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과학과 불교 수행, 그리고 심리치료] 1. 허버트 벤슨
윤희조|서울불교대학원대 불교학과 교수
<월간 불교와 문화>연재
① 허버트 벤슨(Herbert Benson, MD)
명상을 과학적으로 연결시킨 심신의학의 선구자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생존 경쟁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정신적 평화, 심리적 치유가 필요한 때다. 불교의 현대화를 위해서 불교상담심리가 방편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본지는 이런 측면에서 2011년 불교와 신경 과학, 불교와 뇌 과학, 정서와 건강, 환경문제 등 현대인에게 필요한 다양한 주제들을 살펴보는 열린 기획 시리즈를 마련한다.
특히 이 기획은 불교가 심리치료와 영적 성장을 위한 방편이 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뇌 과학자 및 관련 연구자를 집중 조명하고, 동시에 명상과 뇌 기능을 통한 다양한 불안 기제와 명상 효과를 상세히 소개함으로써 이 분야의 연구자와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스트레스는 소리 없는 살인자로 어림잡아 4명 가운데 3명의 환자가 스트레스로 인한 질환을 앓고 있다. 스트레스(stress)라는 말은 라틴어 ‘stringere’에서 나온 말로써 뭔가를 ‘팽팽하게 잡아당긴다(draw tight)’는 의미이다. 스트레스는 팽팽하게 잡아당겨진 상태를 말한다.
마음에는 이러한 긴장 상태(stress)와 이완 상태(relaxation)가 있다. 긴장 상태는 인류의 진화에서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상태였는데, 이제는 원시시대와 같이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은 사라졌음에도 긴장 상태로 인한 신체적인 반응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한때 생존에 도움이 되었던 긴장 상태가 이제는 생존을 위협하는 상태가 되었다.
붓다의 악기현의 비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악기의 현처럼, 스트레스도 너무 느슨하지도 않고, 너무 팽팽하지도 않게 조정할 수 있다면, 현대의 수많은 질환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나쁜 긴장 상태와 이완 상태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면, 현대인의 질병의 상당수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불교의 수행에는 이완 상태를 만들어내는 전문적인 방법이 있다.
이러한 방법은 붓다 이래로 2,500년의 역사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 불교의 대표적인 수행법이라고 할 수 있는 사마타(samatha, 止)와 위빠사나(vipassana-, 觀)는 이러한 이완 상태를 만들고, 이러한 이완 상태를 바탕으로 불교의 궁극적인 목표인 열반을 성취하고자 한다. 현대에서는 긴장 상태를 해소하는 데 불교의 명상수행법을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의료 현장과 심리상담 현장에서 특히 긴장 상태로 인한 질환을 치유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이완 상태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서구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과학적 입증에 의해서 ‘명상의 과학화’를 꾀한 최초의 서구적인 시도는 1970년대 중반이었다. 더 정확하게는 1975년 그 당시 하버드의대 내과교수로 재직하고 있던 허버트 벤슨(Herbert Benson)이 『이완반응(Relaxation Response)』을 저술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허버트 벤슨은 누구인가
허버트 벤슨(1935~)은 하버드의과대학을 졸업한 미국의 심장전문의로서, 하버드의과대학에서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보스턴의 매사추세츠종합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에서 심신의학연구소(Mind/Body Medical Institute)를 설립하였고, 현재는 벤슨헨리연구소(Benson-Henry Institute)의 명예소장(director emeritus)이다.
1968년 벤슨은 하버드의대 실험실에서 원숭이를 대상으로 스트레스와 혈압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고 있었다. 그때 초월명상(Transcendental Meditation, TM) 수행자들이 찾아와 초월명상 수련으로 스스로 혈압을 낮출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으니 자신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달라고 간청한다. 그들의 끈질긴 부탁으로 벤슨은 명상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초월명상 수행자들의 호흡률에서부터 뇌파까지 여러 가지 생리학적 기능을 관찰하였다.
