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행성적 사유 앞에서삶의 풍경을 송두리째 바꾼 코로나19 팬데믹은 3년 4개월 만에 종식되었다. 아직도 이 파국의 여진은 남아 삶의 곳곳에서 고통이 잇따르고 있다. 지금 전 세계인들이 겪고 있는 경제위기뿐만 아니라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정서적 단절감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팬데믹을 견뎌낸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하지만 세상일이 대개 그러하듯 고통의 강도는 성찰의 깊이와 무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러한 삶의 난경을 통과하면서 우리는 인류 전체가 하나로 연결된 운명공동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팬데믹은 ‘아우르다’라는 뜻의 접두어 ‘pan’과 ‘사람’을 뜻하는 ‘demos’가 결합된 파생어이다. 인류 전체를 아우른다는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기간은 서로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