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세계 189

조당집 제2권[3], 제29조-제32조, 혜가, 승찬, 도신, 홍인

조당집 제2권[3] [제29조. 혜가 선사] 慧可 선사는 무뢰武牢 사람이며, 성은 희姬씨이다.아버지 적寂은 당초 아들이 없어서 그 부인과 생각하기를,‘우리는 지극히 선한 가문인데도 자식이 없으니 참으로 슬프구나. 어느 성현께서 굽어 보살펴 주시려나’ 했는데,후위의 여섯째 왕인 효문제孝文帝 영의永宜 15년 정월 초하루 저녁에 광명이 온 집안에 두루 하는 상서가 나타난 뒤로 태기가 있어 아들을 낳아 이름을 광광光光이라 하였다. 나이 15세에 9경經을 통달해 외웠고, 30세가 되자 용문龍門의 향산사香山寺로 가서 보정寶靜 선사를 섬기면서 항상 정定과 혜慧를 닦았다. 출가한 후에는 동경東京의 영화사永和寺로 가서 구족계를 받았고, 32세가 되자 다시 향산사로 돌아와서 스승을 섬겼는데, 다시 또 8년이 지났다. 그러..

선의 세계 2024.12.15

<은산철벽(銀山鐵壁)>

은산은산철벽(銀山鐵壁)이든 철벽은산(鐵壁銀山)이든 은과 철은 견고해서 뚫기 어렵고 산과 벽은 높아 오르기 어렵다는 말로서 화두를 참구해서 깨닫는 일이 그와 같이 어렵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은(銀)으로 만든 산이요, 쇠[鐵]로 만든 벽에 사방이 꽉 막힌 것처럼 앞뒤가 다 끊어져버린 절박한 상황에 직면해, 너무도 막막해서 아무 사량분별(思量分別)도 할 수 없는 상황을 말한다. 그러나 수행자에게 이 은산철벽은 내 몸과 목숨을 다해서 뚫고 들어갈 수밖에는 없는 관문(關門)으로, 자기 본참공안(本參公案)에 마치 모기가 쇠로 된 소 등에 올라타고서 그 입부리를 소 등에다가 쑤셔 박는 것처럼, 무조건 여하약하(如何若何)라, 막론(莫論)하고 ― 묻지 말고 입부리와 머리와 몸을 압량해서, 합해서 처박고 돌격을 해 들..

선의 세계 2024.12.01

경허선사 참선곡 (參禪曲)

경허선사 참선곡 (參禪曲)​ 홀연히 생각하니 도시몽중(都是夢中)이로다.천만고(千萬古) 영웅호걸 북망산 무덤이요.부귀문장(富貴文章) 쓸데없다. 황천객을 면할소냐.오호라, 나의 몸이 풀끝에 이슬이요,바람속의 등불이라. 삼계대사(三界大師) 부처님이 정령히 이르기를마음 깨쳐 성불하여 생사윤회 영단(永斷)하고불생불멸 저 국토에 상락아정(常樂我淨) 무위도(無爲道)를사람마다 다할 줄로 팔만장경 유전(遺傳)하니,사람되어 못 닦으면 다시 공부 어려우니 나도 어서 닦아 보세.닦는 길을 말하려면 허다히 많건마는 대강 추려 적어 보세.​ 앉고 서고, 보고 듣고 옷 입고 밥 먹으며사람들과 대화하는 일체처 일체시에소소영영(昭昭靈靈) 지각(知覺)하는 이것이 무엇인고? 몸뚱이는 송장이요, 망상번뇌 본공(本空)하고천진면목(天眞面目) ..

선의 세계 2024.12.01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이란 말은 주로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과 함께 4구로 이루어지며, 선종의 특색과 그 가르침을 적절히 표현하는 말이라 하겠다. 선(禪)은 부처님께서 깨달은 진수로서 ‘경전이나 언어문자 밖에 별도로 전해 준 진리’라는 뜻이기도 하므로 선의 특징을 잘 나타낸 말이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말은 경전이나 교학보다는 선이 더 ‘진수’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교학을 배척하고 선을 옹립하기 위한 사상 투쟁적 성격을 가진 술어라고 하겠다. 이 말은 선종의 종취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말이긴 하지만, 부처님이 하신 말이 아니라 중국 선불교에서 창안한 말이다. 달마 대사가 주창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당ㆍ송..

선의 세계 2024.11.03

[김호귀의 공곡집과 선문답] 제44칙 판치생모(板齒生毛)

달마가 보여준 ‘마음의 침묵’​“판치생모”라 답한 조주 뜻엔9년 간 면벽 좌선으로 이빨에 이끼 난 ‘달마’ 위대함 담겨있어​승이 조주에게 물었다.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은 무엇입니까.”조주가 말했다. “앞 이빨에 터럭이 난 것이다.”​‘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이 무엇인가[如何是祖師西來意]’라는 말은 가장 보편적인 공안으로 전승되어 왔다. 조사는 물론 중국 선종의 초조인 보리달마를 가리킨다. 중국을 기준으로 볼 경우에 달마의 출신국 인도는 서방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달마가 중국에 도래한 근본적인 의의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불교가 내세우고 있는 궁극적인 의미를 질문하는 것이다. ‘조사서래의’에 대한 최초의 문답은 탄연(坦然)과 회양(懷讓), 두 사람이 숭악혜안(嵩嶽慧安) 국사를 방문하여 질문한 것에..