측정은 명상에 들어가기 전 20분 동안, 명상을 하는 20분 동안, 명상이 끝난 직후 20분 동안 하였다. 명상에 들자마자 심장박동률, 산소섭취율, 일산화탄소 배출율, 혈류 속의 유산염 수준은 급격히 줄었다. 이완의 지표가 되는 전기 피부 저항이 4배로 증가하였고, 명상 기간 동안 알파파가 두드러진 것을 발견하였다. 이 연구에 힘입어 그는 1975년 하버드의대부속병원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이완반응법’을 스트레스 관련 치료에 도입하게 된다.
이 이완반응법은 어떤 종교적 색깔도 배제한 순수한 의미의 명상법으로 오직 스트레스에 대처하여 건강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완반응은 스트레스의 예방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각종 질병의 치유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1975년 당시 벤슨이 발견한 이완반응에 대해서 다른 과학자와 일반인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러한 발견에 기초를 둔 『이완반응(Relaxation Response)』은 1975년 논픽션 분야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현재 38판째가 출간되었으며, 국내에서도 『마음으로 몸을 다스려라』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있다. 그는 1991년 3월 하버드대학교에서 열린 14대 달라이 라마와 과학자들 간의 대화에도 참석하였고, 이때의 기록은 『더 오래된 과학,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있다.
35년 동안 그는 180편 이상의 과학 논문과 12권의 책을 공저 또는 단독으로 저술하였고, 그의 책은 현재 500만 부 이상이 팔려나갔다. 그리고 허버트 벤슨의 이완반응 연구는 2000년 하버드의대 동문회보 겨울호에서는 지난 20세기 동안 하버드에서 이루어진 두드러진 연구들로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의 연구 등을 포함한 5가지 위대한 연구 가운데 최근에 이루어진 가장 두드러진 연구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는 심신의학의 선구자이고, 영성과 치유를 의학에 도입한 의사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의 연구는 의학에서 스트레스와 이완반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35년 이상의 경력을 쌓으면서 그는 이완반응을 정의하였고, 긴장의 해로운 효과에 대처하는 이완반응의 효율성에 대한 탐구를 계속하고 있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심신이라는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명상은 스트레스 반응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의 연구는 실험실에서 임상으로, 아시아로까지 여정을 확대하였다. 그 작업은 의학과 종교, 서양과 동양, 과학과 믿음을 잇는 역할을 하고 있다.
허버트 벤슨의 연구 배경
‘스트레스’에 관한 현대 과학적 연구의 기본 구도는 20세기 초 하버드대학의 생리학자 월트 캐논(Walter Canon)이 마련한다. 항상성(homeostasis)이라는 용어를 통해서 그는 항상성에 변화가 생기면, 위협이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투쟁 또는 도피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이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즉 위기에 직면할 때 싸울 것인지 아니면 도망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반응이 유발된다고 한다.
싸우거나 도망가는 반응을 유발하는 스트레스의 예방과 치유에 대한 차선책을 벤슨은 ‘이완반응’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1930년대 현대 스트레스 연구의 선구자로 불리는 한스 셀예(Hans Selye)는 물리학에서 금속에 피로를 유발하는 외부 힘의 개념으로 사용하는 용어인 스트레스를 처음으로 생리학에 도입한다.
