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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장아함경 제1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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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 홍시 연간에 불타야사ㆍ축불념 한역 |
[제2분] ⑤ |
12. 삼취경(三聚經) |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서 큰 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나는 너희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미묘한 법을 연설하리니, 의미가 청정하고 범행을 구족하고 있으므로 그것을 3취법(聚法)이라 한다. 너희들은 잘 듣고 깊이 생각하여 기억하도록 하라.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설명하리라.”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가르침을 받고 경청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
“세 가지 법취(法聚)1)의 세계란, 하나의 법은 악한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요, 다른 하나의 법은 선한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의 법은 열반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어떤 것이 악한 세계로 나아가는 하나의 법인가 하면, 인자한 마음이 없고 독해(毒害)할 마음을 품는 것이니, 이것이 장차 악한 세계로 나아가는 하나의 법이다. |
의 세계란, 하나의 법은 악한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요, 다른 하나의 법은 선한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의 법은 열반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어떤 것이 악한 세계로 나아가는 하나의 법인가 하면, 인자한 마음이 없고 독해(毒害)할 마음을 품는 것이니, 이것이 장차 악한 세계로 나아가는 하나의 법이다. |
어떤 것이 선한 세계로 나아가는 하나의 법인가 하면, 악한 마음으로써 중생을 해치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장차 선한 세계로 나아가는 하나의 법이다. |
1) 한다. 취(聚)는 쌓였다는 뜻이니 불법을 총괄하여 일컫는 말이다. 곧 팔만 사천 법문이 모여서 쌓였다는 뜻으로 팔만 사천 법취라고 부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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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이 열반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법인가 하면, 능히 정근하여 신념처(身念處)2)를 닦는 것이니, 이것이 장차 열반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법이다. |
를 닦는 것이니, 이것이 장차 열반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법이다. |
또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두 가지 법이 있고, 또 선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두 가지 법이 있으며, 다시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두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두 가지 법인가 하면, 하나는 계율을 허무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견(見)을 깨뜨리는 것이다. 어떤 것이 선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두 가지 법인가 하면, 하나는 계를 갖추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견을 갖추는 것이다. 어떤 것이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두 가지 법인가 하면, 하나는 그치는 것[止]이요, 다른 하나는 관하는 것[觀]이다. |
다시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세 가지 법이 있고, 선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세 가지 법이 있으며,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세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세 가지 법인가 하면, 세 가지 불선(不善)의 근본으로서, 즉 탐욕이라는 불선의 근본과 성냄이라는 불선의 근본과 어리석음이라는 불선의 근본이다. 어떤 것이 선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세 가지 법인가 하면, 세 가지 선의 근본으로서, 즉 탐욕이 없는 선의 근본과 성냄이 없는 선의 근본과 어리석음이 없는 선의 근본이다. 어떤 것이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세 가지 법인가 하면, 세 가지 삼매로서, 즉 공(空)삼매ㆍ무상(無相)삼매ㆍ무작(無作)삼매이다. 또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네 가지 법이 있고, 선한 세계로 나아가는 네 가지 법이 있으며,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네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네 가지 법인가 하면, 정다운 말과 성내는 말과 두렵게 하는 말과 어리석은 말이다. 어떤 것이 선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네 가지 법인가 하면, 정답지 않은 말과 성내지 않는 말과 두렵게 하지 않는 말과 어리석지 않은 말이다. 어떤 것이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네 가지 법인가 하면, 4념처(念處)를 말한다. 4념처란 신념처(身念處)ㆍ수념처(受念處)ㆍ심념처(心念處)ㆍ법념처(法念處)이다. |
다시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다섯 가지 법이 있고 선한 세계로 향하는 |
2) 수행자가 3현위(賢位)에서 5정심관(停心觀) 다음에 닦는 수행법의 첫 번째로서, 부모에게서 받은 육신이 부정하다고 관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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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가지 법이 있으며 열반으로 향하는 다섯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다섯 가지 법인가 하면, 다섯 가지 계율[戒]를 깨뜨리는 것으로서, 즉 살생ㆍ도둑질ㆍ음행ㆍ거짓말ㆍ술을 마시는 것이다. 어떤 것이 선한 세계로 향하는 다섯 가지 법인가 하면, 다섯 가지 계율을 지키는 것으로서, 즉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행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다. 어떤 것이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다섯 가지 법인가 하면, 다섯 가지 근본[五根]으로서 즉 다섯 가지 근본이란 믿음의 근본ㆍ정진의 근본ㆍ생각의 근본ㆍ선정의 근본ㆍ지혜의 근본이다. 또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여섯 가지 법과 선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여섯 가지 법과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여섯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여섯 가지 법인가 하면, 여섯 가지 불경(不敬)을 말하나니, 즉 부처를 공경하지 않고 법을 공경하지 않으며, 승단을 공경하지 않고 계율을 공경하지 않으며, 선정[定]을 공경하지 않고 부모를 공경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것이 선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여섯 가지 법인가 하면, 여섯 가지 경법(敬法)으로서 즉 부처를 공경하고 법을 공경하며, 승단을 공경하고 계율을 공경하며, 선정을 공경하고 부모를 공경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여섯 가지 법인가 하면, 여섯 가지 사념(思念)으로서 즉 부처를 생각하고 법을 생각하며, 승단을 생각하고 계율을 생각하며, 보시를 생각하고 하늘을 생각하는 것이다. |
또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일곱 가지 법과 선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일곱 가지 법과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일곱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일곱 가지 법인가 하면, 살생ㆍ주지 않는 것을 취하는 것ㆍ음탕한 것ㆍ거짓말ㆍ이간시키는 말ㆍ욕설ㆍ꾸밈말이다. 어떤 것이 선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일곱 가지 법인가 하면,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탕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이간질하지 않고 욕설하지 않으며, 꾸밈말 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것이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일곱 가지 법인가 하면, 일곱 가지의 각의(覺意)로서, 즉 염각의(念覺意)3)ㆍ택법각의(擇法覺 |
