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

[스크랩] 입법계품 59. 천주광녀의 법문

수선님 2018. 3. 4. 13:27

연화사 앨범 > 십우도 6. (기우귀가 ...마야부인의 가르침에 따라 선재동자가 찾아가는 선지식은 천주광녀(天主光女)다.


그녀는 33천(天)의 정념(正念)이라고 하는 왕의 딸이다. 왕의 명칭이 ‘정념’인 것은 커다란 지혜의 작용이 아무런 조작됨도 없이 자재한 것이 천왕과 같음을 나타내고, 그의 딸의 명칭이 ‘천주광’인 것은 지혜의 작용이 생사의 속에서 자재하게 자비로운 신통 조화를 일으키는 것을 나타낸다.

 
선재동자가 천궁에 가서 그녀를 보고 보살행을 배우고 보살도를 닦는 법을 묻자, 그녀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걸림 없는 생각의 깨끗한 장엄’이다. 나는 이 해탈의 힘으로 지나간 세상을 기억한다. 과거에 가장 훌륭한 겁이 있었으니 이름이 ‘푸른 연화’인데, 나는 그 겁에서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부처님 여래께 공양하였다. 그 여래들이 처음 출가할 때부터 내가 받들어 수호하고 공양하였는데, 절을 짓고 모든 도구를 마련하였다. 또한 저 부처님들이 보살로서 어머니의 태에 계실 때와 탄생할 때와 일곱 걸음을 걸을 때와 크게 사자후할 때와 동자의 지위에 있으면서 궁중에 계실 때와 보리수를 향하여 정각을 이룰 때와 바른 법륜을 굴리며 부처님의 신통변화를 나타내어 중생들을 교화하고 조복시킬 때에 여러가지 하시던 일을, 처음 발심한 적부터 법이 다할 때까지를 내가 다 밝게 기억하여 잊은 것이 없으며, 항상 앞에 나타나서 생각하고 잊지 않았다.”


이 외에도 선지겁(善地劫) 묘덕겁(妙德劫) 무소득겁(無所得劫) 선광겁(善光劫) 무량광명겁(無量光明劫) 등에서 미진수의 부처님 여래를 공양하였던 것을 밝히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렇게 항하의 모래수 겁에 내가 부처님 여래·응공·정등각을 항상 버리지 않았음을 기억하며, 저 모든 여래에게서 이 보살의 ‘걸림없는 생각의 깨끗한 장엄 해탈’을 듣고, 받아 지니고 닦아 행하여 항상 잊지 아니하였다.


이와 같이 지난 겁에 나시었던 여러 여래께서 처음 보살로부터 법이 다할 때까지 하시던 모든 일을 내가 깨끗한 장엄 해탈의 힘으로 모두 기억하여 분명히 앞에 나타나며, 지니고 따라 행하여 잠깐도 게으르거나 중단하지 아니하였다.”


천주광녀가 설하고 있는 ‘걸림없는 생각의 깨끗한 장엄’법문은 기억(憶念)에 의해 여래를 분명하게 나타나게 하는 법을 밝힌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녀가 이 법문을 얻은 것은 무수한 겁 동안 모두 부처님 여래를 공양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걸림없는 생각의 깨끗한 장엄’의 경계란 과연 어떠한 경계일까.


걸림없는 생각의 깨끗한 장엄이라고 하는 것은 깨끗하게 밝은 지혜의 마음에 생각하는 것을 마음대로 아무런 장애가 없이 분명하게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그녀가 깨끗한 마음에 비추어 내어서 기억하는 것은 무량 무수한 부처님 여래의 경계이다. 부처님의 훌륭한 경계를 나타나게 하기 때문에 장엄이라고 하며, 그 내용을 요약해서 말한다면 지혜와 복덕이라고 하는 두 가지 장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선재동자에게 얘기하고 있는 것은 과거 무수한 세상에서 모두 부처님들이 수행하여 깨달음을 이루고, 자비로써 중생을 이롭게 하시던 모든 일들을 아무런 제약이 없이 마음대로 생각해서 떠오르게 하는 것이다.


경문에서 ‘깨끗한 생각의 장엄해탈을 성취함으로써 과거 일체의 보살의 행을 기억해서 잊지 않고 있다.’고 하고 있는 것은 모든 불보살의 공덕의 능력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망념(妄念)이 없는 정념(正念)의 지혜는 걸림이 없는 지혜이다.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부처님의 일을 일념(一念) 속에 분명히 파악하여 들어나게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천주광녀가 “부처님이 하시던 모든 일을 내가 깨끗한 장엄해탈의 힘으로 모두 기억하여 분명히 앞에 나타나게 하여 지니고 따라 행하며 잠깐도 게으르거나 중단함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내용을 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념(正念)에 의해서 자재하게 여래를 출현시킬 수가 있는 것이다.

 

정념천왕(正念天王)의 딸의 이름이 천주광(天主光)으로서 ‘걸림없는 생각의 깨끗한 장엄해탈’을 얻었다고 하는 것도 또한 이러한 내용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모든 부처님들께서 하시던 것을 지금 현재 이곳에서 분명하게 기억하여 잊지 않음으로 해서, 순간순간 천지에 가득히 부처님의 경계를 꽃피우는 커다란 장엄의 세계를 펼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권탄준/금강대 불교문화학과 교수

출처 : 忍土에서 淨土로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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