선의 세계 2024.11.03

백장야호 / 철학자 강신주의 무무관과 철학

불교의 중도란 느슨한 인과 관계를 긍정하는 지혜​모든 것이 공하다고 보면대상에 대한 집착 끊어져​항상 존재한다는 생각과없다는 생각 버려야 중도​성인, 인과 어둡지 않을뿐초월해서 존재하지는 않아​백장(百丈) 화상이 설법하려고 할 때, 항상 대중들과 함께 설법을 듣고 있던 노인이 한 명 있었다. 설법이 끝나서 대중들이 모두 물러가면, 노인도 물러가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노인은 설법이 끝나도 물러가지 않았다. 마침내 백장 화상이 물었다.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가?” 그러자 노인은 말했다. “예. 저는 사람이 아닙니다. 옛날 가섭(迦葉) 부처가 계실 때 저는 이 산에 주지로 있었습니다. 당시 어느 학인이 제게 물었습니다. ‘크게 수행한 사람도 인과(因果)에 떨어지는 경우는 없습니까?’ 저는..

선의 세계 2024.10.20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본래 한 물건도 없다.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본래 한 물건도 없다.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은 육조(六祖) 혜능대사(慧能大師)가 오조(五祖) 홍인대사 (弘忍大師) 법석에서 노행자(盧行者)로 방앗간에서 허드렛일을 할 때 신수대사(神秀大師)가 칠백 대중을 대신하여 자신의 수행(修行) 견처(見處)를 벽에 써놓은 게송 곁에 노행자 자신의 심안처(心眼處)를 글을 아는 행자에게 부탁하여 써놓은 게송이다. 오조 홍인 대사는 대사를 따르는 대중들에게 그동안 갈고 닦았던 마음의 견처를 시 게송을 지어서 각자 바치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 많은 대중스님들은 상수제자(上首弟子)인 신수대사(神秀大師)가 오조 홍인대사 법을 이을 것, 이라고 믿고 자신들의 게송을 지어 받치지 않았다. 부담을 느낀 신수대사는 어쩔 수 없이 밤에 아무도 모르게 대중스님들이 ..

선의 세계 2024.10.06

즉시현금 갱무시절/ 임제선사 이야기

즉시현금 갱무시절 (卽時現今 更無時節)  '지금이 바로 할 때이고지금 하지 않으면 그 기회는 다시 없다'라는 뜻입니다.     임제 선사의 어록 중에서 좋아하는 한 구절 '즉시현금 갱무시절' 이라고 쓴 족자를 걸어 놓으니 낯설기만 하던 방이 조금은 익숙해졌다.  바로 지금이지 다시 시절은 없다는 말. 한번 지나가 버린 과거를 가지고 되씹거나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기대를 두지 말고, 바로 지금 그 자리에서 최대한으로 살라는 이 법문을 대할 때마다 나는 기운이 솟는다.  우리가 사는 것은 바로 지금 여기다. 이 자리에서 순간순간을 자기 자신답게 최선을 기울여 살 수 있다면, 그 어떤 상황 아래서라도 우리는 결코 후회하지 않을 인생을 보내게 될 것이다.  - 법정 스님   [임제선사 이야기]  임제의현선..

선의 세계 2024.09.08

끽다거(喫茶去) ― 차나 한 잔 마셔라

‘끽다거(喫茶去)’라는 유명한 화두를 남긴 조주(趙州) 종심(從諗, 778~897) 선사는 중국 당나라 시대의 선승(禪僧)으로, 차를 선(禪)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다. 14세에 출가해서 불문에 귀의한 조주 선사는 일찍이 선의 본질을 꿰뚫어 고승(高僧)의 물음에 답할 때 막힘이 없었고, 선문답(禪門答)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스스로도 참선의 화두를 많이 만들어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의 하나가 바로 ‘끽다거(喫茶去)’이다. 조주 선사는 세수 80에 이르기까지 행각과 선문답에 열중하다가 그의 나이 80세부터 120세에 입적할 때까지 줄곧 머물렀던 관음원(觀音院)에 있었을 무렵, 수행자 두 사람이 그를 찾아와 절을 올리고는 이렇게 물었다.“불법(佛法)의 대의(大義)가 무엇입..

선의 세계 2024.07.28

인천보감

인천보감 ​해제인천보감 (인천보감) 은 세상사람들에게 귀감이 될만한 일들을 모은 것으로서, 주로 승려들의 이야기이며 유교와 도교에 관계되는 옛사람들의 이야기도 수집하여 편집한 책이다.편집자인 담수 (담수) 스님은 서문에서 이 책을 편집한 의도를 두 가지로 말하고 있다. 그 하나는 옛 사람들의 훌륭한 일을 널리 세상에 알리기 위함이다. 그리하여 비석이나 어록, 짧은 기록, 또는 직접 들은 이야기들을 시대의 앞뒤없이 보이는대로 기록하였으며, 이것은 대혜스님의 정법안장 (정법안장) 을 본따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하였다.둘째는 선 (선) 을 닦는 이들이 오로지 선만을 주장하는 폐단을 경계하고 옛 사람들은 선과 율 (율) , 그리고 유교와 도교까지도 널리 터득하였음을 말하고자 함이라고 하였다.그리하여 담수스님이 ..

선의 세계 2024.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