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초기불교 교단의 수행생활
1) 상가와 계율
불교는 본질로서의 인생관 및 행위규범을 석가모니 부처님의 깨달음 체험에 두고 있다. 깨달음은 유한한 自我 그대로 가지고 永達·不死(amṛta)에 이르는 종교적 경지이며 참된 자기를 발견하는 것이다. 인간 일반의 일상생활은 번뇌(kleśa)에 뿌리를 둔 세속적, 세간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깨달음은 본질적으로 이를 초월하는 것, 즉 出世間的인 것이다.
불교가 제시하는 윤리, 행위규범도 그 근저에는 깨달음의 체험이 놓여있다. 따라서 불교윤리는 인간 실존의 뿌리에서 우러나오는 참된 자비로 충만된 中道의 올바른 생활방법이다. 그러나 평범한 우리 범부 중생들은 이러하나 경지까지 이르지 못한다. 그러므로 깨달음을 체험한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깨달음을 실현하고자 하는 노력이 요청된다.
깨달음을 체득하고자 부처님께 귀의하고 출가한 수행자들은 불교 교단(상가)의 일원으로서 생활한다. 상가는 ‘화합중’이라고 해석되어 큰 바다에 비유됨은 앞서서도 지적한 바이지만, 제각기 다른 맛을 지닌 많은 하천의 물도 한 번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모두 같은 맛이 되듯, 출신이나 계급이 다른 사람들로 일단 상가에 귀의한 다음에는 모두 평등하게 취급된다.
상가의 구성원은 누구나 무엇보다도 계율의 준수가 요구된다. 불교 교단은 기본적으로 상가에 들어가 수행하려는 수행자들의 한 사람 한 사람의 결의, 또는 의지가 집약되어 이루어진 단체이다. 그러나 상가에서 수행하겠다는 개인의 의지가 집약되어 형성되었던 단체라고 해도, 거기에 사람들이 모여 단체 행동을 하는 이상 단체로서의 객관적 행위규범이 없어서는 안 된다.
그럴 때 상가에 들어와 수행하려는 수행자들의 개인이 자발적으로 지켜야 할 도덕적인 결의를 ‘戒(śīlā)’라고 하고, 상가의 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한 타율적 행위규범을 ‘律(vinaya)’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계와 율은 원래 다른 것으로서 ‘계’가 기본이 된다.
‘계(śīlā)’의 어원인 ‘실라’는 습관성, 경향, 성격 등을 의미하고, 이것이 변하여 ‘좋은 습관, 착한 행위, 도덕적 행위’ 등의 의미로 쓰여지게 되었다. ‘실라’라는 말은 본래 불교만의 독특한 용어는 아니고, 당시 인도의 종교 일반에서 브라따(Vrata, 誓戒, 맹세), 상바라(saṁvara, 律儀, 防護) 등과 함께 종교적 행위를 나타내는 말로 쓰여지고 있었다. 불교는 이와 같이 당시 여러 종교에서 사용하던 ‘실라’를 처음에는 비구들의 실천 수행 상의 태도를 나타내는 말로 받아들였으며, 이를 ‘계’라고 하였던 것이다.
다시 말해 계는 본래부터 단순히 금지하는 조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악행을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생명에 대한 자비로운 마음을 가지며, 진실을 말하며 사람들에게 화합을 주려는 불교의 근본적 입장에 서서 비구가 자발적으로 악을 멀리하고 사람들을 이익되게 하려는 정신력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결의를 바탕으로 하여 어떠한 악을 멀리할 것인가 하는 계의 덕목이 차례대로 정해지게 된다. 불교의 계는 이에 근거하여 처음에는 住處(āvāsa)나 園(ārāma)에서 많은 비구·비구니가 출가수행생활을 해가면서 생긴 구체적 사례에 따라 그때 그때마다 제정된 것이다(隨犯隨制). 비구들은 혼자하는 수행 생활에서 출발하여, 주처·원에서의 반영구적 정주 단계를 거쳐, 점차 정주지에서 집합적 단체생활을 하게 되면서 비구의 개인생활은 상가라고 하는 단체 안에서 이루어지게 되었으며, 그에 따라 얼마 후 ‘율’이 형성되었다.
‘율’이라고 하는 말은 본래 ‘훈련하다, 교육하다’라는 의미에서 ‘규정’을 의미하는 말로 되었고, 율장에서는 ‘상가의 규칙’이란 뜻으로 사용되었다. 일반적으로 상가의 규칙에는 상가에 들어온 비구·비구니가 개인적으로 지켜야 할 규칙과 단체로 실행해야 할 규칙의 두 종류가 있다. 전자를 식샤빠다(śikṣāpada, 學 處)라 하고, 이것을 모은 것을 波羅提木叉(prātimokṣa)라고 부른다.
살생·투도·사음·망어와 같은 계들은 ‘범해서는 단 되는 규칙’이라는 뜻에서 止持戒라고 한다. 후자는 매년 한 번 열리는 安居(vassa)나 매달 두 번씩 열리는 布薩(uposath)의식 등과 같이 적극적으로 지켜야 할 규칙을 말한다. 이것은 상가의 행사에 참여해야 할 의무를 나타낸 것으로 作持戒라고 하며, 율장에서는 상가 운영의 규칙을 모아 ‘칸다까(khandhaka, 犍度分)’이라고 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삼보에 귀의하고 계를 받을 때는 재가자로서 수행하는가 혹은 출가자가 되어 수행하는가에 따라 받는 계가 다르다. 재가신자의 경우 개인적 계율로서 ①생물을 죽이지 말라(不殺生), ②도둑질을 하지 말라(不偸盜), ③삿된 음행을 하지 말라(不邪淫), ④거짓말하지 말라, ⑤술마시지 말라(不飮酒) 등의 ‘5계’가 설해졌다.
출가자의 경우, 빨리율에서는 비구에게는 227계, 비구니는 311계, 四分律에서는 비구에게는 250계가 주어지고, 비구니에게는 348계가 주어진다. 단 이 중에는 상가가 주체가 되어 실행하는 갈마는 포함되지 않는다. 비구의 바라제목차는 8절로 되어 있으며, 비구니의 바라제목차는 7절로 되어있다. 이 중 가장 무거운 죄는 波羅夷法(pārājikā)이다. 비구는 살생, 투도, 사음, 망어의 4종이 있어 ‘4바라이’라 하고, 비구니는 여기에 摩觸·八事成重·覆障他重罪·隨順被擧比丘의 네 가지를 더하여 8종이 되므로 ‘8바라이’라 한다. 만약 ‘바라이법’을 범하면 상가로부터 추방되고 다시는 상가에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한다.
불교 교리학자들에 따르면, 5계 중 ①~④는 그 자체가 나쁜 것이므로 ‘性罪’라 부르는데 비해서, ⑤는 음주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지만 지나치면 안 된다 하여 막는 것이므로 ‘遮罪’라고 부른다. 율에는 이 밖에도 참회를 함으로써 용서되는 가벼운 허물과 일상의 의·식·주에 관한 예절, 또는 상가 내부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조목 등이 포함되어 있다.
[출처] 인도불교 교단의 성립과 발전 그리고 쇠퇴I_(5)|작성자 만남 창조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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