그 이후 스트레스 연구는 생물학 수준에서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해 만성적 스트레스가 질병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940년 스위스의 생리학자 헤스(Hess)는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특정 뇌 부위를 자극하면 과잉된 스트레스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특정한 생리적 기제가 작동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러한 보호반응은 스트레스 시 즉각적으로 보여주는 위기반응은 ‘투쟁 또는 도피반응’과는 정반대의 반응으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근육이 이완되며, 혈압과 호흡률이 낮아지는 평화로운 상태를 일으키는 반응이다. 명상을 하는 동안 일어나는 생리학적 반응이 보호반응이라면, 이완반응은 대뇌생리학적 작용에 바탕을 둔 부교감신경계의 반응으로 스트레스로부터 생명체를 보호해주는 매우 유익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1950년 이후 심신의학(Mind Body Medicine)은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기법이나 낙천적 태도, 긍정적 신념과 같은 심리적 요인이 신체 질병의 발병과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다. 허버트 벤슨은 스트레스에 관한 이러한 연구에 기반해서 명상이 스트레스에 끼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스트레스에 관한 동물실험에서 스트레스에 관한 인간의 명상 실험으로 대상을 옮김으로써 그는 심신의학 연구의 새로운 장을 마련하게 된다. 벤슨의 구체적인 연구는 이완반응에 대한 연구와 본격적인 명상과 관련된 연구로 나누어볼 수 있다.
나쁜 스트레스를 좋은 스트레스로 바꾸기 위해서는 적당한 이완 상태가 필요하고, 불교에서는 이를 위한 방법으로 명상 수행법을 제시한다. 허버트 벤슨은 그런 불교적 수행법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심신의학의 선구자다.
이완반응
우리는 특정한 명상이나 기도 등을 통해서 이완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완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조용한 곳에서, 의식적으로 온몸 근육의 긴장을 풀고, 10분에서 20분 정도 간단한 기도문이나 만트라에 주의를 집중하고, 잡념에 흔들리지 않도록 하면 된다. 이러한 이완반응은 개인의 믿음 체계를 결합시킨 신념 요소(Faith Factor)와 결합될 때 더 많은 내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훨씬 높은 상태의 건강과 행복을 누리게 된다.
벤슨의 이완반응은 8가지 구체적인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제1단계에서는 자신의 믿음 체계에 적합한 짧은 기도문이나 단어를 선택한다. 이때 명상의 초점이 되는 문장이나 단어가 스스로에게 의미가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어나 문장은 한 호흡에 내뱉을 수 있을 만큼 짧아야 하고, 말하고 기억하기 쉬워야 한다. 불교에서 진언 또는 만트라가 적합한 형태가 될 것이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옴마니반메훔’ 등과 같은 만트라로 건강하고 긍정적인 플라시보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제2단계에서는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제3단계에서는 눈을 감고, 제4단계에서는 근육을 이완하고, 제5단계에서는 호흡에 집중하면서 만트라를 반복한다. 제2단계에서부터 제5단계까지는 불교에서 염불수행, 진언수행을 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이완된 상태에서 만트라, 염불, 진언 등을 통해서 사마타, 즉 선정 상태에 들어가는 것과 유사하다. 이때 수동적인 자세를 잃지 않는 것이 제6단계에서 할 일이다. 망상이 일어나면 망상과 싸우지 말고 그저 ‘괜찮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다시 만트라를 반복하면 된다. 그리고 일정 기간 동안, 하루에 2번씩 반복한다는 것이 마지막 7, 8단계이다.
하루에 10분에서 20분 정도, 식후를 피해서 2번씩 반복하면 된다. 8단계 가운데 가장 핵심은 만트라를 염송할 때 수동적인 자세를 취한다는 것이다. 망상이 생길 때, 망상을 알아차리고 다시 만트라로 돌아오는 수동적인 주의집중의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벤슨에 의하면 이 정도의 수행으로도 얻는 효과는 엄청나다.
이완반응은 구체적으로 불안, 긴장, 적개심, 우울, 두통, 고혈압, 심장부정맥, 만성통증, 불면증, 과호흡증후군, 월경증후군, 불임, 요통, 공항발작, 콜레스테롤 수치, 항암 치료 부작용, 에이즈 치료 부작용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내적인 평화와 정서적 균형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준다.
브레이크아웃 원리
벤슨은 2003년도 저술에서 본격적인 명상의 효과에 대한 연구를 보다 광범위하게 진행한다. 이를 브레이크아웃 원리(Breakout Principle)라는 한마디로 표현하는데, 브레이크아웃(breakout)은 ‘고장’, ‘실패’를 의미한다. 이는 이전에 지속되었던 정신적 패턴, 즉 스트레스나 정서적 외상과 충격까지도 완전히 부서지고, 새로운 마음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 활짝 열리는 강력한 심신 충격을 말한다.
