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공간 54

순치황제 출가시(順治皇帝出家詩)

순치황제 출가시(順治皇帝出家詩) 天下叢林飯似山 (천하총림반사산)곳곳이 수행처요, 쌓인 것이 밥이거늘 鉢盂到處任君餐 (발우도처임군찬) 어데 간들 밥 세 그릇 걱정하랴 !黃金白璧非爲貴 (황금백벽비위귀) 황금 백옥이 귀한 줄 아지 마소惟有袈裟被最難 (유유가사피최난) 가사 얻어 입기 무엇보다 어려워라.朕乃大地山河主 (짐내대지산하주) 내 비록 산하대지의 주인이련만憂國憂民事轉煩 (우국우민사전번) 나라와 백성 걱정 마음 더욱 시끄러워百年三萬六千日 (백년삼만육천일) 백년 삼만육천날이不及僧家半日閒 (불급승가반일한) 승가에 한나절 쉼만 못하네悔恨當初一念差 (회한당초일념차) 부질없는 한 순간의 잘못으로黃袍換却紫袈裟 (황포환각자가사) 붉은 가사 벗고 누른 곤룡포 입었네我本西方一衲子 (아본서방일납자) 내 본디 서천축(西天竺) ..

지혜의 공간 2024.12.29

<생종하처래(生從何處來) 사향하처거(死向何處去)> -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공수래공수거시인생(空手來空手去是人生) 생종하처래生(生從何處來) 사향하처거(死向何處去)생야일편부운기(生也一片浮雲起) 사야일편부운멸(死也一片浮雲滅) 부운자체본무실(浮雲自體本無實) 생사거래역여연(生死去來亦如然)독유일물상독로(獨有一物常獨露) 담연불수어생사(湛然不隨於生死)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인 것을. 태어남은 어디서 오며 죽음은 어디로 가는가? 태어남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은 한 조각 구름이 사라지는 것인데, 뜬구름이 본래 실체가 없듯 삶과 죽음도 실체 없기는 마찬가지라. 한 물건이 항상 홀로 이슬처럼 드러나 담담히 생사(生死)에 걸림 없어라.」항간에서는 위 시의 작자를 고려 말의 나옹 혜근(懶翁 惠勤, 1320∼1376)이라고도 하..

지혜의 공간 2024.12.15

무위진인(無位眞人)과 무위진인(無爲眞人)

무위진인(無位眞人)과 무위진인(無爲眞人) 백제의 미소(관음상)‘무위진인(無位眞人)’은 무의도인(無依道人)과 같은 말이다.‘무위진인(無位眞人)’과 ‘무의도인(無依道人)’ 모두 임제(臨濟義玄, ?~867) 선사의 에 나오는 말로서 어떤 틀에도 구속되지 않고 모든 범주를 초월한 자유인, 해탈을 이룬 사람, 깨달음을 얻은 참사람, 세상 잡사에 물들지 않고 구애 받지 않은 자유인을 일컫는다. 그리고 무위진인(無爲眞人)은 원래 도가(道家)에 이르는 말로서 격의불교(格義佛敎) 당시 불교에서 차입해 사용하기도 했고, 근래에 원불교 측에서 자주 사용하는 것 같다. 두 단어가 발음도 비슷하고 개념도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르므로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간단히 말해서, 무위(無位)는 ‘지위 없음’이고, 무위(無爲)는 ‘함이 없..

지혜의 공간 2024.11.03

「산은 산이요(山是山), 물은 물이로다(水是水)」

「산은 산이요(山是山), 물은 물이로다(水是水)」참 평이한 말이다. 초등학생도 말할 수 있는 이 평이한 말이선가(禪家)의 법어로 회자하게 된 것은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일까?이 말이 처음 선가에 나오게 된 유래는 살펴보면중국 송(宋)나라 때 선승인 청원행사(淸原行思)가 한 말로송(宋)대에 발간된 전등서(傳燈書)인「오등회원(五燈會元)」에서 비롯된다. ​「오등회원(五燈會元)」은 중국 남송대(南宋代)의 선승(禪僧)보제(普濟): 1178∼1253)의 지휘 아래 그의 제자들과기존의 불조(佛祖) 전등록(傳燈錄)들을 정리 재편집하여송나라 보우 원년(寶祐元年: 1253)에 간행된 전등서로그 뒤 원나라 말기인 지정 2년(至正二年: 1364)에 중각된 뒤로도여러 번 증각 되었다. 보제(普濟)의 속성은 장씨(張氏)‚호..

지혜의 공간 2024.10.20

경허 성우선사 행장(鏡虛 惺牛禪師 行狀)

30여 년 전인가? 최인호(崔仁浩. 1945~2013)의 "길 없는 길" 1~4권을 단박에 읽고 앞서 소개한 경허선사의 게송(偈頌) "세여청산하자시(世與靑山何者是)"를 소개한 바 있다. 당시 주말이면 자주 찾았던 청계산 청계사(淸溪寺)는 경허가 태어난 해에 부친을 여의고 9살에 경기도 의왕에 있는 이곳에서 출가했다. 경허(鏡虛)는 1846년부터 1912까지 살았던 조선 말기의 승려다. 일자무식이었던 그는 17세에 글을 배우기 시작하여 사서삼경(四書三經)과 불교경론(佛敎經論), 제자백가(諸子百家)를 섭렵(涉獵)했고 31세 때 깨달음을 얻어 서산대사 이후 맥이 끊겼던 선종의 계보를 이은 실존인물이다. 이미 고인이 된 가톨릭 신자인 최인호는 경허의 행적을 세밀히 추적, 심도 있는 내용으로 그 당시 불교를 몰랐..

