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24

어떤 수행자 - 법정 스님

어떤 수행자 ​ 법정 스님 ​ 불교 교단에서 초기 출가 수행자의 생활은 한 마디로 말해서 두타행이었다. 두타는 범어 두타(dhuta)를 음역한 것인데, 털어버린다는 뜻이다. 번뇌의 때를 털어버리고 의식주에 탐착하지 않고 오로지 불교의 수행에 전념하는 것을 말한다. 그때의 출가 수행자는 다음 네 가지 사항을 죽을 때까지 지키려고 했다. ①출가 수행자는 걸식해야 하고, ②분소의(糞掃衣, 누덕누덕 기운 옷)를 입어야 하고, ③나무 밑에서 앉거나 자야하고, ④병이 났을 때는 진기약(陳棄藥)을 써야 한다. 이것이 출가자가 지켜야 할 네 가지 의지처이다. 인도의 수행자들은 예전부터 전통적으로 걸식에 의해 살아왔다. 그것도 한 끼만을 먹었다. 비구란 걸사(乞士)를 가리킨 말이다. 옷은 세상 사람들이 버린 천 조각을 ..

법정스님 2023.12.31

법구경 : 진리의 말씀

법구경 : 진리의 말씀 종교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할 때가 있었다. 위정자들이 종교를 정치의 방편으로 선택했던 역사가 많았기에 종교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물론 지금도 종교에 대해 완전히 그 사상을 수용하거나 사후세계를 인정하지는 않는다. 편안하고 안락한 삶이 사후에 있다면 그것은 지루함과 고통이 가득한 삶과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힘듦과 괴로움이 있지만 순간순간 느끼는 기쁨과 행복감에 이곳이 천국이나 극락과 같다고 생각하며 산다. 忙中閑(망중한)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 ​ 법구경은 ‘진리의 말씀’이라는 ‘담마파다’를 한자로 번역해 놓은 것을 말하며, 많은 나라에서 반드시 읽어야할 교양서적으로 꼽힌다. 나 또한 대학 때부터 읽기 시작하여 몇 번을 상황 변화에 따라 달리 읽어 왔..

법정스님 2023.10.22

숫타니파타 전문 - 법정스님

불교 최초의 경전 - 법정 옮김 숫타니파타 다시 이 책을 내며 1 一. 뱀의 비유 3 뱀의 비유 3 소치는 아이 5 무소의 뿔 7 밭 가는 사람 11 대장장이 춘다 13 파멸 14 천한 사람 16 자비 20 설산에 사는 자 21 알라바카 야차 24 극복 26 성인 28 二. 작은 장 29 보배 30 비린 것 32 부끄러움 33 더 없는 행복 34 수칠로마 야차 35 이치에 맞는 행동 36 바라문에게 어울리는 일 37 배 41 어떠한 도덕을 가질까 41 배움 42 라훌라 43 수행자 방기사 44 올바른 수행 46 제자 담미카의 물음 48 三. 큰 장 51 출가 51 정진 53 훌륭하게 말해진 것 55 불을 섬기는 사람 순다리카 57 젊은 마가의 물음 61 방랑하는 수행자 사비야 64 바라문 세라 69 화살..

법정스님 2023.02.19

법정스님의 어록

법정스님이 떠난지 벌써 10주기가 되었습니다. 법정스님은 불교계 뿐만아니라 이 시대의 대표적인 명문장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방대한 독서량, 경전 공부와 수행을 바탕으로 한 스님의 소중한 말과 글은 현대인들에게 감명을 주었고 출간 될 때 마다 베스트 셀러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스님에게 대한 만인의 사랑과 관심이 끊이지 않은 것은 그 무엇일까? 스님은 한결같이 글과 언행이 일치했었고 자기 관리가 엄격했습니다. 스님은 아무도 모르게 후원하는 등 선행을 많이 하셨습니다. 인세는 대학교를 다닐 등록금이 없던 학생들을 위해 전달 되었습니다. 보시를 했다는 생각조차 하지 말라는 고차원적인 무상보시(無相布施)이며 회향(回向)정신을 몸소 실천한 것입니다. 이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마태복음 ..

법정스님 2023.02.12

성철 스님을 그리며 - 법정 스님 -

성철 스님을 그리며 성철(性徹, 1912~1993) 큰스님 입적 소식을 듣고 이튿날 해인사 퇴설당에 모셔진 스님의 영전에 분향하고 마주 서니 실로 감회가 무량했다. 2년 전 바로 이 방에서 스님을 친견했던 일이 마지막 대면이 될 줄은 미처 몰랐었다. 내게는 또 이 퇴설당이 선문(禪門)에 첫걸음을 내디딘 인연 터이기도 하다. 퇴설당(堆雪堂)은 원래 해인사의 선원(禪院)이었다. 선종의 제2조인 혜가(慧可) 스님이 달마대사를 찾아가 허리께까지 눈이 쌓이도록 물러가지 않고 법을 구해 몸과 목숨을 돌보지 않았던 구도의 고사에 서 유래된 이름이다. 그래서 정면 벽에 혜가(慧可)의 설중단비도(雪中斷臂圖)가 걸려 있었다. 선원(禪院)이던 퇴설당이 방장실(方丈室)로 개조된 것은 근래의 일이다. 성철(性徹) 큰스님을 내가..

