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전투하는 사람에는 다섯 종류가 이 세상에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종류인가? 혹 어떤 사람은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군대에 들어가 전투를 한다. 그러나 그는 바람에 일어나는 먼지를 보고는 곧 두려워하며 감히 저 큰 군진(軍陣)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이것이 첫 번째 군인이니라.
또 두 번째, 전투하는 어떤 사람은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군대에 들어가 전투를 한다. 그는 바람에 일어나는 먼지를 보고는 두려워하지 않지만, 북을 치는 소리만 들으면 곧 두려워한다. 이것이 두 번째 군인이니라.
또 세 번째, 전투하는 어떤 사람은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군대에 들어가 전투를 한다. 그는 바람에 일어나는 먼지를 보고 두려워하지 않고 북을 치는 소리를 듣고도 두려워하지 않지만, 만약 높은 깃발을 보게되면 곧 두려워하여 감히 나가 싸우지 못한다. 이것이 세 번째 군인이니라.
또 네 번째, 전투하는 어떤 사람은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군대에 들어가 전투를 한다. 그는 바람에 일어나는 먼지를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고, 또 북을 치는 소리를 듣고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높은 깃발을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지만, 적군에게 잡히게 되면 혹 목숨이 끊어지고 만다. 이것이 네 번째 군인이니라.
또 다섯 번째, 어떤 사람은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군진(軍陣)에 들어가 전투를 한다. 그는 적군을 모두 무찌르고 넓은 땅을 점령한다. 이것이 다섯 번째 군인이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지금 비구들도 다섯 종류가 이 세상에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종류인가?
어떤 비구가 촌락(村落)에 살고 있는데, 그는 어떤 여인(女人)이 단정하기 짝이 없고, 얼굴이 복숭아꽃 빛깔처럼 아름답다는 말을 듣는다. 그 비구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을 하면서, 감각기관의 문[根門]을 지키지 않고 몸과 입과 뜻을 보호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만약 그 여인을 보게되면 곧 애욕(愛欲)의 마음을 일으켜 금계(禁戒)를 버리고 돌아가 세속 옷으로 갈아입는다. 비유하면 저 첫 번째 군인이 바람에 먼지가 일어나는 소리를 듣고 감히 전투를 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나는 이런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또 어떤 비구가 촌락에 살고 있는데, 그는 어느 마을에 어떤 여자가 단정하기 비할 데 없고, 얼굴 모습도 복숭아꽃 빛깔 같다는 말을 듣고는 곧 계(戒)를 버리고 세속의 법을 익힌다. 비유하면 저 두 번째 군인이 북 소리만 듣고도 감히 싸우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라.
또 어떤 비구가 촌락에 살고 있는데, 그는 어느 마을에 어떤 여자가 살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그 말을 듣고 나서는 곧 애욕의 마음을 일으킨다. 그러다가 그 여인을 보더라도 애욕의 생각을 일으키지 않다가, 오직 그 여인과 서로 희롱하는 동안에 곧 금계를 버리고 세속의 법을 익힌다. 비유하면 저 세 번째 군인이 멀리서 깃발을 보고 나서는 곧 두려워하며 감히 전투를 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런 까닭에 지금 이런 사람에 대하여 말하는 것이다. 이것을 일러 세 번째 군인이라고 하느니라.
또 어떤 비구가 촌락에 살고 있는데, 그 비구는 어느 마을에 어떤 여자가 살고 있다는 말을 듣고 나서는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면서 몸과 입과 뜻을 단속하지 못한다. 그 여인이 단정하기 그지없음을 보고 그 사이에서 곧 애욕의 마음을 일으킨다. 그러다가 혹 그 여인과 서로 꼬집기도 하고 손을 마주잡기도 하다가 곧 금계를 버리고 세속의 법을 익힌다. 비유하면 저 네 번째 전투하는 사람이 큰 군진(軍陣)에 있으면서 적군에게 잡혀 목숨을 잃는 것과 같다. 그런 까닭에 지금 이런 사람에 대하여 말하는 것이다.