지혜의 공간 2024.09.22

冶父道川 (야부도천)

冶父道川 (야부도천)중국 송나라 때 임제종 스님이다 강소성 고소 옥봉 사람으로서 속성은 적 狄씨 이다처음 동제겸 스님 밑에서 공부 하다가 크게 깨치고건염1127ㅡ1130초에 천봉으로 가서정인사 淨因寺 반암 계성 문하에서 인가를 받고 그의 법을 이어 임제종의 후손이 되었다뒷날 동제 스님에게 돌아가 법을 펼치니출가한 사람들과 세상 사람들이 그의 법력을 흠모 하였다금강경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질문에 스님이 게송으로 답하니이것이 유명한 천로금강경주 川老金剛經註이다안휘성 야부산 실제선원 주지를 역임 하였지만언제 태어나 언제 입적 했는가는 확실 하지 않다​​방복은명주(蚌腹隱明珠): 조개 속에 진주가 들어 있듯.석중장벽옥(石中藏碧玉): 돌 속에 옥이 감추어 있듯.유사자연향(有麝自然香): 사향을 지니면 저절로 향기로운..

지혜의 공간 2024.09.08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난해하고 긴 문장이라서 두 번으로 나누어 보내드립니다.​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Ⅰ(山 是山, 水 是水)​“산은 산이요(山 是山, 산 시산),물은 물이로다(水 是水 수 시수)”라는 말이 있습니다.​‘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참으로 평이한 말입니다. 초등학생도 말할 수 있는이렇게 쉬운 말이 선가(禪家)의 법어로 회자하게 된 것은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일까요?​이 말이 처음 선가에 나오게 된 유래는 살펴보면중국 송(宋)나라 때 선승(禪僧)인 청원행사(淸原行思)가한 말로 송(宋)대에 발간된 전등서(傳燈書)인 ’오등회원(五燈會元)’에서 비롯됩니다.​‘오등회원(五燈會元)‘은 중국 남송대(南宋代)의 선승(禪僧)보제(普濟-1178∼1253)의 지휘 아래 그의 제자들과 함께기존의 불조(佛祖) 전등록(傳燈錄..

지혜의 공간 2024.06.30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 나옹선사

懶翁禪師(나옹선사)의 詩  靑山兮要我以無語 (청산혜요 아이 무어)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蒼空兮要我以無垢 (창공혜요아이무구)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聊無愛而無憎兮 (료무애 이무증혜)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如水如風而終我 (여수 여풍 이종아)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靑山兮要我以無語 (청산혜요 아이 무어)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蒼空兮要我以無垢 (창공혜요 아이 무구)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聊無怒而無惜兮 (료무노 이무 석혜)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如水如風而終我 (여수 여풍 이종아)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나옹선사 (1262-1342) ;                   고려 말기의 ..

지혜의 공간 2024.06.30

<마음의 속성, ― 그 실체는 없다>

​​ 제18분 「일체동관분」에 나오는 「과거의 마음, 현재의 마음, 미래의 마음」에 관한 구절이다. 「如來說諸心 皆爲非心 示名爲心 所以者何 須菩提 過去心 不可得 現在心 不可得 未來心 不可得 - 여래가 말하는 모든 마음은 마음이 아니라 그 이름이 마음일 뿐이다. 그 까닭은 수보리야 과거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으며, 미래의 마음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먼저 ‘마음은 마음이 아니라 그 이름이 마음일 뿐이다’라는 구절을 보자. 「A는 A가 아니다. 그 이름이 A일뿐이다.」라는 구성의 문장은 에 단골로 나오는 즉비(卽非) ― 초월의 문장이다. 즉비(卽非)란 어떤 개념이나 명제를 세웠다 하면, 세운 즉시 부정 ― 지양함으로써 어떤 대상에 꺼들리지 않고, ― 집착하지 않고, 초월하도록..

지혜의 공간 2024.06.16

삼장 법사 현장

삼장 법사 현장  현장법사(玄奘: 602년 ~ 664년)는 수나라 시대 강릉 현령 진혜의 넷째 아들로 불교를 신봉하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종교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그는 둘째 형 진소를 따라 열한 살 때 출가했다. 그가 공부에 매진할 당시 당나라에는 제대로 번역된 불경이 많지 않아서 교리 해석에 많은 논쟁이 따랐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구법승들이 목숨을 건 험난한 여정에도 서역행을 고집했다. 현장 또한 당시의 구법승들처럼 불교의 발원지인 천축국으로 가서 불경을 구하고자 했으나, 나이가 너무 어려 무산되었다가 스물아홉 살이 되어서야 서역으로 떠날 수 있었다. 현장은 불경 번역가로 흔히 현장삼장(玄奘三藏)이라 한다. 10세 때 형을 따라 낙양의 정토사에서 불경을 공부하다가 13세에 승적에 이름을 올려 현장..

지혜의 공간 2024.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