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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또한 비구들이여, 비구는 마치 묘지에 버려진 시체가 죽은 뒤 하루나 이틀 내지는 사흘이 지나서 부어 오르고 검푸르게 변하고 석어 문드러짐을 보는 것과 같이, 이 몸을 관찰하여 '이 몸이야말로 이러한 법, 이러한 것이요, 이런 모습을 면할 수 없다.'고 안다.
이와 같이 혹은 안으로 몸에 대하여 몸을 관찰하여 머물고, 또한 밖으로 몸에 대하여 몸을 관찰하여 머물고, 또한 안팎으로 몸에 대하여 몸을 관찰하여 머문다.
혹은 몸에 대하여 생하는 법을 관찰하여 머물고, 또한 몸에 대하여 생멸의 법을 관찰하여 머물고, 또한 지식으로 안 것과 잊지 않고 기억되는 것에 대해서도 이와 같이 '몸이 있다.'고 생각하여 나타내면 의지함이 없이 머물고, 세상의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게 된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비구는 몸에 대하여 몸을 관찰하여 머문다.
해설 일상적으로 우리는 몸이 있으며 이 몸이 형태를 갖추고 있다고 의식하고 있지만, 사실은 몸이 없으며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어떤 것을 '안다'고 할 때, 그것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까지 알지 않으면 그것을 진실로 안 것이 아니다.
실로 어떤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것이 곧 없어질 것임을 알게 한다. '있다'는 또한 '없다'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없다'가 있기 때문에 '있다'도 있게 된다. '있다'와 '없다'는 항상 서로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무엇이 있을 때 그것이 항상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여 없어지면 놀라고 슬퍼한다. 실제로 우리의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도 찰나에 생하고 찰나에 멸하면서 생사를 거듭하고 있다. 어디가지가 삶이고, 어디까지가 죽음이라고 분별할 수 없다. 우리의 마음도 이와 같다. 어떤 생각이나 죽음이라고 분별할 수 없다. 우리의 마음도 이와 같다. 어떤 생각이나 마음이 일어나면 순간에 없어지고, 없어지면 또다시 일어나면서 계속 흐르고 있다.
몸을 있는 그대로 있게 하거나 되어진 그대로 하려면 살아 있는 몸에서 몸이 없어지는 것을 보고, 살아 있을 때 없어지고 있는 상태를 그대로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없어지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의 몸은 왜 죽는가? 죽으면 왜 해체되어 검푸르게 썩고, 형체를 찾을 길 없이 공허하게 되는가? 없던 것이 생겼기 때문에 생긴 것이 죽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몸은 네 가지 요소가 모여서 이루어져 있으므로 그 요소는 인연이 다하면 다시 돌아간다. 또한 인연에 의해 형체를 형성하고 있었으나 인연도 실체가 없기 때문에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생기는 법, 없어지는 법에 머물면 우리의 몸이 썩어서 없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생하고 멸하는 법을 알면 생과 멸이 다르지 않음을 안다. 삶이 죽음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면 법을 안 것이다. 우주의 법에는 죽음과 삶이 다르지 않고 인연에 따라서 형체가 나타난다. 법은 본래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알면 어디에도 의지하지 않고,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으면서 주어진 몸을 최대한 살리는 보람된 삶을 살게 된다.
항상 죽음 앞에 서서 죽음과 대결하는 삶은 순간을 영원으로 승화시키고 작은 이 몸을 우주로 확대시키는 삶이다. 흔히 '죽으면 석을 몸인데 무엇이 아까우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이렇게 자포자기하는 태도는 생명에 대한 반역이다. 죽으면 썩어 버리므로 살아있는 이 몸이 귀중한 것이며, 썩는다는 사실도 존엄한 것이다. 만일 죽어도 썩지 않거나 태어나서 죽지 않는다고 가상해 보라.
우리는 어떤 것이 있음으로 해서 '없다'는 보이지 않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있다'와 '없다'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므로 의지하거나 집착할 필요가 없다. 의지할 것은 법뿐이다. 법에 의지하여 살고 법에 의지하여 죽을 뿐이다. 그러므로 붓다는 자신의 임종 때 슬퍼하며 의지할 곳을 묻는 제자에게 '법을 의지하고 법을 등불로 삼아라.'라고 훈계했다.
이 말은 있는 그대로, 되어진 그대로 살라는 뜻이다. 살아 있는 몸에서 죽음을 보고, 다시 죽으면 썩어 없어진다는 사실을 보라고 했다. 죽음을 보는 데에 그치면 죽음이 실재한다고 여겨 삶에 집착하게 된다. 죽음도 없어야 비로소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게 된다. 법은 실로 '있다'와 '없다'를 떠난 것이니, 결국 썩어서 없어진다는 것도 있을 수 없다. 어찌 무어라고 입을 벌릴 수 있으며 어떻다고 생각할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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