브레이크아웃 원리는 분자적, 생화학적, 신경학적 수준에서의 연구로 벤슨이 하버드 대학에서 30년 이상의 연구 끝에 근본적으로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원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브레이크아웃 원리는 보다 왕성한 활동성, 더욱 향상된 창의성, 작업 생산성의 증대, 최상의 운동 수행력, 영성을 개발하는 이점이 있다.
불안과 스트레스와 관련된 정서적 부담 또는 반복적인 강박과 같은 해결되지 못한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사고 패턴을 브레이크아웃 원리로 완전히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브레이크아웃 원리는 이완반응이 보여주는 스트레스 감소에 따른 건강상의 이점까지도 포함한다. 게다가 창조적이고 도약적인 사고, 영적인 통찰, 업무 수행의 도약적 상승, 운동 수행능력 증진과 같은 새로운 적용 영역으로까지 나아간다.
브레이크아웃 원리는 이완반응의 심혈관계와 순환계 반응에 관한 벤슨의 이전의 생리학적 연구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또한 뇌영상, 분자생물학, 생화학과 같은 최신의 과학적 방법론과도 연관되어 있다. 이러한 브레이크아웃에는 6가지 원리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 원리는 건강, 정신능력, 신체적 능력을 극대화하는 자연의 힘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브레이크아웃 원리는 자기치유력에 그 뿌리를 두고 있고, 자신을 변화시켜 도약하도록 활성화하는 생물학적 방아쇠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원리는 브레이크아웃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과거의 모든 생각과 감정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이 행하고 있는 기존의 방식, 관습적인 방식을 반드시 무시해버려야 하고, 그 대신 협소한 이기적 관심을 밖으로 돌려야 한다. 두 번째 원리는 기존의 습관, 즉 불교적으로 표현하면 업 또는 습기를 정화하고, 보리심을 내는 과정과 유사하다.
물론 이때의 보리심은 자신의 깨달음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중생을 위한 깨달음이다. 세 번째 원리는 브레이크아웃이 4가지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단계는 정신적, 육체적 갈등과 더불어 시작하고, 두 번째 단계는 브레이크아웃의 방아쇠가 작동하는 단계이다. 두 번째 단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브레이크아웃의 방아쇠가 예전과 같은 관습적 사고나 정서적 패턴을 완전히 끊어버린다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브레이크아웃 자체가 자아실현이라는 정상 체험과 결부된다. 네 번째 단계에서는 새로운 평정 상태로 돌아간다. 브레이크아웃의 4가지 단계는 불교 수행의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스트레스라는 현실의 고통의 상황에서 기존의 습관적 사유 패턴인 업과 습기의 소멸을 통해서 새로운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이 새롭게 도달한 상태를 견성, 성성적적 등으로 표현한다. 그 이후에는 새로운 관점에서 기존의 사물을 바라보게 되는 평상심을 획득하게 된다.
물론 이때의 평상심은 더 이상 이전의 평상심은 아니다. 네 번째 원리는 두 번째 단계에서 방아쇠가 작동하면 몸에서 일산화질소(Nitric Oxide, NO)가 분출되는데, 이것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상쇄시키는 반응을 일으킨다. 일산화질소는 신체와 중추신경계를 돌아다니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체성 분출물이다. 일산화질소는 신체 전체의 세포를 활성화하고, 행복감과 관련 있는 도파민과 엔도르핀 등의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증가시키고, 신체 전체의 신진대사가 느려져서 심장박동률과 혈압을 떨어뜨리고 호흡을 느리게 한다.
