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전함을 느낍니다
<질문>
이제 곧 40을 바라보는 나이입니다.
마음 한 구석이 비어있는 듯 허전함을 느낍니다.
그 허전함에 쫓겨 삶을 낭비할까 두렵습니다.
왜 이렇게 허전할까요.?
<답>
40을 바라본다는 건
아직 40이 안 되었다는 얘기지요.
40도 안 됐으니까 때로는 마음이 공허하고 허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욕심이 많기 때문입니다.
자신은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인생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생이라는 것은
길거리에 핀 한 포기 풀이 그냥 자라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지는 것처럼 그냥 사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인생도 피곤하면 자고
배고프면 먹으면서 그냥 살아가면 되는 거예요.
특별하게
‘나는 뭐가 되겠다’,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들은 다 욕심이에요.
책이나 드라마나 영화 같은 걸 보면
부부생활은 항상 즐겁고, 연애는 멋있고,
돈은 풍족하게 벌잖아요.
그러나 막상 결혼해서 살아보면
그처럼 결혼생활이 향기롭고 긴장감 넘치지는 않지요.
살다보면 부부라는 것이 친구하고 자취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아름다운 아내, 멋있는 남편도 한 때 뿐이고
세월이 흐르면 그냥 친구 같고 가족 같은 관계가 되는 거예요.
부부라고 별것 아니에요.
나날이 소설이나 영화처럼 살면 오히려 피곤하고
뒤끝이 별로 안 좋습니다.
특별한 일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별일이 없으면 편안하고 좋은 거예요.
그게 바로 인생이고 그렇게 사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보통의 삶입니다.
자살하는 사람들을 잘 살펴보세요.
대부분 인생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자살을 합니다.
특별히 바라는 것도 없고 특별히 잘난 것도 없어
잘난 척할 필요가 없는 사람은 자살하지 않습니다.
일이 안 되면 안 되는가보다 하고
그만한 일에 좌절할 것이 뭐가 있겠나 생각하는 사람은
자살을 안 하는데 인생에서 큰 의미를 가져야 한다는 사람들이
좌절을 하면 극단의 방법을 선택하는 거지요.
이 세상에서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아무것도 없습니다.
쌀 한 톨 만들어지는 데도
천지만물이 다 관여해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혼자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마음이 공허하다, 허전하다는 것은
뭔가를 기대하고 채우려는데
뜻대로 안 되기 때문에 생기는 거예요.
할 일 없으면 봉사를 하세요.
허전할 때 힘들고 어려운 곳에 가서
하루라도 봉사를 해 보면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집니다.
또
너무 바빠서 죽겠다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바쁘면 좋은 거예요.
아무리 바쁘다고 하는 사람한테 물어봐도
잠은 자고 밥은 먹었다고 합니다.
저에게 상담하러 와서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사람들에게
제가 “아침 드셨어요”라고 물으면 거의가 “예”라고 대답합니다.
“어제 밤에 잠깐이라도 주무셨어요?” 물어도
한결같이 “예”라고 합니다.
밥 먹었겠다... 잠잤겠다... 옷도 입었겠다...
도대체 뭐가 문제예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공허하고 허전한 마음이 들 때는
자기 마음을 한번 잘 들여다봐야 합니다.
무엇인가를 채우려는 자신이 보일 것입니다.
사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니지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상대를 이해하고 어려운 일에 처했을 때
서로 돕고 위로하는 것이 인생입니다.
『반야심경』에
‘이무소득고(以無所得故)’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얻을 바 없는 까닭으로’라는
뜻인데 이렇게 얻을 바 없는 줄을 알아야
해탈의 길이 열리는 거예요.
오랫동안 절에 다니면서도
해탈을 못 하는 것은
절에 얻으러 왔기 때문입니다.
얻으려는 생각을 놓아야
오히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허전하다며 뭔가로 채우려고 하는 것은
망상을 쫓는 것입니다.
그 허전한 마음의 뿌리를 딱 꿰뚫어 보고
‘아, 내가 뭔가 바라는
마음으로 헤매고 있구나’하고
그 바라는 마음을 놓아버리면
허전함은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법보신문에서..
법륜스님
『가장행복한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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