3) 수행함에 있어서 늘 잘 생각하여 정(定)과 혜(慧)가 한결같도록 하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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意)4)ㆍ정진각의(精進覺意)5)ㆍ의각의(猗覺意)6)ㆍ정각의(定覺意)7)ㆍ희각의(喜覺意)8)ㆍ사각의(捨覺意)9)이다. |
또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여덟 가지 법과 선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여덟 가지 법과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여덟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여덟 가지 법인가 하면, 여덟 가지 삿된 행위[邪行]로서 삿된 소견ㆍ삿된 뜻ㆍ삿된 말ㆍ삿된 행동ㆍ삿된 생활ㆍ삿된 방편ㆍ삿된 생각ㆍ삿된 선정[定]을 말한다. 어떤 것이 선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여덟 가지 법인가 하면, 세상의 바른 소견ㆍ바른 뜻ㆍ바른 말ㆍ바른 행동ㆍ바른 생활ㆍ바른 방편ㆍ바른 생각ㆍ바른 선정을 말한다. 어떤 것이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여덟 가지 법인가 하면, 여덟 가지 현성의 도(道)로서, 즉 바른 소견ㆍ바른 뜻ㆍ바른 말ㆍ바른 행동ㆍ바른 생활ㆍ바른 방편ㆍ바른 생각ㆍ바른 선정이다. |
또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아홉 가지 법과 선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아홉 가지 법과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아홉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아홉 가지 법인가 하면, 아홉 가지 괴롭힘[惱]을 말한다. 어떤 사람이 과거에 나를 침노해 괴롭혔고, 현재에도 나를 침노해 괴롭히며, 앞으로도 나를 침노해 괴롭힐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것을 과거에 침노해 괴롭혔고, 현재에도 침노해 괴롭히며, 앞으로도 침노해 괴롭힐 것이다. 내가 미워하는 자를 과거에 사랑하고 공경했고, 현재에도 사랑하고 공경하며, 앞으로도 사랑하고 공경할 것이다. 어떤 것이 선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아홉 가지 법인가 하면, 아홉 가지 괴롭힘이 없는 것[無惱]을 말한다. 그가 과거에 나를 침노했는데 내가 번민한들 무슨 이익이 있으랴 하여 과거에도 번민하지 |
4) 모든 법을 살펴서 선악(善惡)의 진위(眞僞)를 가려내는 것. |
5) 적에 용맹한 마음으로 쓸데없는 사행(邪行)을 여의고 바른 도에 전력을 기울여 게으르지 않는 것. |
6) 견해를 끊어버릴 적에 참되고 거짓됨을 알아서 올바른 선근(善根)을 생하는 것. |
7) 들어서 번뇌 망상을 일으키지 않는 것. |
8) 선법(善法)을 얻어서 기뻐하는 것. |
9) 경계에 집착하던 마음을 여읠 적에 거짓되고 참되지 못한 것을 추억하는 마음을 버리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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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았고 현재에도 번민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번민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자를 저가 과거에도 침노했는데 내가 괴로워한들 무슨 이익이 있으랴 하여 과거에도 번민하지 않았고 현재에도 번민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번민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미워하는 자를 저는 과거에도 사랑하고 공경했는데 내가 괴로워한들 무슨 이익이 있으랴 하여 과거에도 번민하지 않았고 현재에도 번민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번민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것이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아홉 가지 법인가 하면, 첫째는 기쁨, 둘째는 사랑, 셋째는 기뻐함, 넷째는 즐거움, 다섯째는 선정[定], 여섯째는 진실된 지견, 일곱째는 버림, 여덟째는 욕심 없음, 아홉째는 해탈이다. |
또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열 가지 법과 선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열 가지 법과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열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열 가지 법인가 하면, 열 가지 불선(不善)으로서 즉 몸으로 짓는 살생ㆍ도둑질ㆍ음행과 입으로 짓는 이간질하는 말ㆍ욕설ㆍ거짓말ㆍ꾸밈말과 뜻으로 짓는 탐욕ㆍ질투ㆍ사견(邪見)이다. 어떤 것이 선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열 가지 법인가 하면, 열 가지 선행(善行)으로서 즉 몸으로 짓는 살생ㆍ도둑질ㆍ간음을 하지 않는 것, 입으로 짓는 이간시키는 말ㆍ욕설ㆍ거짓말ㆍ꾸밈말을 하지 않는 것, 뜻으로 짓는 탐욕ㆍ질투ㆍ삿된 견해를 가지지 않는 것이다. 어떤 것이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열 가지 법인가 하면, 열 가지의 곧은 길로서 즉 바른 소견ㆍ바른 뜻ㆍ바른 말ㆍ바른 행동ㆍ바른 생활ㆍ바른 방편ㆍ바른 생각ㆍ바른 선정ㆍ바른 해탈ㆍ바른 지혜이다. 모든 비구들이여, 이와 같은 열 가지의 법은 열반에 이르게 할 수 있나니, 이것을 이름하여 3취(聚)의 미묘하고 바른 법이라 한다. |
내가 여래가 되어 모든 제자들을 위하여 마땅히 해야 할 일은 모두 갖추지 않은 것이 없으나, 너희들을 걱정하기 때문에 경도(經道)를 연설하는 것이다. 너희들도 또한 마땅히 제 자신의 몸을 걱정하라. 마땅히 나무 밑에 한가히 있으면서 깊이 생각하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 지금에 노력하지 않고 뒷날에 후회한들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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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대연방편경(大緣方便經)10) |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류사국(拘流沙國)의 겁마사(劫摩沙) 마을에서 큰 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
그 때 아난은 고요한 곳에서 이렇게 생각했다. |
'너무도 기이하고 특별하구나. 세존께서 말씀하신 열두 가지 인연법의 광명은 매우 깊어 알기 어렵구나. 그러나 내가 마음 속으로 관찰해 보니 마치 눈앞에 있는 일과 같은데 무엇 때문에 깊은 이치가 있다고 하는가?' |
그렇게 생각한 아난은 곧 고요한 곳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나아갔다.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세존께 여쭈었다. |
“저는 아까 조용한 방에서 잠자코 혼자 생각하기를 '참으로 기이하고 특별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열두 가지 인연법의 광명은 매우 깊어 알기 어렵다. 그러나 내가 마음 속으로 관찰해 보니 마치 눈 앞에 있는 일과 같은데 무엇 때문에 깊다고 하는가'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
그 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
“그만두라, 그만두라. 그런 말을 하지 말라. 아난아, 이 열두 가지 인연법의 광명은 너무도 심오하며 이해하기 어렵다. 아난아, 이 열두 가지 인연법은 보기도 어렵고 알기도 어렵다. 모든 하늘ㆍ악마ㆍ범천ㆍ사문 바라문으로서 아직 인연법에 대하여 관찰하지 못한 자가 만일 생각으로 헤아려보고[思量] 관찰하여 그 이치를 분별하려고 한다면 곧 정신이 아득하여 관찰해 볼 수 없을 것이다. 아난아, 내가 이제 너에게 말해 주겠다. 늙고 죽음에는 연(緣:外緣)이 있다. 만일 누가 '무엇이 늙고 죽는 연인가'라고 묻거든 너는 그에게 '생(生)이 늙고 죽음[老死]의 연이 된다'라고 대답하라. 또 누가 '어떤 것이 생의 연인가' 하고 묻거든 너는 그에게 '유(有:존재)가 생의 연이 된다'라고 |
10) 경의 이역본으로는 후한 시대 안세고가 한역한 『불설인본욕생경(佛說人本欲生經)』과 송 시대 시호(施護)가 한역한 『불설대생의경(佛說大生義經)』이 있으며, 같은 내용의 경으로는 『중아함경』제 24권97번째 소경인 『대인경(大人經)』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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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하라. 또 누가 '무엇이 유의 연인가'라고 묻거든 너는 그에게 '취(聚)가 유의 연이 된다'라고 대답하라. 또 누가 '무엇이 취의 연인가'라고 묻거든 너는 그에게 '애(愛)가 취의 연이 된다'라고 대답하라. 또 누가 '무엇이 애의 연인가'라고 묻거든 너는 그에게 '수(受)가 애의 연이 된다'라고 대답하라. 또 누가 '무엇이 수의 연인가'라고 묻거든 너는 그에게 '촉(觸)이 수의 연이 된다'라고 대답하라. 또 누가 '무엇이 촉의 연인가?'하고 묻거든 너는 그에게 '6입(入)이 촉의 연이 된다'라고 대답하라. 또 누가 '무엇이 6입의 연인가'라고 묻거든 너는 그에게 '명색(名色)이 6입의 연이 된다'라고 대답하라. 또 누가 '무엇이 명색의 연인가'라고 묻거든 너는 그에게 '식(識)이 명색의 연이 된다'라고 대답하라. 또 누가 '무엇이 식의 연인가'라고 묻거든 너는 그에게 '행(行)이 식의 연이 된다'라고 대답하라. 또 누가 '무엇이 행의 연인가?'라고 묻거든 너는 그에게 '치(癡)가 행의 연이 된다'라고 대답하라. |
아난아, 이와 같이 치(癡)를 연(緣:外緣)으로 하여 행(行)이 있고 행을 연으로 하여 식(識)이 있으며, 식을 연으로 하여 명색이 있고 명색을 연으로 하여 6입이 있으며, 6입을 연으로 하여 촉이 있고 촉을 연으로 하여 수가 있으며, 수를 연으로 하여 애가 있고 애를 연으로 하여 취가 있으며, 취를 연으로 하여 유가 있고 유를 연으로 하여 생이 있으며, 생을 연으로 하여 늙음과 죽음과 걱정과 슬픔과 고뇌 등 큰 근심[患]의 덩어리가 있다. 이것이 큰 고음(苦陰)의 연이 된다.” |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
