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이 2

백 년의 시집 《님의 침묵》을 읽는다 ② 자유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라 / 이선이

1. 행성적 사유 앞에서​삶의 풍경을 송두리째 바꾼 코로나19 팬데믹은 3년 4개월 만에 종식되었다. 아직도 이 파국의 여진은 남아 삶의 곳곳에서 고통이 잇따르고 있다. 지금 전 세계인들이 겪고 있는 경제위기뿐만 아니라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정서적 단절감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팬데믹을 견뎌낸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하지만 세상일이 대개 그러하듯 고통의 강도는 성찰의 깊이와 무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러한 삶의 난경을 통과하면서 우리는 인류 전체가 하나로 연결된 운명공동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팬데믹은 ‘아우르다’라는 뜻의 접두어 ‘pan’과 ‘사람’을 뜻하는 ‘demos’가 결합된 파생어이다. 인류 전체를 아우른다는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기간은 서로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확..

불교관련 2024.12.15

《님의 침묵》, 사랑은 재발명되어야 한다 / 이선이

백 년의 시집 《님의 침묵》을 읽는다​1. 지금-여기에서 ​시집 《님의 침묵》이 백 년이라는 시간의 마모를 견디며 우리 근대사의 기념비적 시집으로 남았다. 2025년인 내년이면 이 시집이 집필된 지 백 년이 되며, 이듬해인 2026년은 출간된 지 백 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 근대시사(近代詩史)에서 시집에 담긴 의미값이 소실되지 않은 채 백 년의 시간을 거뜬히 견딘 시집은 그리 많지 않다. 시집 《님의 침묵》이 이처럼 시간의 마모를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근대시의 역사에서 보기 드물게도 문학적 예술미와 사유의 힘을 담아낸 사상성이 행복하게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이 시집은 개인의 정서적 염원을 담은 한 권의 시집이면서 동시에 삶과 세계를 사유하는 길 안내를 자처한 한 권의 철학서이다. 또한 이 시집은 ..

불교관련 2024.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