다섯 번째 원리는 세 번째 단계에서처럼 정상 체험을 수반한다는 것이다. 정상 체험은 자아실현(self actualization)이라는 최상위의 욕구 수준으로까지 상향될 때 느끼는 경험으로 벤슨은 6가지 정상 체험, 즉 자아 각성의 정상 체험, 창의성의 정상 체험, 생산성의 정상 체험, 운동선수의 정상 체험, 에너지 회복의 정상 체험, 초월의 정상 체험을 『나를 깨라! 그래야 산다』에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완반응과 마찬가지로 브레이크아웃 원리에서도 신념 요소와 결합될 때, 이완반응과 브레이크아웃 원리는 훨씬 강력한 힘을 내게 된다. 이는 불교 수행에서 믿음이 가장 기초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믿음이 없으면 불교 수행은 한 발짝의 진보도 가능하지 않다. 모든 의례와 수행에서 삼귀의가 가장 먼저 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팔정도의 정견, 정사유에 믿음의 요소가 강하고, 문사수(聞思修)의 문에도 믿음의 요소가 강한 것은 이 때문이다.
벤슨이 제시하는 이완반응은 이미 불자들에게 잘 알려진 수행법이지만, 벤슨의 특이점은 이러한 간단한 이완반응이라는 명상 기법의 효과를 의료적으로 적용하고, 과학적으로 효과를 검증한 것이다. 이를 통해 명상의 현대화에 최초의 막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허버트 벤슨의 연구 의의
『나를 깨라! 그래야 산다』에서 브레이크아웃 원리와 단계는 불교 수행이 진행되는 원리와 단계와 유사하다. 우리는 이미 견성 또는 깨달음의 가능성을 가지고 태어났고, 과거의 행동과 사유 패턴을 정화함으로써 소멸시키고, 깨달음의 상태에 도달한다. 이러한 과정은 순차적으로 이루어지고, 이러한 가능성에 대한 믿음은 가능성을 실현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러한 과정 자체는 불교와 유사할지라도, 과학적인 효과 검증은 벤슨의 연구의 고유한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으로 몸을 다스려라』에서 벤슨의 연구는 사마타수행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벤슨이 임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초월명상도 사마타수행법의 일종이다. 사마타수행은 불교의 양대 수행법의 하나로 초기 불교와 상좌부 불교에서 사마타는 40가지 명상 주제에 집중함으로써 니미타(nimitta, 相)라고 하는 완전한 표상을 의식에 떠오게 하고, 이를 통한 집중의 상태에 따라서 초선에서부터 팔선까지 나아가게 된다.
불교에서 사마타수행은 니미타라고 하는 시각이미지를 중심으로 수행이 이루어진다. 대승불교에서 관상명상, 만달라명상 역시 붓다에 대한 생생한 이미지를 통해서 수행을 하게 된다. 시각적인 이미지를 통한 명상과 함께 음성을 통한 사마타수행법이 있다. 금강살타수행, 진언수행, 염불수행, 호신주수행, 능엄주수행 등은 소리에 집중함으로써 선정상태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선정에 이르는 방법으로는 영상과 음성을 사용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나머지 감각도 마찬가지로 선정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즉 모든 감각에 대해서 사마타가 가능하다. 나아가서는 반복적인 동작을 통해서도 사마타가 가능하게 된다. 이처럼 사마타의 가능성은 일상생활의 모든 곳에서 열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벤슨은 특히 음성을 통한 사마타수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영상이미지만을 통한 사마타는 망상의 개입 여지가 음성을 통한 사마타보다 많고, 집중이 명상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벤슨이 제시하고 있는 이완반응은 이미 불자들에게 잘 알려진 수행법이지만, 벤슨의 특이점은 이러한 간단한 이완반응이라는 명상 기법의 효과를 의료적으로 적용하고, 과학적으로 효과를 검증한 것이다. 이를 통해서 그는 명상의 현대화에 최초의, 막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이후의 명상의 효과검정기법은 벤슨의 연구 영향력 아래에 놓인다고 할 수 있다.
