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현대불교의 이상주의자들 1. 경전 읽고 번역하던 운허 법사 여기에 소개하는 운허(耘虛, 1892. 2. 25~1980. 10. 15, 음력)는 경기도 남양주 소재 봉선사의 스님이다. 그는 한글은 물론 한문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줄도 알고 또 남의 생각을 읽을 줄도 안다. ‘읽기’와 ‘쓰기’가 평생 몸에 밴 사람이다. 그것도 품격 있고 전고 있는 아당한 문체로 말이다. 그는 세월 속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기록도 적잖이 남겼다. 남에게 보이려고 그런 것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기 위한 쪽지 메모들이다. 1959년 1월 1일부터 1979년 5월 30일까지 매일 쓴 그의 〈탁상일기〉도 그런 유이다. 하루 한 장씩 넘기는 탁상용 달력 앞뒤 여백에 쓴 것이다. 6 · 25 이전에도 일기를 썼지만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