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공간

[스크랩] 함허선사

수선님 2019. 2. 10. 11:37










         [함허득통선사 게송]



一椀茶出一片心(일완다출일편심)

한잔의 차는 한 조각 마음에서 나왔으니


一片心在一椀茶(일편심재일완다)

이 한 조각의 마음은 한 잔의 찻속에 담겼구나


當用一椀多一嘗(당용일완다일상)

마땅히 한잔의 차를 한모금 맛본다면


一嘗應生無量樂(일상응생무량락)

한모금 한모금에 무량한 즐거움이 생겨나리라

    

[출처] 함허득통선사|작성자 산바람




      -반야(般若)의 노래-


 

마음으로 찾으면 흔적도 없지만


마음을 비워두면 언제나 역역하네


앉고 눞고 다니는 그 가운데

 


 


한가할 땐 한가로우며 바쁠 땐 바쁘면서도


피곤하면 두 다리 뻗고 밥이 오면 먹네


일상을 떠나지 않고 언제나 여기 있나니


한 줄기 서릿발 같은 빛은 감출 곳이 없네.

 




 

신령스런 한 물건 눈앞에 있어


땅과도 같고 하늘과도 같나니


눈으로 보고 귀로 듣지만 소리와 형체가 없어


가고 옴에 언제나 고요하기만 하네.

 

 




한 몸은 온 누리에 두루해 있고


한 생각은 능히 영겁에 섞이네


성인과 범부는 모두 이 속에 있어


오랜 옛적부터 이것을 떠나지 않았네.

 




 

깊고도 미묘한 이 경전이여


이 세상 온갖 종교의 그 모든 경전들은,


저 거룩한 성인네들의 그 말씀들은,


모두 이곳으로부터 흘러 나왔네.

 

 



저 허공처럼 이 누리 모두 안았고


해와 달처럼 온 누리에 두루했네


성(聖)과 속(俗)을, 귀천(貴賤)을 더 이상 묻지 말라


그 모두 이 속에서 죽고 살고 하느니

 

 



형체없고 이름없어 허공 같거니


그저 임시로 '바라밀'이라 일컬었네


마하반야바라밀이여


분명히 보고 볼 때 단 한물건도 없네.

 

 



이 산하대지는 환영과 같고


잘난 모습,못난 모습 물에 비친 달그림자네


이 모든 사물들은 이 '空' 속으로 돌아가나니


이 '공'만은 영원히 멸하지 않네.

 

 



지금 어느 곳에서 저'눈뜬 이'를 보겠는가


달 지자 구름은 피어 산의 옷 되네


척 보면 알 것이니 더 이상은 묻지 마라


듣고도 듣지 못하는 이 귀머거리여

 

 



얻기도 쉽진 않지만 지키긴 더욱 어려우니


움직일 때나 조용 할 때나 그 본질은 그대로 있네


저 허공은 오직 한 티끌을 허락하여


저 하늘에 어름바퀴(달)가 만고에 차갑네.


 


 

눈병이 나서 시력에 장애가 오면


허공 꽃이 어지럽게 날리는 것을 보네


눈 속의 이 환영만을 제거하면


하늘꽃 없는 저 푸름만 끝이 없으리.

 

 



나그네 꿈 깨고 잔나비 울음은 그쳤나니


눈에는 가득한 맑은 바람 명월이네


몇사람이나 이걸 샀다가 다시 팔았는가


무한한 풍류는 이로부터 비롯되었네.

 


 

 




          - 雨中(우중) -



英英玉葉過山堂 (영영옥엽과산당) 
구름은 뭉실뭉실 산당(山堂)을 지나고 

樹自鳴條鳥自忙 (수자명조조자망) 
나뭇가지 수런거리니 새들도 푸드덕 이네 

開眼濛濛橫雨脚 (개안몽몽횡우각) 
깨어나 보니 어두 껌껌한데, 새벽 비는 지나치고 

焚香端坐望蒼蒼 (분향단좌망창창) 
향 사루고 단좌(端坐)한 채, 창창한 광경을 바라보노라 


- 涵虛得通(함허득통) 1376(고려 우왕 2년)-1433(조선) -


~~~~~~~~~~~~~~~~~~~~~~~~~~~~~~~~~~~~~~~~~~~~~~~~~~~~~~~~





이제 장마가 시작 되었다. 

마지막에 비에 관련된 '함허득통대사'의 시이다. 
함허대사는 고려 말과 조선이 오버랩 되는 시기에 올곧게 살다 간 위대한 선각자다. 
그는 성균관에서 공부하던 중 친구의 죽음을 보고 21세(태조 5년)에 출가하여 
고려말과 조선초로 이어지는 3대 화상이신, 지공 나옹 무학으로 이어지는 법통을 이었다. 


그는 불교국 고려의 폐망에 이어 조선 개국의 사상적 뒷받침을 한 성리학이라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 주창자 유생들과의 사이에서 불교의 생존을 위해 유교와 불교에 
대하여 비교하면서 적극적으로 논리를 폈다(顯正論).


그의 저술만 보아도 금강경오가해설의, 원각경소, 원각사기, 함허소, 반야참문, 영가집설의, 
유석질의론(유생들과 배불론자들에 대한 불교 이해 증진과 포교에 대한 이론서),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설의, 현정론 등 제목만 봐도 깨달음에서 온 철저한 실천가임을 알 것이다. 
당시 개국공신 전도전의 불씨잡변이라는 홰불적 불교폄홰 저술에 대한 이론적 대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유석질의론(儒釋質疑論 상.하)은 시대적 배경은 다르지만, 오늘 날 불교계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지 않을까. 



대사는 불가의 기반이 새로운 정치세력들에 의해 배척 되는 역사 앞에서 
비오는 어느 날 새벽녘 불현듯 잠을 깨고 문을 열어보니 높은 산 암자 위로 구름이 뭉쳐 지나치고 
풍우에 숲이 일렁이는데 놀라 잠을 깬 새들이 이리저리 날 뛰는데, 불교가 처한 시대적 상황에서 
자신의 앞날이라도 생각하듯 향 사뤄 놓은 채 문을 열고 창창(蒼蒼)한 광경을 바라보며 시를 
지었는지도 모른다. 

이 시대의 새로운 역사 앞에서 실천하는 지성과 실천하는 선각자를 한없이 희원하며... 
<주석 이상번-2013.7 팔공총림 동화사 사보 소개 글> 





출처 : 지금 나는 깨어있다
글쓴이 : 추공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