벤슨에 의한 명상의 현대화는 목표를 ‘심신의 건강’에 둠으로써 종교적 색채를 배제한 반면, 명상의 메커니즘은 여전히 활용하고 있다. 벤슨에 의해서 이러한 메커니즘을 현대 의학에 도입함으로써 명상이 현대 과학과 접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된 것이다.
허버트 벤슨 이후의 연구 동향
현대 심리학과 의학에서 명상의 심리적, 생리학적 의미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계기는 『이완반응』 출간 이후이다. 미국에서 명상에 관한 과학적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진 배경에는 대체의학연구소(Office of Alternative Medicine, OAM)에서 명상 연구를 위한 연구비를 공식적으로 지원하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명상과 관련된 연구 주제가 과학적 기준과 방법을 통해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994년 미국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 of Health, NIH) 산하 대체의학연구소(Office of Alternative Medicine, OAM)에서 발간한 『명상연구총람』에 의하면 1970년부터 1994년까지의 명상에 관한 과학적, 의학적 연구의 대부분은 벤슨의 이완반응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벤슨의 연구는 보완대체의학(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연구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벤슨은 스트레스 대체의학의 원조로 간주되고 있다.
현대 의학에서 스트레스 관리의 대가로서 그는 서양 의학의 ‘성스러운 전사(saint soldier)’로 불린다. 벤슨 이후에 명상에 과학적 논문과 임상적 적용과 관련해서는 하버드의대의 보리센코(J, Borysenko),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의대의 오니시(D, Ornish), 매사추세츠대학 메디칼센터의 카밧진(Kabat-Zinn), 미국치매예방재단의 칼사(S. Khalsa), 듀크대학의 윌리엄스(R, Williams)와 쾨니히(Koenig) 등을 들 수 있다.
먼저 존 카밧진은 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MBSR)을 실시하는 등 벤슨이 이완반응만을 사용하는 반면, 카밧진은 다양한 명상 기법이 가미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카밧진은 불교명상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있고, 그 효과를 임상적으로,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벤슨이 사마타 중심의 이완반응이라고 한다면, 카밧진은 마음챙김을 주로 하는 위빠사나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벤슨과 카밧진에 의해서 불교 수행의 두 축이 모두 현대의 의료 시스템에 적용되게 되었다. 인도 출신의 미국의 통증의학 전문의이면서 요가 수련가인 칼사는 명상을 의료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칼사는 일반적으로 요가와 명상이 서로 결합된 명상 형태일수록 내분비기관을 활성화해 젊음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칼사가 창안한 의료명상은 2개 이상의 치료 접근법을 통합하면 단일한 방법보다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전제하에 통합의학적 성격을 띤다.
그리고 최근 들어 심리신경면역학(Psycho-neuroimmunology, PNI)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등장해 마음, 뇌, 면역계와 내분비계 간의 관계성을 탐구하는 연구를 진행한다. 사람이 생각하는 바에 따라 자신의 면역세포의 활동이 달라진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명상의 뇌 과학적 함의
명상하는 동안 일어나는 두뇌의 활동을 뇌파를 통해 알아보는 방법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장치(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fMRI)를 통해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 뇌파에는 주파수가 느린 순서대로 델타(δ)파, 세타(θ)파, 알파(α)파, 베타(β)파가 있다. 베타파는 눈을 뜨고 활동할 때 나타나는 뇌파이고, 알파파는 이완 상태에서 일어나는 뇌파로서, 쾌적하고 편안한 기분 상태와 관련 있다. 델타파는 수면에 들었을 때 나타나는 뇌파이다.
