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처경(念處經) ⑤ 즐거움-고통 관찰하되 가치판단 버려라
비구들이여, 비구는 어떻게 느낌에서 느낌을 따라 관찰하면서 머무는가? 비구들이여, 비구는 즐거운 느낌을 경험하면서, ‘즐거운 느낌을 경험한다’고 분명하게 안다. 불편한 느낌을 경험하면서, ‘불편한 느낌을 경험한다’고 분명하게 안다. 즐거움도 불편함도 아닌 느낌을 경험할 때도, ‘즐거움도 불편함도 아닌 느낌을 경험한다’고 분명하게 안다.
느낌에 해당되는 팔리어는 웨다나(Vedana)이다. 한역에서는 수(受)로 번역하였다. 수(受)는 고통 따위를 ‘입다’거나 혹은 ‘받다’고 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마치 밖으로부터 감각기관에 주어지는 경험으로 인식된다. 영어에서는 감각(sensation)이나 느낌(feeling)으로 번역하여 사용한다.
웨다나는 육체와 정신을 매개하는 징검다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를테면 화가 났을 때 신체의 변화를 관찰하여 보면, 호흡과 맥박이 빨라졌고, 안면근육은 긴장되어 있다. 성냄의 현상은 분명하게 마음의 작용인데, 육체적인 현상을 동반하며 동시에 불편한 느낌으로 환원될 수가 있다.
느낌은 눈이나 귀와 같은 신체의 감각기관을 통해서, 의식이 대상에 접촉하였을 때 발생된다고 경전에서는 설명한다. 접촉(phassa, 觸)을 구성하는 요소는 ‘감각(根), 대상(境), 의식(識)’이다. 이것을 한역에서는 삼사화합촉(三事和合觸)으로 번역하였다. 일상에서 느낌이 발생되는 상황이란 감각, 대상, 의식 세 가지가 화합하여 발생되는 현상이다.
느낌은 크게 세 종류로 구별할 수가 있다. 하나는 즐거운 느낌이고, 다른 하나는 불편한 느낌이며, 마지막으로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무덤덤한 중립적인 느낌이다. 즐거운 느낌에 대해서는 애착과 집착을 일으키고, 불쾌한 느낌에 대해서는 혐오감과 더불어서 회피하려는 태도를 취한다. 무덤덤한 느낌에 대해서는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하는 안절부절함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비구는 안으로 느낌에서 느낌을 따라 관찰하여 머물고, 밖으로 느낌에서 느낌을 따라 관찰하여 머물고, 안팎으로 느낌에서 느낌을 따라 관찰하여 머문다. 이와 같이 비구는 느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하면서 머물고, 느낌에서 사라지는 현상을 관찰하면서 머물고, 느낌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을 관찰하면서 머문다. 이때 또한 ‘이것은 느낌이다’고 하는 알아차림의 확립이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동일한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즐거움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불편을 느끼는 것일까? 이런 차이는 어디서 올까?
이런 현상을 초기불교보다는 대승의 유식불교에서 더욱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염처경』에서는 다만 어떻게 느낌에 대해서 알아차림을 확립할 것인가 문제에 관심을 가진다. 그것이 어떤 종류의 느낌이든지, 느낌 자체에 온전하게 하나가 되는 경험이다. 이것은 ‘다만 몸이 있다’고 알아차림을 확립할 때와 마찬가지로, 느낌과 온전하게 하나가 되어서, 충분하게 그 느낌을 경험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때 주의할 몇 가지 점이 있다. 첫째는 다만 느낌만이 존재할 뿐, 느끼는 자는 없다. 느낌을 거부하거나 반대로 휩쓸리지 않으면서, 느낌을 그 자체로 수용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느낌은 매우 섬세한 감각작용이기에 잘못하면, 오히려 더욱 강렬한 애착을 야기 시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느낌을 신체적인 감각과 함께 안팎으로 관찰하는 일이다. 이 때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신체의 특정한 부위를 집중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신체의 전체적인 느낌을 그 흐름에 따라서 관찰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역시 관찰자와 관찰대상을 구별하지 말고, 강물의 흐름에 맡겨진 조각배처럼, 느낌의 인연을 따라서 관찰한다. 그럼으로써 자아가 부재한 고요함과 느낌의 역동성을 체득하게 된다.
세 번째는 느낌의 발생과 소멸을 주목하여 본다는 점이다. 이점은 무상을 체득하는데 유용한 방법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관점은 특히 느낌의 관찰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느낌이 발생한 장소에서 머물러보라. 그 느낌은 오래 머물지 않고 곧 사라진다. 하지만 곧 신체의 다른 부위에서 새로운 느낌이 발생함을 발견할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이 느낌도 곧 사라짐을 분명하게 알게 될 것이다.[출처 :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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