“생을 연으로 하여 늙고 죽음이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일체 중생이 생이 없다면 그래도 늙음과 죽음이 있겠느냐?” |
아난이 대답했다. |
“없을 것입니다.” |
“그러므로 아난아, 이 연법(緣法)을 통해서 늙음과 죽음은 생으로 인하여 생기고 생을 연하여 늙음과 죽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말한 이치가 여기에 있다.” |
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
“유를 연하여 생이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일체 중생이 욕유(欲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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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欲界)ㆍ색유(色有:色界)ㆍ무색유(無色有:無色界)11)가 없다면 그래도 생이 있겠느냐?” |
가 없다면 그래도 생이 있겠느냐?” |
“없을 것입니다.” |
“아난아, 나는 이러한 연법을 통해서 생은 유로 인하여 생겨나고 유를 연하여 생이 있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말한 이치가 여기에 있다.” |
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
“취를 연하여 유가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일체 중생에게 욕취(欲取)ㆍ견취(見取)ㆍ계취(戒取)ㆍ아취(我取)12)가 없다면 그래도 유가 있겠느냐?” |
가 없다면 그래도 유가 있겠느냐?” |
“없을 것입니다.” |
“아난아, 나는 이러한 연법을 통하여 유는 취로부터 생겨나는 것이고 취를 연하여 유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말한 이치가 여기에 있다.” |
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
“애를 연하여 취가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일체 중생에게 욕애(欲愛)ㆍ유애(有愛)ㆍ무유애(無有愛)가 없다면 그래도 취가 있겠느냐?” |
“없을 것입니다.” |
“아난아, 나는 이러한 연법을 통해서 취는 애로부터 생겨나고 애를 연하여 취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말한 이치가 여기에 있다.” |
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
“수를 연하여 애가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일체 중생에게 낙수(樂受)ㆍ고수(苦受)ㆍ불고불락수(不苦不樂受)13)가 없다면 그래도 애가 있겠느 |
11) 세 가지를 3유(有)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유(有)란 나고 죽음의 과보이다. 욕유란 욕계의 생사(生死)이고, 색유란 색계의 생사이며, 무색유란 무색계의 생사를 말한다. |
12) 네 가지를 4취(取)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취(取)란 집착을 뜻한다. 욕취란 욕계에서 5욕의 대상 경계에 대하여 일으키는 탐욕의 집착이고, 견취란 잘못된 견해를 진실이라고 집착하는 것이며, 계취란 정인정도(正因正道)가 아닌 것을 정인정도라고 집착하는 것이고, 아취란 자기의 말에 대하여 고집하는 것을 말한다. |
13) 세 가지를 3수(受)라 하는데, 여기에서 수(受)란 감각 즉 느낌이라는 뜻이다. 낙수란 바깥 경계와의 접촉에서 생겨나는 즐거움의 느낌이고, 고수란 바깥 경계와의 접촉으로 인하여 몸과 마음에 느끼는 괴로움이며, 불고불낙수란 고수와 낙수에 속하지 않는, 즉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느낌을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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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 |
“없을 것입니다.” |
“아난아, 나는 이 연법을 통해서 애는 수로부터 생겨나고 수를 연하여 애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말한 이치가 여기에 있다. |
아난아, 마땅히 알라. 애(愛)를 인하여 구함[求]이 있고 구함을 인하여 이익[利]이 있고 이익을 인하여 씀[用]이 있고 씀을 인하여 욕심[欲]이 있고 욕심을 인하여 집착[著]이 있고 집착을 인하여 질투[嫉]가 있고 질투를 인하여 지킴[守]이 있고 지킴을 인하여 보호[護]가 있다. 아난아, 보호가 있음으로 말미암아 칼과 막대기와 다툼[諍訟]이 있어 무수한 악을 짓는다. 내가 말한 이치가 여기에 있다. |
아난아, 이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보호함[護]이 없게 한다면 그래도 칼과 막대기와 다툼[靜訟]이 있어 무수한 악을 일으키겠느냐?” |
“없을 것입니다.” |
“그러므로 아난아, 나는 이 연법을 통하여 칼과 막대기와 다툼은 보호로부터 일어나고 보호를 연하여 칼과 막대기와 다툼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난아, 내가 말한 이치가 여기에 있다.” |
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
“지킴[守]을 인하여 보호가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지킴이 없게 한다면 그래도 보호가 있겠느냐?” |
“없을 것입니다.” |
“아난아, 나는 이 연법을 통해서 보호는 지킴으로부터 생겨나고 지킴을 인하여 보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말한 이치가 여기에 있다. 아난아, 질투[嫉]로 말미암아 지킴이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질투를 없게 한다면 그래도 지킴이 있겠느냐?” |
“없을 것입니다.” |
“아난아, 나는 이 연법을 통해서 지킴은 질투로부터 생겨나고 질투를 연하여 지킴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말한 이치가 여기에 있다. 아난아, 집착[著]으로 인하여 질투가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일체 중생들로 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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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금 집착을 없게 한다면 그래도 질투가 있겠느냐?” |
“없을 것입니다.” |
“아난아, 나는 이 연법을 통해서 질투는 집착으로부터 생겨나고 집착을 연하여 질투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말한 이치가 여기에 있다. 아난아, 욕심[欲]으로 인하여 집착이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욕심을 없게 한다면 그래도 집착이 있겠느냐?” |
“없을 것입니다.” |
“아난아, 나는 이 연법을 통해서 집착은 욕심으로부터 생겨나고 욕심을 연하여 집착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말하는 이치가 여기에 있다. 아난아 씀[用]을 인하여 욕심이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씀을 없게 한다면 그래도 욕심이 생기겠느냐?” |
“없을 것입니다.” |
“아난아, 나는 이런 이치를 통해서 욕심은 씀으로부터 생겨나고 씀을 연하여 욕심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말한 이치가 여기에 있다. 아난아, 이익[利]을 인하여 씀이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이익을 없게 한다면, 그래도 씀이 있겠느냐?” |
“없을 것입니다.” |
“아난아, 나는 이런 이치를 통해서 씀은 이익으로부터 생겨나고 이익을 연하여 씀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말한 이치가 여기에 있다. 아난아, 구함[求]을 인하여 이익이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구함을 없게 한다면 그래도 이익이 있겠느냐?” |
“없을 것입니다.” |
“아난아, 나는 이 연법을 통해서 이익은 구함으로부터 생겨나고 구함을 연하여 이익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말한 이치가 여기에 있다. 아난아, 애(愛)를 인하여 구함이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애를 없게 한다면 그래도 구함이 있겠느냐?” |
“없을 것입니다.” |
“아난아, 나는 이 연법을 통해서 구함은 애(愛)으로부터 생겨나고 애를 인하여 구함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말한 이치가 여기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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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
“애를 인하여 구함이 있다. 이리하여 지키고[守] 보호함[護]에 이르기까지의 이치도 마찬가지이며, 수(受)도 또한 그와 같아서 수를 인하여 구함이 있으며, 나아가 지키고[守] 보호함[護]에 이르기까지의 이치도 마찬가지이다.” |
부처님께서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
“촉(觸)을 연하여 수가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아난아, 만일 눈이 없고 빛이 없고 눈의 인식작용[眼識]이 없다면 그래도 촉이 있겠느냐?” |
“없을 것입니다.” |
“만일 귀ㆍ소리ㆍ귀의 인식작용과 코ㆍ냄새ㆍ코의 인식작용과 혀ㆍ맛ㆍ혀의 인식작용과 몸ㆍ닿임ㆍ몸의 인식작용과 뜻ㆍ법ㆍ뜻의 인식작용이 없다면 그래도 촉이 있겠느냐?” |
“없을 것입니다.” |
“아난아, 만일 일체 중생들에게 촉을 없게 한다면 그래도 수가 있겠느냐?” |
“없을 것입니다.” |
“아난아, 나는 이 이치를 통하여 수는 촉으로부터 생겨나고 촉을 연하여 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말하는 이치가 여기에 있다. 아난아, 명색(名色)을 연하여 촉이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중생에게 명색을 없게 한다면 그래도 마음의 감촉이 있겠느냐?” |
“없을 것입니다.” |