세타파는 명상 상태에 나타나는 뇌파로, 창의적인 활동이나 통찰력이 발현될 때나 문득 깨침과 같은 직관이 생길 때 나타난다. 세타파는 명상의 이완과 각성과도 결합되는 뇌파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브레이크아웃의 네 번째 원리인 뇌 속의 일산화질소(NO)의 발생은 이 세타파의 출현과 밀접한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산화질소는 메시지를 운반하는 물질로서, 우리 몸속에서 거의 제약을 받지 않고 활동할 수 있는 물질이다. 일산화질소는 뇌를 보다 효율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신경전달물질의 기능을 돕는 역할을 한다. 도파민과 엔도르핀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방출을 촉진하여 안정감을 증진하고, 최상의 신체적 쾌감을 경험하게 한다.
이처럼 일산화질소는 스트레스와 관련된 질병의 치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벤슨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장치를 통해서 본격적인 명상의 단계에서 ‘안정과 동요’라는 서로 모순적인 상태가 동시적으로 뇌에서 일어난다(paradox of calm commotion)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뇌가 전반적으로 평온해짐과 동시에 마음의 초점을 잡도록 하는, 즉 집중을 일으키도록 하는 특정 뇌 부위 기능은 오히려 활성화된다.
또 명상을 하는 동안 변연계와 뇌간 부위의 혈액 흐름은 유의미하게 증가된다. 즉 명상을 하는 동안에 전반적으로 뇌 활동은 안정 상태를 보여주지만, 주의집중과 관련된 뇌 부위와 자율신경계 활동을 조절하는 뇌 부위는 활동성이 높아진다.
브레이크아웃, 즉 어려운 난제가 풀리는 통찰적 순간에 이르면, 대부분의 뇌 부위의 활동은 줄어들지만 특정 부위의 뇌, 주의나 각성을 담당하는 뇌 부위나 부교감신경계의 작용을 담당하는 뇌 부위의 활동은 증가하는 ‘안정동요’ 상황이 일어난다. 이는 마음은 또렷하면서도 몸은 고요하기 이를 데 없는 ‘성성적적(惺惺寂寂)’의 상태를 뇌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 허버트 벤슨의 저서
『The Relaxation Response』, 1975
『The Mind/Body Effect』, 1979
『Beyond the Relaxation Response』, 1984
『Your Maximum Mind』,1987
『Mind Science: An East-West Dialogue』, Daniel Goleman and Robert A. F. Thurman ed, 1991 『The Wellness Book』,1992
『Timeless Healing: The Power and Biology of Belief』,1996
『The Relaxation Response-Updated and Expanded』 (25th Anniversary Edition),2000
『The Breakout Principle』,2003
『Mind Over Menopause』,2004
『Mind Your Heart』, 2004
『The Harvard Medical School Guide to Lowering Your Blood Pressure』, 2006
『Relaxation Revolution』, 2010
● 국내번역서
『과학 명상법』, 허버트 벤슨·윌리엄 프록터 지음, 장현갑ㆍ장주영ㆍ김대곤 옮김(2003),학지사
『더 오래된 과학, 마음』, 대니얼 골먼·로버트 설만·하워드 가드너·허버트 벤슨 지음, 조원희 옮김(2003), 여시아문
『나를 깨라! 그래야 산다』, 허버트 벤슨·윌리엄 프록터 지음, 장현갑ㆍ권오근ㆍ박순정ㆍ장주영 옮김(2006), 학지사
『마음으로 몸을 다스려라』 허버트 벤슨 지음, 정경호 옮김(2006), 동도원
『약 없이 고혈압 이겨내기-하버드대 의대가 알려주는 고혈압의 모든 것』, 허버트 벤슨·애기 케이시 지음, 강병철 옮김(2007), 조윤커뮤니케이션
● 참고도서와 사이트
『스트레스와 심신의학』, 변광호·장현갑 공저(2005), 학지사
『몸의 병을 고치려면 마음을 먼저 다스려라』, 변광호·장현갑 공저(2005), 학지사
http://www.massgeneral.org/bhi/
■ 윤희조│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불교대학원대에서 초기 불교 연구로 석사학위를, 불교에서 실재와 언어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불교대학원대 불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 「초기 경전에 나타난 망상에 대한 일고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