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미십계◎
부처님 께서 카필라성의 동산에 계시던 어느 날이었다.
공양 때가 되어 카필라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고 돌아오시는데
라훌라의 어머니는 라훌라를 데리고 높은 집 위에서
부처님 오시는 것을 보고 아들에게 말했다.
"저기 오시는 분이 너의 아버지시란다."
이 말을 들은 라훌라는 그 길로 줄달음쳐 뛰어내려와
부처님 발에다 절을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손으로 라훌라의 머리를 만져 주시면서 물으셨다.
"출가하겠느냐."
"네, 하겠어요."
부처님은 라훌라의 손을 잡고 절로 데리고 와서
사리불을 불러 말씀하셨다.
"라훌라 동자에게 오계를 주어라."
사리불은 라훌라의 머리를 깎고 법의를 입힌 후
무릎을 꿇어 합장하게 한 뒤
삼귀의를 세 번 외우게 하고 사미십계를 주었다.
1) 목숨이 다하도록 중생을 죽이지 말라
위로는 부처님, 성인, 스님, 부모님으로부터
아래로는 날아다니고
기어다니는 보잘것 없는 벌레에 이르기까지,
목숨있는 것은 내 손으로 죽이거나 남을 시켜 죽이거나
죽이는 것을 보고 좋아하지 말라.
물은 반드시 걸러 먹고 고양이를 기르지 말며,
은혜를 베풀어 가난한 이를 구제하여 편안히 살게 하며,
죽이는 것을 보면 자비스러운 마음을 내어야 한다.
2) 목숨이 다하도록 훔치지 말라
귀중한 금과 은에서 바늘 한 개,
풀 한 줄기까지라도 주지 않는 것은 가지지 말라.
절에 있는 물건이나 시주의 것이나 관청의 것이나
대중의 물건을 빼앗거나 훔치거나 속여 가지거나
또는 세금을 속이고 차삯을 안 내는 것은 모두 훔치는 것이다.
옛날에 어떤 사미는 대중이 공양할
떡 두 개를 훔쳐 먹고서 지옥에 떨어졌다.
차라리 손을 끊을지라도 옳지 못한 재물은 가지지 말아야 한다.
3) 목숨이 다하도록 음행하지 말라
마을에 있는 신도의 오계에는 사음만 못하게 하였거니와
집을 나온 출가자는 음행을 완전히 끊어야 하므로
세간에 있는 여자나 남자를 간음하면 안되는 것이니라.
세상 사람들은 음욕으로 인하여 몸도 망치고 집안도 망하거니와
세속을 벗어나 수도자가 되고서 어찌 다시 음욕을 범할 것인가.
나고 죽는 근본은 음욕인 것이니
음란하게 사는 것은 정결하게 죽는 것만 못한 것이다.
4) 목숨이 다하도록 거짓말을 하지 말라
거짓말에는 네 가지가 있다.
첫째,
허망한 말이다. 옳은 것을 그르다 하고
그른 것을 옳다 하며, 본 것을 못보았다 하고
못본 것을 보았다 하여 진실하지 아니한 것이다.
둘째,
비단결 같은 말이다. 구수한 말을 늘어놓으며 열정으로
하소연하여 음욕으로 이끌고 슬픈 정을 돋우어
남의 마음을 방탕하게 하는 것이다.
셋째,
나쁜 말이다. 추악한 욕설로 사람을 욕되게 꾸짖는 것을 말한다.
넷째,
이간질하는 말이다. 이 사람에게는 저 사람 말을 하고,
저 사람에게는 이 사람 말을 하여 두 사람 사이를 이간하고
싸움을 붙이며, 심지어는 처음에는 칭찬하다가
나중엔 훼방하거나, 면전에서는 좋다 하고 딴 데서는 그르다 하며
거짓 증언을 하는 것들은 모두 거짓말이다.
만일 범부로서 성인의 자리를 깨닫고 증득했다고 하는 것은
큰 거짓말이니 그 죄는 극히 무거운 것이며,
이밖에 다른 이의 급한 재난을 구원하기 위하여
자비한 마음으로 수단을 써서 하는 거짓말은 죄가 되지 않는다.
