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

[스크랩] 증일아함경 : 늙은이 & 젊은이의 위치

수선님 2018. 1. 7. 13:14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존자 마하 가차연(迦遮延 : 迦?延)은 바나국(婆那國)의 깊은 못 가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있었다.

 

  존자 가차연은 그 당시 그 명성이 사방에 멀리 퍼져 있었다. 그 때 존자 장로 간다(姦茶) 바라문5)도 그곳을 유행하며 교화하고 있었다. 그 때 간다 바라문은 '존자 가차연이 그 못 가에서 5백 명의 비구를 거느리고 유행하며 교화하고 있는데, 그 존자 장로는 공덕(功德)을 두루 갖추었다'고 하는 소문을 듣고 '내 이제 저 사람을 찾아가서 문안하리라' 하고 생각하였다. 그 때 상색(上色) 바라문은 5백 명의 제자를 데리고 존자 가차연에게 가서 문안드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그 바라문이 존자 가차연에게 물었다.

 

  "가차연처럼 행동하는 것은 법과 율(律)에 맞지 않다. 나이 젊은 비구가 덕망이 높은 우리 바라문들에게 예를 올리지 않는구나."

 

  가차연이 말하였다.

  "바라문이여,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저 여래·지진·등정각께서는 두 가지 위치를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것이 그 두 가지 위치인가 하면, 첫째는 늙은이의 위치이고, 둘째는 젊은이의 위치이다."

 

  바라문이 물었다.

  "어떤 것이 늙은이의 위치이고, 어떤 것이 젊은이의 위치인가?"

 

  가차연이 말하였다.

  "가령 바라문이 나이 80이나 90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음욕을 끊지 못하고 온갖 나쁜 짓을 행한다면 그 바라문은 비록 늙었다 하더라도 아직 젊은이의 위치에 있는 것이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그러면 나이는 젊었으나 늙은이의 위치에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가차연이 말하였다.


  "바라문이여, 만일 어떤 비구가 나이는 20살, 혹은 30·40·50살이라 하더라도, 음욕을 익히지 않고 나쁜 짓을 행하지 않는다면 바라문이여, 그런 비구는 나이는 젊지만 늙은이의 위치에 있다고 말한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이 대중들 중에 혹 음욕을 행하지 않고 나쁜 짓을 행하지 않는 비구가 있는가?"

 

  가차연이 대답하였다.

  "우리 대중들 중에는 음욕을 익히거나 나쁜 짓을 행하는 비구가 한 사람도 없다."

  그 때 바라문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여러 비구들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들은 지금 나이는 젊으나 늙은이의 위치에 있고, 나는 지금 비록 나이는 많으나 젊은이의 위치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바라문은 다시 가차연에게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의 발에 예배를 올리고 말하였다.

  "나는 이제 가차연과 비구승들에게 귀의(歸依)하여 목숨을 마칠 때까지 절대로 살생(殺生)하지 않겠습니다."

 

  가차연이 말하였다.

  "너는 지금 나에게 귀의하지 말라. 내가 귀의하는 곳을 향하여 너도 나아가야 한다."

 

  바라문이 물었다.

  "존자 가차연께서는 누구에게 귀의합니까?"

  그 때 존자 가차연이 곧 꿇어앉아 여래께서 열반(涅槃)하신 곳을 향하여 말하였다.

  "석씨(釋氏) 종족의 아들로서 출가(出家)하여 도(道)를 배우신 분이 계신다. 나는 항상 그 분에게 귀의한다. 그 분이 바로 내 스승이시다."

 

  바라문이 물었다.

  "그 사문 구담(瞿曇)께서는 지금 어디 계십니까? 저도 뵙고 싶습니다."

 

  가차연이 말하였다.

  "저 여래께서는 이미 열반에 드셨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만일 그 여래께서 세상에 살아 계셨다면 나는 백 천 유순(由旬)이나 먼 곳에 계신다 하더라도 찾아가 문안드렸을 것입니다. 저 여래께서 지금 비록 열반에 드셨지만 나는 거듭 부처님과 법과 승가에 귀의하여 예를 올리고, 이 한 목숨 다할 때까지 다시는 살생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 때 상색 바라문은 존자 가차연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출처 : 출리심 보리심 공
글쓴이 : - 삼매 -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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