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사 스님들은 철저하게 ‘스님답게’ 산다.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럽고 흐트러짐이 없다. 어떤 전각이든 그 앞을 지날 때면 스님들은 어김없이 합장하고 예를 올린다. 행자부터 방장 스님까지 예외가 없다. 다른 절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송광사를 스님사관학교, 승보종찰(僧寶宗刹)이라 부른다. 이렇게 여법(如法)하게 수행하는 스님들의 중심에 범일 보성(梵日 菩成) 스님이 있다. 1997년부터 조계총림(曹溪叢林) 5대 방장으로 십수 년째 수백의 대중을 이끌고 있다. 조계종 초대 종정인 효봉 스님과 조계총림을 세웠던 구산 스님의 법을 이은 보성 스님은 출가의 인연부터 남달랐다. “광복 전부터 우리 사회는 좌우이념 대결이 극에 달했습니다. 내 형제와 친구들도 특정 이념에 깊이 빠져 있었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