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운 4

《님의 침묵》, 사랑은 재발명되어야 한다 / 이선이

백 년의 시집 《님의 침묵》을 읽는다​1. 지금-여기에서 ​시집 《님의 침묵》이 백 년이라는 시간의 마모를 견디며 우리 근대사의 기념비적 시집으로 남았다. 2025년인 내년이면 이 시집이 집필된 지 백 년이 되며, 이듬해인 2026년은 출간된 지 백 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 근대시사(近代詩史)에서 시집에 담긴 의미값이 소실되지 않은 채 백 년의 시간을 거뜬히 견딘 시집은 그리 많지 않다. 시집 《님의 침묵》이 이처럼 시간의 마모를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근대시의 역사에서 보기 드물게도 문학적 예술미와 사유의 힘을 담아낸 사상성이 행복하게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이 시집은 개인의 정서적 염원을 담은 한 권의 시집이면서 동시에 삶과 세계를 사유하는 길 안내를 자처한 한 권의 철학서이다. 또한 이 시집은 ..

불교관련 2024.11.17

卍海 /萬海(만해)韓龍雲(한용운)스님의 詩모음

卍海 /萬海(만해)韓龍雲(한용운)스님의 詩모음 韓龍雲 (1879~1944) 忠南 洪城 出生. 僧侶. 詩人. 獨立運動家. 本 淸州. 俗名 裕天. 法名 龍雲. 法號 卍海 /萬海 (1) 遣悶 春愁春雨不勝寒 ~ 봄 시름에 봄 비가 마냥 추워서 春酒一壺排萬難 ~ 봄 술 한 甁으로 萬難을 물리치네. 一杯春酒作春夢 ~ 실컷 마신 봄 술에 봄 꿈을 꾸니 須彌納芥亦復寬 ~ 須彌山을 芥子씨에 넣고도 남네. (2) 見櫻花有感 昨冬雪如花 ~ 지난 겨울 눈은 하얀 벚꽃 같더니 今春花如雪 ~ 今年 봄 벚꽃은 겨울 흰 눈만 같네. 雪花共非眞 ~ 눈도 꽃도 모두 참이 아니련만 如何心欲裂 ~ 어이해 마음만 찢어지려 하는가. (3) 見月 幽人見月色 ~ 외로운 사람 달빛을 바라보니 一夜總佳期 ~ 한 밤이 모두 아름다웠다. 聊到無聲處 ~ ..

지혜의 공간 2023.05.28

님의 침묵 / 한용운 시인

님의 침묵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 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 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 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 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 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 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기타 2023.05.07

만해 한용운의 좋은 시 모음

한용운의 좋은 시 모음 고적한 밤 하늘에는 달이 없고 땅에는 바람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소리가 없고 나는 마음이 없습니다 우주는 죽음인가요 인생은 잠인가요 한 가닥은 눈썹에 걸치고 한 가닥은 작은 별에 걸쳤던 님 생각의 금실은 살살살 걷힙니다 한 손에는 황금의 탈을 들고 한 손으로 천국의 꽃을 꺾던 환상의 여왕도 그림자를 감추었습니다 아아 님 생각의 금실과 환상의 여왕이 두 손을 마주잡고 눈물의 속에서 정사(情死)한 줄이야 누가 알아요 우주는 죽임인가요 인생은 눈물인가요 인생이 눈물이면 죽음은 사랑인가요 꽃싸움 당신은 두견화를 심으실 때에 “꽃이 피거든 꽃싸움하자”고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꽃은 피어서 시들어 가는데 당신은 옛 맹세를 잊으시고 아니 오십니까 나는 한 손에 붉은 꽃수염을 가지고 한 손에는 흰 ..

선의 세계 2022.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