“만일 일체 중생에게 형색(形色)과 모형[相貌]을 없게 한다면 그래도 몸의 감촉이 있겠느냐?” |
“없을 것입니다.” |
“아난아, 만일 명색이 없다면 그래도 감촉이 있겠느냐?” |
“없을 것입니다.” |
“아난아, 나는 이 연법(緣法)을 통해서 촉은 명색으로부터 생겨나고 명색을 연하여 촉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말하는 이치가 여기에 있다. 아난아, 식을 연하여 명색이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식(識)이 모태(母胎)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그래도 명색이 생길 수 있었겠느냐?” |
“없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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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식이 모태에 들어갔다 나오지 않는다면 그래도 명색이 있겠느냐?” |
“없을 것입니다.” |
“만일 식이 태에서 나와 어린아이 때 없어지고 만다면 그래도 명색이 자라날 수 있겠느냐?” |
“없을 것입니다.” |
“아난아, 만일 식이 없다면 그래도 명색이 있겠느냐?” |
“없을 것입니다.” |
“아난아, 이 연법을 통해서 나는 명색은 식으로부터 생겨나고 식을 연하여 명색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말한 이치가 여기에 있다. 아난아, 명색을 연하여 식이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식이 명색에 머무르지 않는다면 곧 식이 머무를 곳이 없을 것이다. 만일 식이 머무를 곳이 없다면 그래도 생ㆍ노ㆍ병ㆍ사와 우ㆍ비ㆍ고ㆍ뇌가 있겠느냐?” |
“없을 것입니다.” |
“아난아, 만일 명색이 없다면 그래도 식이 있겠느냐?” |
“없을 것입니다.” |
“아난아, 나는 이 연법을 통해서 식은 명색으로부터 생겨나고 명색을 연하여 식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말한 이치가 여기에 있다. 명색은 6입(入)을 연(緣)하고 6입은 촉을 연하고 촉은 수를 연하고 수는 애를 연하고 애는 취를 연하고 취는 유를 연하고 유는 생을 연하고 생은 노ㆍ사ㆍ우ㆍ비ㆍ고ㆍ뇌의 큰 고음의 쌓임[大苦陰集]을 연한다. |
아난아, 이렇게 가지런하게 말하고 가지런하게 대답하고 가지런하게 한계를 짓고 가지런하게 연설하고 가지런하게 지혜로 관찰[智觀]하고 가지런하게 중생을 위하느니라. 아난아, 모든 비구는 이 법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를 바르게 관찰하여 번뇌가 없어진 마음의 해탈[心解脫]을 얻으면 아난아, 이 비구는 마땅히 지혜의 해탈[慧解脫]을 얻었다고 한다. 이렇게 마음의 해탈을 증득한 비구는 여래의 마지막도 알고 여래의 마지막이 아닌 것도 알며, 여래의 마지막과 마지막 아닌 것도 알고, 여래의 마지막 아닌 것과 마지막 아님이 아닌 것도 안다. 무슨 까닭인가? 아난아, 이렇게 가지런하게 말하고 이렇게 가지런하게 대답하고 이렇게 가지런하게 한계를 짓고 이렇게 가지런하게 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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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로 관찰하고 이렇게 가지런하게 중생을 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 알아 번뇌 없는 마음의 해탈을 얻은 비구는 알지도 않고 보지도 않으며 다만 이렇게 알고 볼 뿐이다. |
아난아, 나[我]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모두를 거의 아견(我見)이라고 하고 명색(名色)과 수(受)를 다 나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수(受)는 나가 아니고 나라는 것이 수이다'라고 말하고, 혹 어떤 사람은 '수는 나가 아니요, 나라는 것이 수도 아니며, 수법(受法)이 곧 나이다'라고 하기도 하고, 혹 어떤 사람은 '수(受)도 나라는 것이 아니고 나라는 것도 수가 아니며, 수법도 나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애(愛)가 나이다'라고 하기도 한다. 아난아, 저 나라는 견해를 가진 자들이 '수가 바로 나이다'라고 하거든 너는 마땅히 그들에게 '여래께서 고수(苦受)ㆍ낙수(樂受)ㆍ불고불락수(不苦不樂受), 이 세 가지 수(受)에 대하여 말씀하셨는데, 낙수가 있을 때는 고수와 불고불낙수는 있을 수 없고, 고수가 있을 때는 낙수와 불고불낙수는 있을 수 없으며, 불고불낙수가 있을 때는 고수와 낙수는 있을 수 없다고 하셨다'라고 말하라. 왜냐 하면 아난아, 낙촉(樂觸)을 연으로 하여 낙수(樂受)가 생겨나나니, 만일 낙의 촉이 멸하면 수도 또한 멸하기 때문이다. 아난아, 고촉(苦觸)을 연으로 하여 고수가 생겨나나니, 만일 고의 촉이 멸하면 수도 또한 멸한다. 불고불락촉을 연으로 하여 불고불락수가 생겨나나니, 만일 불고불락의 촉이 멸하면 수도 또한 멸한다. 아난아, 비유하면 마치 두 개의 나무를 서로 비비면 곧 불이 일어나지만 각각 딴 곳에 두면 불이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이것도 또한 그와 같다. 낙촉을 연으로 하여 낙수가 생겨나는 것이므로 만일 낙의 촉이 멸하면 수도 또한 멸한다. 고촉을 연으로 하여 고수가 생겨나는 것이므로 만일 고의 촉이 멸하면 수도 또한 멸한다. 불고불락촉을 연으로 하여 불고불락수가 생겨나는 것이므로 만일 불고불락의 촉이 멸하면 수도 또한 멸한다. 아난아, 이 세 가지 수(受)는 작용이 있는 것[有爲]이기 때문에 항상한 것이 아니고 연을 따라 생겨나나니, 다하는 법이요 멸하는 법이요 썩어 무너지는 법이다. 저것들은 나의 소유도 아니요 나 또한 저것의 소유가 아니다. 마땅히 바른 지혜로써 있는 그대로 그것을 관찰하라. 아난아 저들이 나[我]라는 견해를 가지는 것은 수(受)를 나[我]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잘못이다. 아난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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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나라는 것이 있다고 보는 사람이 '수는 나가 아니고 나라는 것이 수이다'라고 말하거든 너는 마땅히 그에게 '여래께서 고수ㆍ낙수ㆍ불고불락수 이 세 가지 수(受)에 대하여 말씀하셨는데, 만일 낙수가 나라면 낙수가 멸할 때에는 곧 두 개의 나라는 것이 있게 되는 것이니, 이것은 잘못이다. 만일 고수가 나라면 고수가 멸할 때에는 곧 두 개의 나라는 것이 있게 되는 것이니, 이것도 잘못이다. 만일 불고불락수가 나라면 불고불락수가 멸할 때에는 곧 두 개의 나라는 것이 있게 되는 것이니, 이것도 잘못이다'라고 말하라. 아난아, 저 나라는 것이 있다고 보는 자가 '수는 나가 아니요, 나라는 것이 곧 수이다'라고 말한다면 그것도 잘못이다. 아난아, 저 나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자가 '수는 나가 아니고 나라는 것은 수도 아니며, 수법(受法)이 나이다'라고 말하거든 너는 마땅히 그에게 '모든 것에는 수가 없는데 너는 어떻게 수법이 있다고 하는가? 네가 바로 수법이냐?' 하고 말하라. 그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저 나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자가 '수는 나가 아니요, 나는 수도 아니며, 수법이 곧 나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아난아, 저 나가 있다고 생각하는 자가 '수는 나가 아니요, 나는 수도 아니며, 수법도 나가 아니다. 오직 애(愛)가 나이다'라고 말하거든, 너는 그에게 '모든 것은 수가 없는데 어떻게 애가 있겠느냐? 네 자신이 곧 애이냐?'라고 말하라. 그러면 그는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저 나가 있다고 생각하는 자가 '수는 나가 아니요, 나도 수가 아니며, 수법도 나가 아니다. 애가 바로 나이다'라고 말한다면 그것도 곧 잘못이다. |
아난아, 이렇게 가지런하게 말하고 이렇게 가지런하게 대답하고 이렇게 가지런하게 한계를 짓고 이렇게 가지런하게 연설하고 이렇게 가지런하게 지혜로 관찰하고 이렇게 가지런하게 중생을 위하느니라. 아난아, 모든 비구는 이 법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를 바르게 관찰하여 번뇌가 없어진 마음의 해탈을 얻으면 아난아, 이 비구는 마땅히 지혜의 해탈을 얻었다고 한다. 이렇게 마음의 해탈을 증득한 비구는 나[我]라는 것이 있는 것도 알고 나라는 것이 없는 것도 알며, 나라는 것이 있는 동시에 나라는 것이 없는 것도 알고, 나라는 것이 있지도 않고 나라는 것이 없지도 않은 것도 또한 안다. 무슨 까닭인가? 아난아, 이렇게 가지런하게 말하고 이렇게 가지런하게 대답하고 이렇게 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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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하게 한계를 짓고 이렇게 가지런하게 지혜로 관찰하고 이렇게 가지런하게 중생을 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 알아 번뇌 없는 마음의 해탈을 얻은 비구는 알지도 않고 보지도 않으며 다만 이렇게 알고 볼 뿐이다.” |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
“저 나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똑같이 모두 결정적으로 말한다. 저 나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혹은 소량[少:少量]의 색(色)을 나라고 하고 혹은 무량[多:無量]의 색을 나라고 한다. 혹은 소량의 무색(無色)을 나라고 하고 혹은 무량의 무색을 나라고 한다. 아난아, 저 소량의 색을 나라고 하는 자는 '소량의 색이 나이다. 내가 보는 것은 옳고 다른 이가 보는 것은 그르다'고 단정하여 말한다. 무량의 색을 나라고 하는 자도 무량의 색을 나라고 하여 내가 보는 것은 옳고 남이 보는 것은 그르다고 한다. 소량의 무색을 나라고 하는 자도 소량의 무색을 나라고 하며 내가 보는 것은 옳고 남이 보는 것은 그르다고 하며, 무량의 무색을 나라고 하는 자도 무량의 무색을 나라고 하여 내가 보는 것은 옳고 남이 보는 것은 그르다고 한다.” |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