옛날 어떤 사미가 늙은 비구의 경 읽는 소리를 비웃어
개짖는 소리 같다고 했다. 이 늙은 비구는 아라한이었기에
사미에게 곧 참회하게 하였으므로 겨우 지옥은 면하였으나
그래도 개의 몸을 받았었다. 이와 같이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입안에도 도끼가 있어서
나쁜 말 한 마디로 몸을 다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미는 말을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5) 목숨이 다하도록 술을 마시지 말라
술은 사람을 취하게 하는 독약이다.
한방울이라도 입에 대지 말 것이며 심지어는
술냄새도 맡지 말고 술집에 머물지도 말 것이며
다른 이에게 술을 권하지도 말라.
옛적에 어떤 신도는 술을 마시고
다른 계까지 범한 일이 있는데
출가승이 되어 술을 마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술을 한 번 마시는 데 36가지의 허물이 생기는데
어찌 작은 죄가 되겠는가.
술을 즐기는 사람은 죽어서 오물지옥에 들어가며
날 적마다 바보가 되어 지혜의 씨앗이 없어진다.
차라리 구정물을 마실지언정 술을 마셔서는 아니된다.
6) 목숨이 다하도록 꽃다발을 쓰거나 향을 바르지 말라
꽃다발과 화려한 옷과 여러 가지 패물로 호사하거나
사향 등 향수를 쓰거나 분을 바르지 말라.
세속 사람도 청렴하고 결백하지 않은 이를 좋아하지 않는데,
하물며 세속을 떠난 사람이 어찌 화려한 사치를 탐할 것인가.
수수하게 물든 누더기로 몸을 가리는 것이 마땅하다.
7) 목숨이 다하도록 노래하고 춤추는 짓을 하지 말고 악기를 쓰지 말라
부처님께 공양하고 중생을 교화시키는 음악도 있지만
나고 죽는 일을 떠나기 위하여 세속을 버리고
출가한 사람으로서 어찌 공부를 하지 않고
노래와 춤을 배울 것인가.
옛날 어떤 신선은 여자들이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을 듣다가 그만 신비한 능력을 잃어버렸다.
구경만 해도 그러한데 하물며 제 몸으로 할 것인가.
장기바둑이나 윷놀고 노름하는 일들도 하지 말아야 한다.
모두 진리를 닦는 마음을 어지럽히고
허물을 돕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8) 높고 넓은 평상에 앉지 말라
높고 넓은 평상에 앉으면 거만한 것이니
복을 감하고 죄를 부르게 되는 것이다.
비단으로 만든 휘장이나 이부자리 같은 것도 사용하지 말라.
풀로 자리를 만들고 나무 밑에서 수도를 하여야 하는데
어찌 높고 넓은 평상과 좋은 자리에서
허망한 이 몸뚱이를 편하게 할 것인가.
9) 목숨이 다하도록 때가 아니면 먹지 말라
천신들은 청정하여 아침에 먹고 짐승은 둔탁하여
오후에 먹고 귀신들은 밤에 먹는다.
부처님은 정오 이전에 먹는 것이다.
많이 먹으려고 하지 말고 맛있게 먹으려고도 하지 말라.
오후에 먹지 아니하면 여섯 가지의 복이 생기는 것이다.
아귀들은 바리때 소리를 들으면 목구멍에서
불이 난다고 하는데 어찌 때 아닌 오후에 먹을 것인가.
10) 금은보물로 몸을 가리지 말라
금은보물은 탐심을 기르고 도를 방해하므로
손에 잡지도 말아야 할 것인데 어찌 출가인이 탐심을 낼 것인가.
사람들의 가난을 생각하고 항상 보시를 행할 것이며,
돈을 벌려고 하지 않고 모아두지도 말고
장사를 하지 말 것이며, 보물로 장식하지도 말라.
이상 열 가지의 계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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