또 어떤 비구는, 어느 마을에 어떤 여자가 살고 있는데 세상에 보기 드물게 어여쁘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는 비록 그런 말을 듣더라도 애욕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 비구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면서 몸과 입과 뜻을 잘 단속한다. 그는 비록 여인을 보더라도 애욕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삿된 생각이 없으며, 그 여인과 서로 말을 주고받으면서도 역시 애욕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삿된 생각도 없다. 그러나 혹 그 여인과 서로 꼬집고 손을 마주잡게 되면 그 사이에 곧 애욕의 마음이 일어나 몸과 입과 뜻이 불꽃처럼 치성(熾盛)해진다. 그는 동산으로 돌아가 장로 비구들의 처소로 찾아가서 장로 비구들에게 그런 사실을 고백한다.
'여러분은 지금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저는 지금 애욕의 마음이 불꽃처럼 일어나 스스로 금하고 억누를 수가 없습니다. 부디 바라옵건대 설법하시어 이 애욕의 더러운 오로(惡露)에서 벗어나게 해주십시오.'
그 때 장로 비구들은 이렇게 말한다.
'너는 지금 잘 관찰해 보아라. 이 애욕은 무엇을 좇아 생기며, 무엇을 좇아 없어지는가? 여래께서는 (대개 애욕을 버리려고 하거든 부정관(不淨觀)으로써 그것을 제거해 없애고 부정관의 도(道)를 닦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때 장로 비구들은 곧 이런 게송을 읊는다.
만약 전도(顚倒)된 생각을 알고 싶다면
그것은 불꽃같은 마음 때문이니라.
마땅히 온갖 불꽃같은 마음 버려라.
그러면 애욕은 곧 그치어 쉬느니라.
여러분, 알아야 하오.
애욕은 생각[想]을 따라 일어난다.
애욕의 마음을 일으키면, 곧 애욕의 뜻이 생기는 것이다.
혹 자기 자신을 해치고 또 다른 사람을 해치며, 여러 가지 재환(災患)을 일으켜 현세에서 그런 고통과 걱정을 받고, 또 후세에서도 한량없이 많은 고통을 받는다. 만일 애욕의 마음을 제거해버리면, 또한 제 자신도 해치지 않고 또 다른 사람도 해치지 않으며, 현세에서도 괴로움의 과보(果報)를 받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너는 지금 마땅히 생각을 없애버려야 한다.
생각이 없으면 곧 애욕의 마음이 없어지고,
애욕의 마음이 없으면 곧 어지러운 생각이 없어질 것이다.
그 때 그 비구는 이와 같은 가르침을 받고, 곧 깨끗하지 못하다는 생각으로 사유(思惟)한다.
깨끗하지 못하다는 생각으로 사유함으로써 그 때 번뇌[有漏]에서 마음이 해탈하여 함이 없는 곳[無爲處 : 涅槃]에 이르게 된다.
비유하면 저 다섯 번째 군인이 갑옷을 입고 무기를 가지고 군진에 들어가 전투에 나아갔을 때, 아무리 많은 적을 보아도 두려움이 없고, 비록 해치려는 사람이 오더라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며, 능히 외구(外寇)를 무찌르고 다른 세상에 사는 것과 같다.
그런 까닭에 나는 지금 이런 사람은 '마(魔)의 무리를 쳐부수고 온갖 어지러운 생각을 버려 함이 없는 곳에 이른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을 일러 이 현재 세상의 다섯 번째 비구라고 한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세간(世間)에는 이런 다섯 종류의 사람이 있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깨끗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늘 수행하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증일아함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증일아함경을 보면서 느낀점.. (0) | 2018.01.28 |
---|---|
[스크랩] 증일아함경 : 많이 나다니며 놀지 말라. (0) | 2018.01.28 |
[스크랩] 증일아함경 : 애욕은 생각에 의지해 생긴다. (0) | 2018.01.28 |
[스크랩] 증일아함경 : 다섯가지 보시 (0) | 2018.01.21 |
[스크랩] 증일아함경 : 환자를 돌볼때 알아야 할 사항 (0) | 2018.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