“7식주(識住)14)와 2입처(入處)15)에 대해서 모든 사문 바라문은 '이곳은 안온하여 구제가 되고 보호가 되며 집이 되고 등불이 되며 밝음이 되고 귀의처가 되며 허망하지 않고 번뇌가 없는 곳이다'라고 말한다. |
에 대해서 모든 사문 바라문은 '이곳은 안온하여 구제가 되고 보호가 되며 집이 되고 등불이 되며 밝음이 되고 귀의처가 되며 허망하지 않고 번뇌가 없는 곳이다'라고 말한다. |
어떤 것을 일곱 가지라고 하는가? 어떤 중생은 몸도 각각 다르고 생각도 각각 다른데 곧 하늘과 사람 세계가 그것이니, 이것이 초식주(初識住)이다. 모든 사문 바라문은 '이곳은 안온하여 구제가 되고 보호가 되며 집이 되고 등불이 되며 밝음이 되고 귀의처가 되며 허망하지 않고 번뇌가 없는 곳이다'라고 말한다. 아난아, 만일 비구로서 초식주를 알되 그 원인을 알고 그 멸을 알고 그 맛을 알고 그 허물[過:初識住의 過患]을 알고 그 벗어나는 방법을 알면 그는 진실 그대로를 알게 되리라. 아난아, 그 비구는 '저는 나라는 것이 |
14) 과보를 따라 생(生)을 받아 태어나서 그 세계에 머무는 것을 그 심식(心識)이 좋아하는 일곱 가지 처소. |
15) 안주하는 두 곳. 즉 무상입(無想入)과 비상비무상입(非想非無想入)을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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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나도 저라는 것이 아니다. 진실 그대로를 보아 안다'고 말하리라. |
어떤 중생은 몸은 각각 다르나 생각은 한가지인데 각기 다르니 범광음천(梵光音天)이 그것이며, 어떤 중생은 몸은 같으나 생각은 각기 다르니 광음천(光音天)이 그것이다. 어떤 중생은 몸도 같고 생각도 같은데 변정천(遍淨天)이 그것이며, 어떤 중생은 공처(空處)에 머물고 어떤 중생은 식처(識處)에 머물며, 어떤 중생은 불용처(不用處)에 머무르나니 이것을 7식주처라고 한다. 어떤 사문 바라문은 '이곳은 안온하여 구제가 되고 보호가 되며 집이 되고 등불이 되며 밝음이 되고 귀의처가 되며 허망하지 않고 번뇌가 없는 곳이다'라고 말한다. 아난아, 만일 비구로서 7식주를 알되 그 원인을 알고 그 멸을 알고 그 맛을 알며 그 허물을 알고 그 벗어나는 방법을 알면 그는 진실 그대로를 알고 보게 되리라. 그 비구는 '저는 나[我]가 아니요 나도 저가 아니다. 사실 그대로를 알고 볼 뿐이다'라고 말하리니, 이것이 7식주이다. |
어떤 것이 2입처(入處)인가? 무상입(無想入)과 비상무상입(非想無想入)이 그것이다. 어떤 사문 바라문이 '이곳은 안온하여 구제가 되고 보호가 되며 집이 되고 등불이 되며 밝음이 되고 귀의처가 되며 허망하지 않고 번뇌가 없는 곳이다'라고 말한다. 아난아, 만일 비구로서 2입처를 알되 그 원인을 알고 그 멸을 알며 그 맛을 알고 그 허물을 알며 벗어나는 방법을 알면 그는 사실 그대로를 알고 사실 그대로를 보게 되리라. 그 비구는 '저는 나가 아니요 나도 저가 아니다. 사실 그대로를 알고 볼 뿐이다'라고 말하리니, 이것이 2입처이다. |
아난아, 또 8해탈이 있다. 어떤 것이 여덟 가지인가? 색(色)에 대하여 색으로 관하는 것이 첫 번째 해탈이고, 마음 속으로 색(色)을 생각하여 바깥의 색을 관하는 것이 두 번째 해탈이며, 깨끗한 것을 관하여 해탈하는 것이 세 번째 해탈이요, 색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 상대가 있다는 생각[有對想]을 멸하고 잡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며 공처에 머무르는 것이 네 번째 해탈이다. 공처(空處)를 초월하여 식처에 머무르는 것이 다섯 번째 해탈이고, 색처(色處)를 초월하여 불용처(不用處)에 머무르는 것이 여섯 번째 해탈이며, 불용처를 초월하여 유상무상처(有想無想處)에 머무르는 것이 일곱 번째 해탈이고, 멸진정(滅盡定)이 여덟 번째 해탈이다. 아난아, 모든 비구가 이 여덟 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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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해탈에서 역순으로 노닐면서 드나들기를 자재로이 한다면 그러한 비구는 구해탈(俱解脫)16)을 얻는다.” |
을 얻는다.” |
그 때 아난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4. 석제환인문경(釋提桓因問經)17) |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 마갈타국의 암바라(菴婆羅) 마을 북쪽 비타산(毘陀山)에 있는 인타바라(因陀婆羅) 굴 속에 계셨다. |
그 때에 석제환인(釋提桓因)이 미묘하고 착한 마음을 내어 부처님을 뵙고 싶어하면서 '내가 지금 세존이 계시는 곳에 가야겠다'고 하였다. 이 때 모든 도리천들은 석제환인이 미묘하고 착한 마음을 내어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가고자 한다는 말을 듣고 곧 제석에게 나아가 말했다. |
“훌륭하십니다. 제석이여, 미묘하고 착한 마음을 내어 여래께서 계신 곳으로 가려고 하시니 저희들이 모시고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가고 싶습니다.” |
그 때 제석은 곧 음악신[樂神] 반차익(般遮翼)18)에게 말했다. |
에게 말했다. |
“내가 지금 세존께서 계시는 곳에 가려고 하는데 너도 같이 가자. 이 도리천의 모든 하늘들도 나와 함께 부처님께서 계시는 곳으로 갈 것이다.” |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
이렇게 대답하고 반차익은 유리 거문고를 가지고 제석 앞의 도리천 무리들 가운데서 거문고를 울려 공양했다. 이 때 석제환인과 도리천의 모든 하늘과 반차익은 법당 위에서 홀연히 사라져 보이지 않더니 역사(力士)가 팔을 한 |
16) 정(定)에 대하는 두 가지 장애인 번뇌장(煩惱障)과 해탈장(解脫障)을 다 벗어나는 것을 말한다. |
17) 경의 이역본으로는 송(宋) 시대 법현(法賢)이 한역한 『제석소문경(帝釋所問經)』과 원위(元魏) 시대 길가야(吉迦夜)와 담요(曇曜)가 공역한 『잡보장경(雜寶藏經)』 73번째 소경인 『제석문사연경(帝釋問事緣經)』이 있고, 『중아함경』제33권 134번째 소경인 『석문경(釋問經)』과 내용이 동일하다. |
18) 하나로서 늘 제석을 모시고 다니며 기악(伎樂)을 연주한다고 하는 악신(樂神)의 이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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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폈다가 굽힐 만큼 짧은 시간에 마갈타국 북쪽에 있는 비타산에 이르렀다. 그 때 세존께서 화염삼매(火焰三昧)에 드시자 저 비타산도 불빛과 동일하게 변하였다. 그러자 나라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서로 말하기를 “이 비타산이 불빛과 동일하게 된 것은 바로 여래와 모든 하늘의 힘 때문일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 때 석제환인이 반차익에게 말했다. |
“여래ㆍ지진(至眞)을 뵙기란 매우 어렵다. 그 분은 이 한적하고 고요한 곳에 내려와 고요하고 묵묵하게 소리 없이 짐승들을 벗삼아 노닐고 계신다. 이곳엔 늘 여러 큰 천신(天神)들이 세존을 모시고 있으니, 너는 먼저 가서 유리 거문고를 연주하여 세존을 즐겁게 하라. 나는 모든 하늘신들과 함께 뒤따라 가겠다.” |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
그리고는 반차익은 곧 유리 거문고를 가지고 먼저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유리 거문고를 타면서 게송으로 노래했다. |
발타(跋陀)19)여, 그대의 아버지께 예배하노니 |
여, 그대의 아버지께 예배하노니 |
그대의 아버지는 매우 단엄하시네. |
너를 낳을 때 상서로운 징조 있어 |
내 마음은 한없이 즐거웠노라. |
본래의 조그마한 인연 때문에 |
마음 속에 욕심이 생겨 |
갈수록 그 마음 더욱 커져서 |
마치 아라한을 공양하듯 한다네. |
석자(釋子)는 4선(禪)에 전념하고 |
항상 한가히 있기를 즐기며 |
바른 뜻으로 감로(甘露)를 구하시는데 |
19) 딸인데 아름답기가 마치 태양의 빛과 같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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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또한 그렇게 전념한다네. |
능인(能仁)께서 도의 마음을 일으켜 |
반드시 정각(正覺)을 성취하려 하나니 |
내 지금 바라는 것은 그녀와 |
반드시 그 자리에서 만나고자 함이라네. |
내 마음은 염착(染着)이 생겨 |
사랑하고 좋아함을 버리지 못했네. |
버리고자 하여도 버릴 수 없어 |
갈고리에 매인 코끼리 같다가 |
더울 때 시원한 바람 만난 듯하고 |
목마를 때 찬 샘물 얻은 것 같으며 |
열반을 취(取)한 것 같고 |
물이 불을 꺼 주는 것 같다네. |
마치 병자가 좋은 의사 만난 듯하고 |
굶주린 자가 맛있는 음식을 얻어 |
실컷 배불리고 즐겨 하는 것 같으며 |
아라한이 법에서 노니는 것 같네. |
코끼리가 갈고리에 매였으면서도 |
항복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
달리고 몰아쳐 제지하기 어렵고 |
방일(放逸)하여 그칠 줄 모르는 것 같네. |
마치 맑고 시원한 못에 |
온갖 꽃들이 물위를 덮을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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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지친 코끼리가 거기에 목욕하여 |
온몸이 유쾌함을 얻는 것 같네. |
이제까지 내가 보시한 것과 |
모든 아라한을 공양한 것으로 |
세상에 복의 갚음 있다면 |
모두 그에게 주어 바치리라. |
그대가 죽으면 함께 죽으리니 |
그대 없이 나 혼자 살기보다는 |
차라리 내 몸을 죽여 버리리 |
그대 없이 나는 살 수 없다네. |
도리천의 주인이신 |
제석이여, 이제 내 소원 들어주소서. |
그대 예절 갖춤을 칭송하오니 |
그대는 잘 생각하고 살피소서. |
그 때 세존께서 삼매에서 일어나 반차익에게 말씀하셨다. |
“훌륭하고 훌륭하다. 반차익이여, 너는 청정한 음성으로 유리 거문고에 맞추어 여래를 칭송하는구나. 거문고 소리와 너의 음성은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으며 슬프고도 조화로우며 아름답고도 애�아서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네 거문고 연주는 온갖 뜻을 갖추고 있다. 욕심의 결박을 말하기도 하고 또한 범행(梵行)을 말하기도 하였으며 또 사문을 말하기도 하고 또 열반을 말하기도 하는구나.” |
