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미국 아메리칸 대학 철학과 교수 1. 들어가는 말 “도대체 왜 무(無, Nichts)가 아니고 존재자(Seiendes)가 존재하는가?”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1)는 그의 저서 《형이상학입문(Einfu쮐rung in die Metaphysik, 1935)》 첫머리에서 묻는다.1) 하이데거에게 이 질문은 ‘모든 질문 중 첫 번째’의 질문이며, ‘형이상학의 근본적 질문’이다. 따라서 하이데거는 말한다. “무가 아닌 모든 것이 이 질문에 포함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무 그 자체도. 그것은 무가 존재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중략) 무가 존재(ist)하기 때문이다.”2) ‘존재자’와 무의 ‘존재’를 구분함으로써 하이데거는 무에 대한 자신의 논의를 근본 존재론의 범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