법정스님 2022.11.27

지옥과 천당은 먼 데 있지 않다 - 법정 스님

지옥과 천당은 먼 데 있지 않다 봄은 밖에서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 안에서도 봄은 움튼다. 천지에 봄기운이 넘칠 때 우리 마음속에서도 스멀스멀 봄기운이 기지개를 켠다. 남쪽에서 불어오는 꽃 소식에 맞추어 응달의 잔설을 접어둔 채 내 둘레에 봄맞이 채비를 했다. 3월 한 달을 일꾼들과 어울려 집일을 했다. 지난겨울이 너무 추워서 허물어진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저기 눈에 꺾인 설해목이 있어 그걸 잘라서 끌어들이느라고 애를 많이 썼다. 일꾼들과 함께 일을 하다보면 그 사람이 지닌 솜씨와 더불어 그 인품까지 엿볼 수 있다. 이번에 새로 사귄 박 씨는 참으로 믿음직한 일꾼이다. 아버지 대에서부터 미장일을 해 왔다는 40대 후반인 그는 지금까지 내가 겪은 일꾼 중에서 첫째로 꼽힐 만큼 뛰어나다..

법정스님 2022.11.20

법정스님과 어머니 만남

법정스님과 어머니 만남 어머니는 아무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 오셨다. 광주에 가는 길에 두어 번 뵌 적이 있는데 떠나려 하자 어머니는 골목 밖까지 따라 나오면서 눈물지었다. 어머니는 아들의 손에 꼬깃꼬깃 접은 돈을 쥐어 주었다. 그 돈을 쓸 수가 없었다. 오랫동안 간직하다가 절의 불사에 어머니의 이름으로 시주를 했다. 그 어머니가 고모네 딸을 앞세우고 불일암까지 올라오신 것이다. 어머니를 모셔 들이고 손수 정성껏 밥을 짓고 국을 끓여 정심 상을 차렸다. 어머니는 밥을 드시면서 가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셨다. "어째 외롭지 않냐?" 텅 빈 공간을 둘러보며 하는 말씀이었다. "외롭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물이 앞을 가렸다. 속가에 있었다면 어머니는 며느리도 손자 손녀도 보았을 터였다. 주무시고 가라고 ..

법정스님 2022.09.11

부처님 오신 날이 아니라 부처님 오시는 날

부처님 오신 날이 아니라 부처님 오시는 날 2006년 5월 5일 부처님오신날 법정스님 길상사가 위치한 성북동에는 외국 공관이 많기 때문에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이면 근처 많은 외국인들이 연등 구경을 하러 절을 찾는다. 올해는 3천여 개의 연등이 걸렸다. 한국 조각계의 거장이며 천주교 신자인 최종태 선생이 2000년 4월에 화강암으로 제작한 마리아상을 닮은 관세음보살상도 근처 가톨릭 수도원의 사제와 수녀들을 자주 초대한다. 이날 스님은 법문을 하기 위해 여느 때처럼 강원도 오두막에서 어두운 새벽에 출발해 먼 길을 왔다. 절 마당에서 마주친 벽안의 서양인 여성이 스님에게 합장하며 인사를 건넸다. “Happy Buddha's birthday !(부처님 생일을 축하합니다)” 그러자 스님도 합장하며 그 여성에게 화답..

법정스님 2022.05.08

즉시현금 갱무시절(卽是現今 更無時節)

즉시현금 갱무시절(卽是現今 更無時節) 법정 스님 卽是現今 更無時節(즉시현금 경무시절) 바로 지금이지 다시 시절은 없다. 임제 선사의 어록 중에서 좋아하는 한 구절 '즉시현금 갱무시절' 이라고 쓴 족자를 걸어 놓으니 낯설기만 하던 방이 조금은 익숙해졌다. 바로 지금이지 다시 시절은 없다는 말. 한번 지나가 버린 과거를 가지고 되씹거나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기대를 두지 말고, 바로 지금 그 자리에서 최대한으로 살라는 이 법문을 대할 때마다 나는 기운이 솟는다. 우리가 사는 것은 바로 지금 여기다. 이 자리에서 순간순간을 자기 자신답게 최선을 기울여 살 수 있다면, 그 어떤 상황 아래서라도 우리는 결코 후회하지 않을 인생을 보내게 될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지 다른 시절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의 ..

법정스님 2022.05.08

효봉(曉蜂) 선사 일대기 - 법정 스님

효봉(曉蜂) 선사 일대기 법정 스님 ■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낙엽이 지고 있다. 움이 트고 잎이 피어나고 곱게 물이 들더니, 이제는 또 한 잎 두 잎 가을바람에 실려 쓸쓸히 지고 있다. 빈 가지들은 허허로운 하늘 아래서 긴 겨울의 침묵을 맞으리라. 새봄이 올 때 까지는. 이것은 조용한 우주 질서, 무량겁을 두고 되풀이될 하나의 생명현상이다. 인간도 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나서 자라다가 늙고 병들어 죽어가는 것을 벗어 날 수가 없다. 이런 현상은 불가(佛家)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생(生)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사(死)란 한 조각 뜬구름이 이 스러짐이라. 구름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다. 나고 죽음 또한 그러한 것일래. 한 물건 있어 항상 또렷하니, 그건 고요해서 생사에 따르지 않..

법정스님 2022.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