그러자 반차익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
“저는 기억하나이다. 옛날 세존께서 울비라(鬱鞞羅)20)마을 니련선(尼連 |
20) 있는 마을의 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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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21) 물가에 있는 아유파타(阿遊波陀)의 니구율(尼俱律) 나무 밑에서 처음으로 불도를 성취하셨을 때 시한타(尸漢陀:帝釋天의 御者) 하늘 대장의 아들과 집악(執樂)천왕의 딸이 한곳에 함께 살면서 다만 애욕의 즐거움에 빠져 있었습니다. 저도 그 때 그들의 마음이 그런 줄을 알고 곧 게송을 지어 애욕의 결박에 대해 말하였고 범행(梵行)을 말하였으며, 또 사문을 말하고 열반도 말했습니다. 그 때 저 천녀(天女)가 제 노래를 다 듣고 나서, 눈을 들어 웃으면서 제게 말했습니다. |
물가에 있는 아유파타(阿遊波陀)의 니구율(尼俱律) 나무 밑에서 처음으로 불도를 성취하셨을 때 시한타(尸漢陀:帝釋天의 御者) 하늘 대장의 아들과 집악(執樂)천왕의 딸이 한곳에 함께 살면서 다만 애욕의 즐거움에 빠져 있었습니다. 저도 그 때 그들의 마음이 그런 줄을 알고 곧 게송을 지어 애욕의 결박에 대해 말하였고 범행(梵行)을 말하였으며, 또 사문을 말하고 열반도 말했습니다. 그 때 저 천녀(天女)가 제 노래를 다 듣고 나서, 눈을 들어 웃으면서 제게 말했습니다. |
'반차익이여, 나는 아직 여래를 뵙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일찍이 도리천의 법강당에서 저 모든 하늘이 여래에게는 이와 같은 덕이 있고 이와 같은 힘이 있다고 칭송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당신은 항상 믿음을 가지고 여래를 가까이 하고 있으니 이제 나도 당신과 친구가 되고자 합니다.' |
세존이시여, 저는 그 때 단 한 마디 말만 하고 그 뒤에는 다시 그와 더불어 말하지 않았습니다.” |
그 때 석제환인은 이렇게 생각했다. |
'이 반차익이 이미 여래를 즐겁게 하였으니, 나는 이제 차라리 저 사람을 생각하리라.' |
그리고는 제석은 그 사람 생각을 했다. 때마침 반차익도 생각했다. |
'지금 저 제석천이 나를 생각하고 있구나.' |
이런 생각을 하고는 유리 거문고를 가지고 제석이 있는 곳으로 갔다. 제석이 그에게 말했다. |
“너는 내 이름과 도리천의 뜻을 대신해서 '세존께서는 편안하게 머무시며 유보(遊步)가 강녕하십니까?' 하고 문안드려라.” |
그 때 반차익은 제석의 분부를 받고 곧 세존께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대어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세존께 여쭈었다. |
“석제환인과 도리천의 모든 하늘신들이 일부러 저를 보내어 세존께 '편안하게 머무시며 유보가 강녕하십니까?' 하고 문안드리게 하였습니다.” |
21) 지류(支流)인데 부처님께서 일찍이 이 강에서 고요히 앉아 명상하면서 6년 동안의 고행(苦行)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이 강가에서 목욕하셨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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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너와 제석, 그리고 도리천의 수명이 연장되고 쾌락하며 근심이 없게 하리라. 왜냐 하면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들, 그리고 아수륜(阿須輪) 등 온갖 중생들은 다 수명과 안락과 근심이 없기를 탐하기 때문이다.” |
그 때에 제석은 다시 가만히 생각했다. |
'우리들도 세존께 가서 예배하는 것이 좋겠다.' |
곧 도리천의 모든 하늘들과 함께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제석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
“지금 저는 세존에게서 멀리 떨어져 앉아야 할지, 가까이 앉아야 할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
“너 하늘 무리가 많긴 하다만 내게 다가앉아라.” |
그러자 세존이 계시던 인타라굴이 저절로 넓어져 아무런 장애될 것이 없었다. 그 때에 제석은 도리천의 모든 하늘신과 반차익과 함께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제석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에 살고 있는 어떤 바라문의 집에 계셨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화염삼매에 드셨는데 제가 때마침 조그마한 인연이 있어 천 바퀴살이 있는 보배 수레를 타고 비루륵천왕(毗樓勒天王:南方增長天王)을 만나기 위해 허공을 지나가다가, 합장한 채 세존 앞에 서 있는 한 천녀(天女)를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잠시 후에 그녀에게 말하기를 '만일 세존께서 삼매에서 일어나시거든 너는 마땅히 내 이름으로 세존께 (편안하게 머무시며 유보가 강녕하십니까?) 하고 안부를 전해달라'고 하였는데 얼마 안 있어 그녀는 그 뒤에 저를 위하여 제 마음을 전달하지 않았습니까? 세존이시여, 이 일을 기억하시나이까?” |
“기억하고 있다. 그녀는 너를 대신해 내게 문안했다. 나는 삼매에서 일어나 네가 타고 가는 수레 소리도 들었다.” |
제석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
“옛날 제가 조그마한 인연이 있어 도리천 여러 하늘 신들과 함께 법당에 모여 있을 때 저 모든 고향의 하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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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시면 여러 하늘의 무리는 늘어나게 되고 아수라의 무리는 줄어들게 될 것이다.' |
이제 저는 직접 세존을 뵙고 제 자신이 스스로 알고 몸소 진리를 깨쳤습니다. 여래ㆍ지진께서 세상에 나타나 모든 하늘 무리를 불어나게 하시고 아수륜의 무리는 줄어들게 하셨습니다. 여기에 구이(瞿夷)라는 석가 종족의 여자가 있었는데 세존 앞에서 범행을 깨끗이 닦다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친 뒤에 도리천 궁전에 태어나 곧 제 아들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도리천의 모든 하늘들은 모두 말하기를 '구이, 큰 하늘의 아들은 큰 공덕이 있고 큰 위력이 있다'고 칭찬했습니다. 또 다른 세 비구는 세존 앞에서 범행을 깨끗이 닦다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자 악기를 연주하는 신들 가운데에 태어나 밤낮으로 제게 와서 시중을 들었습니다. 구이는 그것을 보고 게송으로 놀렸습니다. |
네가 부처님의 제자였을 때 |
나는 본래 속가에 있었지. |
옷과 밥으로 공양 올리고 |
예배하며 정성을 다하였다네. |
너희들은 이름이 무엇이길래 |
몸소 부처님의 가르침 받고도 |
깨끗한 눈[淨眼: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 |
그대들은 관찰하지 않은 것인가. |
나는 본래 너를 예배해 공경했고 |
부처님 좇아 훌륭한 법을 들었기에 |
저 삼십삼천에 태어나 |
제석의 아들 되었다네. |
내가 스스로 가진 바 공덕을 |
너희들은 어째서 관찰하지 못하는가. |
[339 / 740] 쪽 |
나는 본래 여자의 몸이었으나 |
지금은 제석의 아들 되었네. |
너희들도 본래는 우리와 함께 |
범행을 닦았건만 |
지금은 홀로 낮고 천한 데 있으면서 |
우리들의 시중을 들고 있구나. |
본래 폐악(弊惡)한 행동 했기에 |
지금 그 때문에 이 갚음 받아 |
홀로 낮고 천한 곳에 있으면서 |
우리들의 시중을 들고 있구나. |
이 깨끗하지 못한 곳에 태어나 |
남의 놀림을 받고 있나니 |
내 이 말 듣고 마땅히 싫어하되 |
이곳을 싫어하고 걱정해야 하느니라. |
지금부터 마땅히 부지런히 정진하여 |
다시는 남의 심부름꾼 되지 말라. |
두 사람은 부지런히 정진하여 |
여래의 법을 깊이 생각하라. |
저 연모하고 집착하는 것 버려 |
욕심의 부정한 행을 관찰하여라. |
욕심의 결박은 진실되지 않아 |
온 세상을 속이고 현혹되게 한다. |
코끼리가 굴레를 벗어버린 듯 |
[340 / 740] 쪽 |
도리천을 벗어나 |
제석과 도리천 대중들이 |
법강당에 모였더이다. |
저는 자신의 용맹한 힘으로써 |
도리천을 벗어나자 |
제석은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 찬탄하고 |
모든 하늘도 또한 잘못을 깨달았다네. |
이분은 곧 석가의 아들로서 |
도리천을 벗어나셨네. |
욕심의 결박을 걱정하고 싫어했다고 |
구이는 이제 이렇게 말하였네. |
마갈타 나라에 부처가 있으니 |
이름을 석가모니라 하네. |
저 아들도 본래는 뜻 잃었었으나 |
나중에 다시 정신이 돌아왔네. |
세 사람 가운데 한 사람만 |
그대로 악기 연주하는 신이 되었고 |
두 사람은 도의 진리[道諦] 깨달아 |
도리천을 벗어났다네. |
세존께서 말씀하신 법 |
제자는 의심을 품지 않았네. |
똑같이 그 법을 들었건만 |
두 사람은 저 한 사람보다 뛰어났네. |
[341 / 740] 쪽 |
스스로 수승(殊勝)함을 보고 나서 |
다 광음천에 태어났다네. |
나는 저 법을 관찰하여 깨달았기에 |
그 때문에 부처님 계신 이곳에 왔다네. |
제석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
“부디 틈을 내시어 저의 의심을 단번에 풀어 주소서.” |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
“너의 물음을 따라 내 마땅히 너를 위해 낱낱이 연설하리라.” |
그 때에 제석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과 건달바와 아수라 및 그 밖의 중생들은 다 무슨 원한이 있기에 서로 상대가 되어 끝내는 원수가 되고 서로 칼과 막대기를 쓰게 되었습니까?” |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
“모든 원한이 생기는 것은 다 탐냄과 질투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과 아수륜과 그 밖의 중생들로 하여금 칼과 막대기로 서로 해를 입히는 것이다.” |
그 때에 제석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
