 달라도 몸은 다르지 않네. 刹刹塵塵明了了 무수한 세계 어디서나 밝고 뚜렷하나니 還如朗月滿江秋 밝은 달이 가을 강에 가득 비치는 것과도 같네. ​ 飢也他渴也他 굶주리는 것도 그것이고 목마른 것도 그것이니 知渴知饑不較多 목마름을 아는 것과 배고픔을 아는 것이 대단하지 않도다. 晨朝喫粥齋時飯 아침에는 죽을 먹고 낮에는 밥을 먹으며 困則打..

시선집 2023.07.16

太古和尙語錄 태고화상어록

太古和尙語錄 태고화상어록 ​ 太古庵歌 태고암(太古庵)1) 노래 1) 태고암(太古庵) : 경기도 고양시 북한산에 있던 절. 태고 보우가 처음 세웠으나 6·25 전쟁 때 불타 없어졌다. 보우는 1341년에 이 절을 짓고 5년 동안 주석하면 서 이 시를 지었다. ​ 吾住此庵吾莫識 내 이 암자에 살아도 내가 알지를 못하니 深深密密無壅塞 깊고 빽빽하여도 옹색함이 없도다. 凾盖乾坤沒向背 하늘과 땅 다 덮어 방향이 없고 不住東西與南北 동·서·남·북 어디에도 머물지 않네. ​ 珠樓玉殿未爲對 주옥같은 전당 누각과 견줄 수 없고 少室風規亦不式 소림사의 법규 따위도 만들지 않네. 爍破八萬四千門 팔만사천법문을 다 녹이고 깨트리니 那邊雲外靑山碧 저쪽 구름 바깥에 청산이 푸르구나. ​ 山上白雲白又白 산 위의 희고 흰 구름 山中流..

시선집 2023.07.09

白雲和尙語錄 백운화상어록

白雲和尙語錄 백운화상어록 ​ 居山 산에 살며 ​ 夢幻年光過耳順 몽환 같은 세월 60년을 지났으니 孤山村塢也相宜 고산암(孤山菴)1) 시골 마을이 적당하리라. 飢來喫食困來睡 배 고프면 밥 먹고 피곤하면 잠자니 李四張三都不知 누가 누구인지 도무지 알지 못하네. 1) 경한이 김포에 있는 고산암에 주석한 것은 71세 때인 1369년이다. ​ 一念不生全體現 한 생각 생겨나지 않으니 전체가 드러나는데 此體如何得喩齊 이 본체를 어떻게 비유할 수 있을까? 透水月華虛可見 물에 비치는 달빛은 비어도 볼 수가 있지만 無心鑑象照常空 무심(無心)의 거울에 비치는 상은 항상 공(空)이라. ​ 洞中流水如藍染 골짜기에 흐르는 물은 쪽빛에 물든 것같고 門外靑山畫不成 문 밖의 청산은 그림으로도 그릴 수 없는 것. 山色水聲全體露 산색과 물..

시선집 2023.07.02

圓鑑國師歌頌 원감국사가송

圓鑑國師歌頌 원감국사가송 ​ 幽居 은거 ​ 棲息紛華外 번잡하고 화려함을 벗어난 곳에 살며 優游紫翠間 자연의 빛 가운데서 즐겁게 노니네. 松廊春更靜 소나무 행랑은 봄이라 더욱 고요하고 竹戶晝猶關 대나무 사립문은 낮인데도 잠겨 있네. 檐短先邀月 처마가 짧다 보니 달을 먼저 맞이하고 牆低不礙山 담장이 낮아 산을 가리지 않네. 雨餘溪水急 비 온 뒤 계곡물은 빠르게 흐르고 風定嶺雲閑 바람이 잔잔해지니 고개 위 구름 한가하구나. 谷密鹿攸伏 골짜기가 빽빽하여 사슴이 깃들고 林稠禽自還 숲이 울창하여 새들이 절로 모여드네. 翛然度晨暝 아침 저녁 금방 지나가는 속에 聊以養疎頑 그저 허술하고 완고한 성품을 기르노라. ​ 至元九年壬申三月初入定惠作偈示同梵 1272년 3월 초 처음 정혜사(定惠寺)1)에 들어가 게송을 지어 스님들..

시선집 2023.06.25

眞靜國師湖山錄 진정국사 호산록

萬德山白蓮社第四代眞靜國師湖山錄 만덕산 백련사 제4대 진정국사 호산록 ​ 次韻答林秘書桂一 비서(秘書)1) 임계일(林桂一)2)이 보내준 시의 운에 맞춰 답함〉 1) 비서(秘書) : 고려시대 경적(經籍)의 관리를 맡았던 비서성(秘書省)을 총괄하던 관리. 2) 임계일(林桂一) : 당시 좌습유(左拾遺)·비서(秘書) 등의 벼슬을 하였던 관리로, 천인(天因)의 시집에 서문을 쓰는 등 불교계와 깊은 교류를 하였던 인물로 추정 된다. ​ 遊戱曾拋夢幻中 일찍이 꿈과 환상 속의 장난질 그만두고 年來屛跡一庵空 근자에는 텅빈 암자 하나에 자취를 숨기었네. 捲簾依舊天台月 발을 걷으니 변함없이 천태산3)의 달이 보이고 揮塵惟揚鷲嶺風 영취산 바람은 먼지를 불어가네. 不顧殘生多怯弱 겁 많고 나약한 남은 인생 고려하지 않고 唯思妙法廣流..

시선집 2023.06.18

無衣子詩集 무의자시집

無衣子詩集 무의자시집 ​ 爲鎭兵作偈吿衆 적병을 물리치기 위해 게송을 지어 대중에게 알림1) 1) 혜심이 입적하기 3년 전인 1231년부터 몽골의 침입이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이 시기에 쓰여진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거의 말년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 各曾初發菩提心 각자가 처음에 발하였던 보리심 不爲一身求獨脫 일신만의 해탈을 위해서는 아니되네. 方今干戈日競起 이제 전쟁이 날로 드세어지니 四海人民苦相殺 세상의 인민들이 서로 죽이느라 애쓰네. 藏頭穩坐愛自便 머리를 움츠리고 편안히 앉아 자신을 보존한다면 有智無悲豈菩薩 지혜만 있고 자비는 없는 것이니 어찌 보살이리오. 敢請蕞誠力鎭兵 감히 청하노니 작은 정성으로나마 적병을 물리쳐서 愛君憂國心如渴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걱정하기를 목마른 듯 하소서. ​ 贈仙..

시선집 2023.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