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기원정사에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한 제자가 여쭈었다.
“언젠가 부처님께서 진정한 대장부에 대해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 그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어떤 사람을 가리켜 대장부라 하고, 어떤 사람을 대장부가 아니라 하시는지요?”
이에 부처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대장부가 아니라고 하는 사람은 이런 사람이다. 자신의 육신을 영원하다고 생각하여 거기에 집착함으로써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번뇌를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그는 그로 인해 해탈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내가 대장부라고 하는 사람은 이런 사람이다. 자신의 육신을 영원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따라서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 그리하여 욕심과 번뇌를 다 버리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그는 그로 인해 해탈을 얻기 때문이다.”
잡아함 24권 614경 《대장부경(大丈夫經)》
경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경의 주제는 불교에서 말하는 ‘대장부의 조건’은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이다.
대장부라는 말에는 당당함과 호연지기(浩然之氣)가 들어 있다. 백만대군이 와도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는 진중함과, 일체의 적과 싸워서 이기는 무서운 힘과, 모두를 너그럽게 포용하는 아량이 있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일러 장부 중의 장부라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영웅들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 말 발굽 아래 아시아와 유럽 대륙을 짓밟은 징기스칸, 알프스를 넘은 나폴레옹과 같은 사람은 영웅 중에 영웅이요, 대장부 중에 대장부라는 데 이의가 없다.
그러나 부처님은 《법구경》에서 “싸움터에서 백만 인을 이긴 사람보다 자기 자신을 이긴 사람이 가장 위대한 승리자(千千爲敵 一夫勝之 未若自勝 爲戰中上).”라고 가르친다. 진정한 승리자는 타인과의 경쟁에서 이긴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앞에서 인용한 《대장부경》도 같은 맥락의 가르침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진정한 대장부란 집착을 여의고 해탈을 성취한 사람이다. 왜 그런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의 평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직면한 실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열 가지 다른 별명 가운데 ‘조어장부(調御丈夫)’가 있다. 자신의 마음을 조복받은 훌륭한 장부라는 뜻이다.
우리는 시선을 언제나 밖으로만 향한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전전긍긍한다. 유행의 심리가 그렇다. 모두가 머리에 물을 들이고 다니면 나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세탁기나 냉장고를 쓰면 나도 그것을 사서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냉장고나 세탁기를 쓰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몰주체성이 문제라는 것이다.
자신의 필요보다는 유행에 뒤지지 않으려는 것은 남의 살림을 사는 것이지 ‘자기 살림’을 사는 것이 아니다. 그는 대량소비 사회의 광고에 정신 못 차리는 초라한 소시민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부처님은 이런 우리들을 향해 그 시선을 안으로 돌려 자신의 문제를 들여다 보라고 말한다. 욕망과 집착을 제거하고 진정한 대장부가 되라고 가르친다. 남의 흉내나 내는 못난이 졸장부인 중생들로서는 참 고마운 격려가 아닐 수 없다.
홍사성/불교방송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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