“참으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원한이 생기는 것은 모두 탐냄과 질투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과 아수륜과 그 밖의 중생들 모두가 칼과 막대기로 서로 해를 입히는 것입니다. 저는 이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의심의 그물이 다 걷히어 다시는 의심이 없게 되었습니다. 다만 탐냄과 질투는 무엇 때문에 생기고 어떤 것이 인(因)이 되며 어떤 것이 연(緣)이 되며, 또 무엇이 그 근본이 되고 무엇을 따라 생기며 무엇을 따라 없어지는지를 모르겠습니다.” |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
“탐냄과 질투는 다 사랑하고 미워하는 데에서 생겨난다. 사랑과 미움이 그 인(因)이 되고, 사랑과 미움이 그 연(緣)이 되며, 또 그 근본이 된다. 이것을 따라 있는 것이고 그것이 없으면 곧 없어질 것이니라.” |
[342 / 740] 쪽 |
그 때에 제석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
“진실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탐냄과 질투가 생기는 것은 사랑과 미움때문입니다. 사랑과 미움이 그 인이 되고, 그 연이 되며, 또 그 근본이 됩니다. 이것을 따라 있는 것이니 이것이 없으면 곧 없어질 것입니다. 저는 이제 부처님 말씀을 듣고 미혹이 모두 없어져 다시는 의심이 없습니다. 다만 그 사랑과 미움은 또 어디서부터 생겨나며 무엇이 그 인이 되고 연이 되며, 무엇이 그 근원이 되는지, 이것은 무엇을 따라 생기고 무엇을 따라 없어지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
“사랑과 미움이 생기는 것은 모두 탐욕 때문이니, 탐욕이 인이 되고 탐욕이 연이 되며, 탐욕이 그 근본이 된다. 이것을 따라 있는 것이니 이것이 없으면 곧 없어질 것이니라.” |
그 때에 제석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
“진실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사랑과 미움이 생기는 것은 다 탐욕 때문이며, 탐욕이 그 인이 되고, 탐욕이 그 연이 되며, 또 탐욕이 그 근본이 됩니다. 이것을 따라 있는 것이니 이것이 없으면 곧 없어질 것입니다. 저는 이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미혹이 모두 없어져 다시는 의심이 없습니다. 다만 이 탐욕은 무엇 때문에 생기고 무엇이 그 인이 되며 무엇이 그 연이 되고, 또 무엇이 그 근본이 되는지, 이것은 무엇을 따라 생기고 무엇을 따라 없어지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
“사랑은 생각[想] 때문에 생겨나나니 생각이 그 인이 되고, 생각이 그 연이 되며, 생각이 그 근본이 된다. 이것을 따라 있는 것이니 이것이 없으면 곧 없어질 것이다.” |
그러자 제석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
“진실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사랑은 생각 때문에 생겨나나니 생각이 그 인이 되고, 생각이 그 연이 되며, 생각이 그 근본이 됩니다. 이 생각을 따라 사랑이 있게 되나니, 이것이 없어지면 저것도 곧 없어질 것입니다. 제가 지금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서 다시는 의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다만 생각은 |
[343 / 740] 쪽 |
또 무엇으로부터 생겨나며, 무엇이 인이 되고 무엇이 연이 되며, 무엇이 근원이 됩니까?” |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
“생각은 조희(調戱)에서 생긴다. 조희가 인이 되고, 연이 되며, 또 조희가 그 근원이 된다. 이것을 따라 있는 것이니 이것이 없으면 곧 없어지는 것이다. 제석이여, 만일 조희가 없으면 곧 생각이 없고, 생각이 없으면 곧 탐욕이 없으며, 탐욕이 없으면 곧 사랑과 미움이 없고, 사랑과 미움이 없으면 곧 탐냄과 질투가 없다. 만일 탐냄과 질투가 없으면, 곧 일체 중생은 서로 상해(傷害)하지 않을 것이다. 제석이여, 다만 조희를 연하는 것이 근본이 된다. 조희가 인이 되고 조희가 연이 되며 조희가 그 근본이 된다. 이것을 따라 생각이 있고 생각을 따라 탐욕이 있으며 탐욕을 따라 사랑과 미움이 있고 사랑과 미움을 따라 탐냄과 질투가 있으며 탐냄과 질투가 있기 때문에 중생이 서로 상해하는 것이다.” |
제석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
“진실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조희로 말미암아 생각이 있습니다. 조희가 인이 되고 조희가 연이 되며 조희가 그 근본이 되나니, 이것을 따라 생각이 있게 됩니다. 조희로 말미암아 생각이 있나니 이것이 없으면 곧 생각이 없어질 것입니다. 만일 원래 조희가 없으면 곧 생각이 없고, 생각이 없으면 곧 탐욕이 없으며, 탐욕이 없으면 곧 사랑과 미움이 없고, 사랑과 미움이 없으면 곧 탐냄과 질투가 없으며, 탐냄과 질투가 없으면 곧 일체 중생은 서로 해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생각은 조희 때문에 생겨나나니, 조희가 인이 되고 조희가 연이 되며 조희가 그 근본이 됩니다. 조희를 따라 생각이 생겨나고 생각을 따라 탐욕이 있으며 탐욕을 따라 사랑과 미움이 있고 사랑과 미움을 따라 탐냄과 질투가 있으며 탐냄과 질투를 따라 일체 중생들이 서로 상해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미혹이 모두 없어져 다시는 의심이 없습니다.” |
그 때 제석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
“모든 사문 바라문은 다 조희를 없애고 멸적(滅迹)의 경지에 있습니까, 조희를 없애고 멸적의 경지에 있지 못합니까?” |
[344 / 740] 쪽 |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
“모든 사문 바라문은 다 조희를 없애고 멸적의 경지에 있지 못하다. 왜냐하면 제석이여, 세간에는 여러 가지 세계가 있다. 중생들은 각각 자신이 처해 있는 세계를 굳게 지켜, 버리고 떠나가지 못한다. 그래서 자기 자신은 옳다 하고 다른 것은 허망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제석이여, 모든 사문 바라문은 다 조희를 없애고 멸적의 경지에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
그 때에 제석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
“참으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간에는 온갖 중생이 있는데 제각기 자기가 처해 있는 세계를 굳게 지켜, 버리고 떠나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자신만 옳다 하고 남은 모두 허망하다고 합니다. 그런 까닭에 모든 사문 바라문은 다 조희를 없애고 멸적에 있지 못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제 부처님 말씀을 듣고 의혹이 다 없어져 다시는 의심이 없습니다.” |
제석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
“몇 가지의 조희를 끊어 없애야 멸적에 있을 수 있습니까?” |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
“조희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입[口]이고, 둘째는 생각[想]이며, 셋째는 구[求]함이다. 저 입으로 하는 말은 자기를 해치고 남을 해치며 또 둘다 한꺼번에 해치기도 한다. 그러니 이러한 말을 버리고 말한 대로 하면 자신을 해치지 않고 남도 해치지 않으며 둘 다 한꺼번에 해치지도 않는다. 이것을 아는 비구는 입이 말한 대로 마음을 오로지해 산란하지 않다. 또 생각도 또 자기를 해치고 남을 해치며 둘 다 한꺼번에 해치기도 한다. 이 생각을 버리고 생각한 대로 하면 자신을 해치지도 않고 남도 해치지 않으며 둘 다 한꺼번에 해치지도 않는다. 이것을 아는 비구는 생각한 대로 마음을 오로지해 산란하지 않다. 제석이여, 구함도 자신을 해치고 남을 해치며 둘 다 한꺼번에 해치기도 한다. 이 구함을 버리고 구한 대로 하면 자신을 해치지도 않고 남도 해치지 않으며 둘 다 한꺼번에 해치지도 않는다. 이것을 아는 비구는 구한 대로 마음을 오로지해 산란하지 않다.” |
그 때에 석제환인이 말했다. |
“저는 이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더이상 의심이 없게 되었습니다.” |
[345 / 740] 쪽 |
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
“모두 몇 가지를 현성의 사심(捨心)이라 이름하나이까?” |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
“사심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몸을 기뻐하는 것이요, 둘째는 몸을 걱정하는 것이며, 셋째는 몸을 버리는 것이다. 제석이여, 저 몸을 기뻐하는 것은 자신도 해치고 남도 해치며 또 둘 다 한꺼번에 해치기도 한다. 이 기쁨을 버리고 기뻐한 대로 하면 자신을 해치지도 않고 남도 해치지 않으며 둘 다 한꺼번에 해치지도 않는다. 이것을 아는 비구는 생각을 오로지해 잊지 않나니, 이것을 곧 구족계(具足戒)를 받은 비구라고 이름한다. 제석이여, 저 몸을 걱정하는 것은 자신을 해치고 남을 해치며 또한 둘 다 한꺼번에 해치기도 한다. 이 걱정을 버리고 걱정한 대로 하면 자신을 해치지도 않고 남도 해치지 않으며 둘 다 한꺼번에 해치지도 않는다. 이것을 아는 비구는 생각을 오로지해 잊지 않나니, 이를 바로 구족계를 받은 비구라고 한다. 다시 제석이여, 저 몸을 버리는 것은 자기를 해치고 남을 해치며 또 둘 다 한꺼번에 해치기도 한다. 이 버림을 버리고 버린 대로 하면 자신을 해치지도 않고 남도 해치지 않으며 둘 다 한꺼번에 해치지도 않는다. 이것을 아는 비구는 생각을 오로지해 잊지 않나니, 이것을 곧 구족계를 받은 비구라고 한다.” |
제석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
“저는 이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더 이상 의심이 없게 되었습니다.” |
제석이 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
“어느 정도라야 현성(賢聖)의 율법대로 모든 감각[根]이 구족하다고 이름하나이까?” |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
“눈이 빛깔을 파악할 때 나는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친해야 할 것과 친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귀가 소리에 대해서와 코가 냄새에 대해서와 혀가 맛에 대해서와 몸이 감촉에 대해서와 뜻이 법에 대해서도 나는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하나니, 친해야 할 것과 친하지 않아야 할 것이 그것이다.” |
