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조록(馬祖錄)

[스크랩] 3-3. 감변

수선님 2018. 12. 2. 11:41
 

21.

  탐원산(耽源山)에 젊은 스님 하나가 있었는데 행각하고 돌아와 스님 앞에서 원상(圓相)을 그리고는 그 위에다 절하고 서자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부처가 되고 싶지 않은가?”

  “저는 눈을 비빌 줄 모릅니다.”

  “내가 졌다.”

  “젊은 스님은 대꾸가 없었다.”


  22.

  한 스님이 스님 앞에다 하나는 길게, 셋은 짧게 네 획을 긋


* 눈을 누르고 멀쩡하게 보이던 것이 겹쳐 보이는데 본심에서 망상 일으키는 것을 비유한다.

고는 말하였다.

  “하나는 길고 셋은 짧다고 해서는 안됩니다. 4구백비(四句百非)를 떠나 대답해 주십시오.”

  그러자 스님께서는 땅에다 금 하나를 획 긋고는 말씀하였다.

  “길다 짧다 말하진 못한다. 그대에게 단변을 끝냈다.”

 

  23.

  스님께서 한 스님을 시켜 경산 법흠(徑山法欽:714-792)스님에게 글을 보냈는데 그 속에는 일원상(一圓相)이 그러져 있었다.

  경산스님은 뜯자마자 붓을 찾아 가운데 한 점을 찍었다.

  그 뒤 어떤 스님이 혜충국사(慧忠國師: ?-775)에게 이 상황을 말씀드렸더니, 국사는 말하였다.

  “법흠스님이 오히려 마조대사에게 속았구나.”

  24.

  한 강사(講師)가 찾아와서 물었다.

  “선조에서는 어떤 법을 전수합니까?”

  스님게서 되물었다.

  “강사는 어떤 법을 전해 주는가?”

  “외람되게도 20여본(本)의 경론을 강의합니다.”

  “그렇다면 사자(獅子)가 아닌가.”

  “과분한 말씀이십니다.”

  “스님께서”어흠!“하고 소리를 내자 강사가 말하였다.

  “이것이 법이군요.”

  “무슨 법인가?”

  “사자가 굴에서 나오는 법입니다.”

  스님께서 잠자코 있자 강사가 말하였다.

  “이것도 법이군요”

  “무슨 법인가”

  “사자가 굴 속에 있는 법입니다.”

  “나오지도 않고 들어앉지도 않는 것은 무슨 법인가?”

  강사는 대꾸가 없었다.  드디어 하직을 하고 문을 나오는데 스님께서 “좌주여!”하고 불렀다. 강사가 머리를 돌리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이게 무엇인가?”

  강사가 역시 대꾸가 없자 스님께서는 “이 둔한 중아!”하셨다.

  25.

  홍주(洪州) 염사(廉使)가 물었다.

  “술과 고기를 먹어야 옳습니까, 먹지 않아야 옳습니까?”

  “먹는 것은 그대의 국록(國祿)이며, 먹지 않는 것은 그대의 불복(佛福)입니다.”

 

  26.

  약산 유엄(藥山惟儼:745-828)스님이 처음 석두스님을 참례한 한 자리에서 물었다.

  “3승 12분교(三乘十二分校)라면 제가 대략은 압니다. 남방에 서는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이라 한다는 소문은 늘 들었는데 정말 알지 못하겠습니다. 엎드려 바라오니 스님께선 자비로 가르쳐 주십시오.”

  석두스님이 말하였다.

  “이렇게 해도 안되고 이렇게 하지 않아도 안되며, 이렇게 하거나 이렇게 하지 않음 둘다 안된다. 자 어떻게 하겠는가?”

  약산스님이 어찌할 바를 모르자 석두스님이 말하였다.

  “그대의 인연은 여기에 있질 않으니 그만 마조스님의 처소로 가보게.”

  약산스님이 명을 받들어 스님께 공손히 절을 하고는 앞에 물었던 것을 그대로 묻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어느 때는 그에게 눈썹을 드날리고 눈을 깜작이게 하며, 어느 때는 그렇게 하는 것이 옳고 어� 때는 그렇게 하는 것이 옳지 않다. 그대는 어떠한가?”

  약산스님이 말끝에 깨치고 절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였다.

  “무슨 도리를 보았기에 나에게 절을 하느냐?”

  “제가 석두스님 처서에서는 무쇠소 등에 달라붙은 모기와도 같았습니다.”

  “그대가 그렇게 되었다면 잘 간직하게.”

  그 뒤 3년 동안 시봉을 하였는데 하루는 스님께서 물으셨다.

  “그대는 요사이 견처(見處)가 어떠한가?”

  “껍데기는 다 벗겨지고 알맹이 하나만 남았을 뿐입니다.”

  “그대의 경지의 마음(心體)이 순조로와 사지(四肢)까지 편안하다 하겠다. 그렇게 되었을진대 어째서 세 가닥 대테(蔑)로 아랫배를 조르고 아무데나 가서 주지살이를 하지 않는가?”

  “제가 무어라고 감히 주지노릇한다 하겠습니까?”

  “그렇지 않다네. 항상 다니기만 하고 머물지 말라는 법은 없고, 항상 다니가만 하고 다니지 말라는 법도 없다네. 이익되게 하고 싶어도 이익될 것이 없고, 위하려 하나 위할 것도 없다네. 배(船)를 만들어야지. 이 산에 오래 머물지 말게.”

  이리하여 약산스님은 스님을 하직하였다.

  27.

  단하 천연(丹霞天然:739-824)스님이 두번째 스님을 참례하러 왔을 때 였다. 아직 참례하기도 전에 바로 큰 방에 들어가 나한상의 목을 말타듯 타고 앉았다. 그러자 대중들이 경악하여 급히 스님께 아뢰었다. 스님께서 몸소 큰 방으로 들어가 그를 살펴보더니 말씀하셨다.

  “천진한(天然) 내 아들이로군.”

  단하 스님은 즉시 땅으로 내려와 절하며“대사께서 법호를 주셔서 감사합니다”하였는데 이 인연으로 ‘천연(天然)’이라 이름하였다.

* 중국의 한 은사는 아는 것이 너무 많아서 뱃속이 터질까 걱정하여 대나무테로 배를 싸고 다녔다. 여기서는 공부가 완숙된 경제를 말한다.










  28.

  담주 혜랑(潭州慧郞)스님이 처음 참례하자 스님께서 물으셨다.

  “그대는 찾아와서 무엇을 구하느냐?”

  “부처님의 지견(知見)을 구합니다.”

  “부처님에게는 지견이 없다. 지견은 마군일 뿐이다. 그대는 어디서 왔느냐?”

  “남악(南嶽)에서 왔습니다.”

  “그대가 남악에서 오긴 했으나 아직 조계의 심요(心要)를 모르는구나. 속히 그 곳으로 되돌아가야지. 다른 데로 가서는 안된다.”


  29.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느냐?”

  “호남에서 왔습니다.”

  “동정호(洞庭湖)에는 물이 가득찼더냐?”

  “아닙니다.”

  “때맞은 비가 그렇게나 내렸는데도 아직 가득 차지 않았더냐...”


  도오(道吾)스님은“가득찼다”하였고,운암(雲岩)스님은“담담하다”하였으며,동산(洞山)은 “어느 겁(劫)엔들 모자란 적이 있었으랴”하였다.

출처 : 通達無我法者
글쓴이 : 통달무아법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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