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阿含經)
아함(阿含)이란 말은 산스크리트 아가마(‵agama)의 음역이며, 그 원래의 뜻인 '오는 것'에서 유래하여 '예로부터 전해온 가르침', 즉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전하는 경전을 의미한다. 아함경의 기원은 BC 4~3세기로 추정된다. 석가모니 입멸(入滅) 뒤 100년 무렵부터 교단이 양분되면서 시작된 부파불교시대에 각 부파는 과거의 전승에 입각하여 자파의 독자적인 경장을 갖추고 있었다. 이 중 한 부파의 경장이 온전히 보존되어 현재까지 유일하게 전해지는 것이 팔리어의 5니카야(Nikāya 部)이다. 이에 비해 현존하는 아함경(‵agama)은 부파에서 전해온 것들을 모아 중국에서 4아함의 체재로 정리한 것이다. 아함경에는 다섯 니카야 중의 마지막 소부(小部)에 상당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내용적으로 양자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이 상응한다. 장아함경은 디가니카야(Dῑgha-nikāya 長部)에 대응되며 내용이 긴 22권 30개의 경을 포함한다. 증아함경은 마지마니카야(Majjhima-nikāya 中部)에 대응하며 중간 길이의 60권 222개 경을 포함한다. 증일아함경은 앙구타라니카야(Aṅguttara-nikāya 增支部)에 대응되며 교리에서 구사되는 숫자(法數)에 따라 51권 472개의 경을 1~10법으로 집합·정리했다. 잡아함경은 상유타니카야(Saῑṁyutta-nikāya 相應部)에 대응되며 다른 아함에 수록되지 않은 50권 1,362개의 짧은 경들을 모은 것이다. 아함에 없는 니카야 소부에는 법구경, 숫타니파타, 본생담 등이 들어있다. 아함경은 네 가지가 있는데 그 네 가지도 각각 여러 개의 경을 모아서 구성하기 때문에 아함경은 아함부(阿含部)로, 각각의 네 가지 아함경은 장아함, 중아함, 잡아함, 증일아함으로 불리는 것이 합당하다고 하겠다. 즉 아함경은 한권의 경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방대한 초기경전의 전집이라고 하겠다. 팔리어 5니카야와 4아함이 내용적으로는 부처님 생존시의 육성을 가장 많이 담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상당히 유사하지만 명칭과 수량이 다른 것은 후대에 와서 증감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겠다.
아함경은 5니카야가 남방불교권에 전해져 소의경전으로 삼고 있으며, 북방불교권에는 4아함이 한역되어 전해지고 있다. 남방불교와 북방불교가 상이한 전통과 경륜을 가지면서도 아함경을 근본교설로 삼고 있다. 따라서 아함경은 불교연구의 출발점이자 불교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도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하겠다. 4아함은 4-5세기에 한역되었는데 장아함은 413년에 불타야사와 축법념이 공역하였고 중아함은 397년에 승가제바가, 잡아함은 443년에 구나발타라가 한역하였다. 증일아함은 397년에 승가제바가 한역하였다.
아함경은 초기불교의 경전전집으로 부처님이 설한 본형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재료이기도 하다. 소승불교의 교리도 아함경에서 나온 설을 바탕으로 이론적으로 재해석하고 조작한 것에 불과하며, 대승불교에서 설해지고 있는 공관(空觀)사상도 무아사상, 사성제, 12연기 등이 전제가 된 것이다. 따라서 아함경은 전시대(前時代)불교의 총령인 동시에 후시대(後時代)불교의 모체가 된다고 하겠다.
아함경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장아함은 부처님께서 당시 교단이외의 사람들을 만나 정법을 가르치며 외도의 그릇된 주장을 논파하는 내용이 주가되며, 중아함은 부처님과 여러 비구들의 법담이 주된 내용이다. 잡아함은 아주 짧은 길이의 경들이 많이 있으며 부처님의 수행 모습, 참선 수행의 필요성, 방법 등과 더불어 불교의 깊은 교리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증일아함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숫자에 의거하여 수록되어 있는 경으로 1에서 10까지의 숫자에 관계된 가르침이 차례로 열거되고 있다. 아함경에는 부처님에 대한 초월적인 모습과 진리로 보고자 하는 형이상학적인 요소는 배제되고 중생들 속에서 그들의 고뇌가 무엇인지, 삶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깨우쳐주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부처님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이 담겨 있다.
서력 기원을 전후로 대승불교가 일어나 대승경전이 제작되기에 이르자 아함·아함경은 소승불교·소승경전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아함경은 대체로 석가모니가 직접 설한 것으로서 불교의 원초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신앙적 입장으로도 중요한 것인데 소승이라는 이유 때문에 대승불교의 한자문화권에서는 그다지 중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내용이 합리적이고 명쾌할 뿐만 아니라 특히 서양에 대한 영향이 대승경전보다 훨씬 커서 근래에는 중시되고 있다. 또한 대승경전도 일부에서는 석가모니부처님의 직설이 아니라고 평가를 낮게 하고 있지만, 이 경전도 부처님 말씀을 근본으로 하여 후대에 발전 증보 시킨 결과라고 하겠다. 우리는 소승경전이든 대승경전이든 부처님 말씀이라는데 대하여는 구분의 필요성이 무의미 하며 다 같이 소중하게 수지독송(受持讀誦)하여 배우고 실천하는데 정진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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