그 때에 제석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간략히 말씀하시고 자세히 분별해 주시지 않으셨지 |
[346 / 740] 쪽 |
만 저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다 알 수 있습니다. '눈이 빛깔을 파악할 때 나는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친해야 할 것과 친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귀에 대해서와 소리에 대해서와 코가 냄새에 대해서와 혀가 맛에 대해서와 몸이 감촉에 대해서와 뜻이 법에 대해서도 각각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하나니, 친해야 할 것과 친하지 않아야 할 것이 그것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세존이시여, 만일 눈이 색을 볼 때에 선한 법은 줄고 불선한 법이 늘어난다면 이와 같이 눈이 빛을 파악하는 것을 저는 친근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귀가 소리를, 코가 냄새를, 혀가 맛을, 몸이 감촉을, 뜻이 법을 파악할 때에도 선한 법이 줄고 불선한 법이 늘어난다면 저는 그것을 친근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눈이 빛을 볼 때에 선한 법이 자라나고 불선한 법이 줄어든다면 이와 같이 눈이 빛을 파악하는 것에 대해 저는 친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귀가 소리에 대해서, 코가 냄새에 대해서, 혀가 맛에 대해서, 몸이 닿임에 대해서, 뜻이 법에 대해서 알 때에도 선법이 자라나고 불선법이 줄어든다면 저는 그것을 친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
“훌륭하고 훌륭하다. 그것을 현성의 율법대로 모든 감관이 구족한 것이라고 한다.” |
제석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
“저는 이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더 이상 의심이 없게 되었습니다.” |
제석은 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
“모두 몇 명의 비구를 구경(究竟)ㆍ구경 범행(梵行)ㆍ구경 안온(安穩)ㆍ구경 무여(無餘)라고 이름하나이까?” |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
“애욕으로 괴로워하는 바를 닦아 몸이 적멸[滅]을 얻으면 그것을 구경ㆍ구경 범행ㆍ구경 안온ㆍ구경 무여라고 한다.” |
제석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
“저는 본래부터 오랫동안 의심의 그물을 품고 있었는데 이제 여래께서 그 의심을 다 풀어 주셨습니다.” |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
[347 / 740] 쪽 |
“네가 전에 사문 바라문에게 찾아가서 이 뜻을 물어본 적이 있었느냐?” |
제석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옛날 사문 바라문에게 가서 이 뜻을 물었었습니다. 옛날 어느 때 제가 강당에 모여 여러 하늘 신중들과 여래께서는 마땅히 세상에 나오실 것이라느니, 아직 나오시지 않을 것이라느니 하면서 논란을 벌인 적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함께 추구(推求)하다가 여래께서 세상에 나타나시는 것을 보지 못하고 제각기 궁(宮)으로 돌아가 다섯 가지 욕락을 즐긴 적이 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또 그 뒤 어느 때 모든 큰 하늘 신들이 스스로 다섯 가지 욕락을 마음껏 즐기다가 드디어 각각 목숨을 마치는 것을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때 저는 너무 무서워서 털이 곤두섰습니다. 그 때 사문 바라문들이 집을 떠나 한가한 곳에 기거하면서 욕심을 여읜 것을 보고 저는 그들을 찾아가 '어떤 것을 구경(究竟)이라고 합니까?'라고 제가 이 뜻에 대해 물었지마는 그들은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이미 모르고 있었으므로 도로 저에게 '너는 누구냐?'라고 물었고, 저는 '나는 석제환인이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들은 다시 저에게 '너는 어떤 제석이냐?' 라고 물었고 저는 '나는 하늘의 제석으로서 마음에 의심되는 것이 있어 물으러 왔을 뿐이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에게 제가 보아 알고 있는 제석의 뜻을 말해주었고 그들은 제 말을 듣고 저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부처님의 제자로서 수다원도(須陀洹道)를 얻어 다른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일곱 번을 이 세상에 오간 뒤에는 반드시 도과(道果)를 이룰 것입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저에게 수다원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해주소서.” |
이 말을 마치고 다시 게송을 지어 말했다. |
저 물들고 더러운 생각 때문에 |
나에게 의심이 생겼었으나 |
오랜 세월을 모든 하늘과 함께 |
여래의 법을 추구하였네. |
출가한 여러 사람들이 |
[348 / 740] 쪽 |
한적한 곳에 있는 것 보았네. |
그들이 불세존(佛世尊)이라 하기에 |
찾아가 경례하고 물어 보았네. |
'이제 나는 일부러 와 묻노니 |
어떤 것을 구경(究竟)이라 하는가?' |
이렇게 물었으나 그들은 내게 |
도적(道迹)으로 나가는 법 대답하지 못했네. |
오늘 만난 짝할 이 없는 높은 분은 |
내가 오랫동안 찾던 분으로서 |
당신의 행을 이미 관찰해 보고서 |
마음은 벌써 바르게 사유(思惟)한다네. |
오직 거룩한 성인만이 이미 |
내 마음의 행하는 바와 |
오랫동안 닦은 업을 아나니 |
깨끗한 눈을 지닌 분이시여, 예언을 해주소서. |
사람 중에서 가장 높으시고 |
3계의 무극존(無極尊)이신 분께 귀명합니다. |
은애(恩愛)의 가시덤불 끊고서 |
이제 일광존(日光尊)께 예배합니다. |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
“너는 일찍이 희락(喜樂)과 염락(念樂)을 얻었던 때를 기억하는가?” |
제석이 대답했다. |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옛날 제가 얻었던 희락과 염락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옛날 아수륜과 싸웠었습니다. 그 때 제가 이기고 아 |
[349 / 740] 쪽 |
수륜은 패했습니다. 그 때 저는 돌아와 환희와 염락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그 환희와 염락을 생각해 보면 거기에는 오직 칼과 막대기의 희락과, 싸움과 다툼의 희락이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에게서 얻은 희락과 염락에는 칼과 막대기와 다툼으로 인한 즐거움이 없습니다.” |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
“너는 지금 희락과 염락을 얻었다. 그 가운데서 또 어떤 공덕의 과(果)를 구하고자 하는가?” |
그 때에 제석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
“저는 희락과 염락 가운데서 다섯 가지 공덕의 과를 구하고자 합니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하면 게송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
그는 곧 게송을 읊었다. |
내 만일 뒷날에 목숨을 마쳐 |
하늘 나라의 수명[壽]을 버리고 |
모태(母胎)에 있어서도 근심을 품지 않으며 |
내 마음을 기쁘고 즐겁게 하오리다. |
부처님께선 건너지 못한 자를 건너게 하시고 |
참되고 바른 길을 말씀하셨네. |
세 가지 불법(佛法:三菩提) 가운데서 |
나는 범행을 닦으리라. |
지혜의 몸으로 살고 |
마음은 스스로 바른 이치를 보며 |
본래 일어난 곳을 환히 알아 |
여기서 영원히 해탈하리라. |
다만 마땅히 부지런히 수행하여 |
부처님의 진실한 지혜를 익히자. |
[350 / 740] 쪽 |
비록 도과(道果)의 증득은 이루지 못해도 |
그 공덕 오히려 하늘보다 나으리라. |
모든 신묘(神妙)한 하늘과 |
저 아가니타(阿迦尼吒) 하늘들 |
말후신(末後身)에 이르기까지 |
반드시 저곳에 태어나리라. |
나는 이제 이곳에서 |
하늘의 청정한 몸을 받았고 |
또 수명이 늘어남을 얻었기에 |
깨끗한 눈 가지신 분인 줄 나는 안다네. |
이 게송을 마치고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
“저는 희락과 염락 가운데서 이러한 다섯 가지 공덕의 과를 얻고자 합니다.” |
그 때에 제석이 모든 도리천에게 말했다. |
“너희들은 도리천상의 범동자(梵童子) 앞에서 지극한 공경으로 예배하고 섬겼으니, 이제 부처님 앞에서 다시 그 공경을 베푼다면 또한 좋지 않겠는가?” |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범동자는 갑자기 허공 중에 있던 하늘 무리들 위에 서서 제석천을 향해 게송으로 말했다. |
하늘 왕의 청정한 행은 |
중생들께 많은 이익 주었네. |
마갈 제석의 주인이여, |
능히 여래의 뜻을 물었네. |
범동자는 이 게송을 마치자 곧 사라졌다. |
[351 / 740] 쪽 |
그 때에 제석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절하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물러갔다. 도리천의 모든 하늘과 반차익(般遮翼)도 부처님 발에 절하고 물러갔다. |
제석천은 조금 앞서 가다가 반차익을 돌아보고 말했다. |
“훌륭하고 훌륭하다. 너는 먼저 가서 부처님 앞에서 거문고를 연주하여 부처님을 즐겁게 해 드려라. 그러면 나와 모든 하늘들이 뒤따라 가겠다. 나는 이제 너를 네 아버지의 지위에 앉힌다. 너는 건답화(乾沓和:건달바) 중에서 제일 우두머리이다. 나는 마땅히 저 건답화왕의 딸 발타를 너에게 주어 아내를 삼게 하리라.” |
출처 : 通達無我法者
글쓴이 : 통달무아법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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