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

[스크랩] 증일아함경 : 첫째가는 가장 空한 법

수선님 2018. 2. 4. 13:46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첫째가는 가장 공한 법을 설명하리니, 너희들은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것이 가장 공한 법인가? 저 눈은 생길 때에는 곧 생기지만 그 오는 곳을 볼 수 없고, 멸할 때에는 곧 멸하지만 그 멸하는 곳을 볼 수 없다. 다만 임시로 이름이 붙여진 법[假號法]과 인연의 법[因緣法]은 제외한다.

 

  어떤 것이 임시로 붙여진 이름과 인연의 법인가? 이른바 이것이 있으면 곧 있고 이것이 생기면 곧 생기는 것이다. 즉 무명(無明)을 인연해 행(行)이 있고, 행(行)을 인연해 식(識)이 있으며, 식을 인연해 명색(名色)이 있고, 명색을 인연해 6입(入)이 있으며, 6입을 인연해 접촉[更樂 : 觸]이 있고, 접촉을 인연해 느낌[痛:受]이 있으며, 느낌을 인연해 애욕[愛]이 있고, 애욕을 인연해 집착[取]이 있으며, 집착을 인연해 존재[有]가 있고, 존재를 인연해 태어남[生]이 있으며, 태어남을 인연해 죽음[死]이 있고, 죽음을 인연해 근심[愁]·걱정[憂]·괴로움[苦]·번민[惱] 등 헤아릴 수 없는 것들이 있게 된다. 이와 같이 괴로움의 쌓임은 이 인연으로 된 것이니라.


 

  이것이 없으면 곧 없고 이것이 멸하면 곧 멸한다. 즉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하고, 행이 멸하면 식이 멸하며, 식이 멸하면 명색이 멸하고, 명색이 멸하면 6입이 멸하며, 6입이 멸하면 접촉이 멸하고, 접촉이 멸하면 느낌이 멸하며, 느낌이 멸하면 애욕이 멸하고, 애욕이 멸하면 집착이 멸하며, 집착이 멸하면 존재가 멸하고, 존재가 멸하면 태어남이 멸하며, 태어남이 멸하면 죽음이 멸하고, 죽음이 멸하면 근심·걱정·괴로움·번민이 모두 멸한다. 다만 임시로 이름이 붙여진 법만은 제외한다.

  귀·코·혀·몸·뜻이라는 법도 또한 그와 같으니, 즉 생길 때에는 곧 생기지만 그 오는 곳을 알 수 없고, 멸할 때에는 곧 생기지만 멸하는 곳을 알 수 없다. 다만 그 임시로 이름이 붙여진 법만은 제외한다.   임시로 이름이 붙여진 법[假號法]이란 이것이 생기면 곧 생기고 이것이 멸하면 곧 멸하는 것이다. 이 6입도 지은 사람이 없고, 또한 명색과 6입도 부모로 말미암아 있기는 하지만 태에 들어간 자는 없다. 이것들은 인연으로 있는 것이요, 이 또한 임시로 붙여진 이름이며, 반드시 앞의 대상이 있은 뒤에야 비로소 있는 것이다.

  마치 나무를 비벼 불을 구할 때 앞의 대상이 있는 뒤에야 불이 생기는 것과 같다. 그러나 불은 나무에서 나온 것도 아니요, 또 나무를 떠나 생기는 것도 아니다. 설사 어떤 사람이 나무를 쪼개어 불을 찾더라도 불을 얻지는 못하리니, 그것은 모두 인연이 모인 뒤에야 불이 있기 때문이다.

  이 6정(情)4)이 일으키는 병 또한 그와 같아서 모두 인연이 모임으로 말미암아 그 가운데서 병을 일으킨다. 이 6입(入)은 생길 때에는 곧 생기지만 그 오는 곳을 볼 수 없고, 멸할 때에는 곧 멸하지만 그 멸하는 곳을 볼 수 없다. 그러나 임시로 이름이 붙여진 법만은 제외하나니, 그것은 부모의 인연이 모임으로 말미암아 있는 것이니라.

  그 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어머니 태 안에 들며

  차츰차츰 엉긴 수(?)처럼 되다가

  드디어 혹처럼 되고

  그런 뒤 비슷한 형상으로 변한다.


  머리와 목이 먼저 생기고

  다음에 차츰 손발이 생기며

  온갖 뼈마디가 제각기 생기고

  털과 손발톱·이빨 생긴다.


  만일 그 어머니 온갖 음식과

  갖가지 요리를 먹으면

  그 정기로써 살아가나니

  태를 받은 목숨의 근본이니라.


  그로써 형체가 이루어지고

  모든 감각기관이 빠짐없이 갖춰져

  어머니로부터 태어나게 되나니

  태를 받는 괴로움 이러하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인연이 모여 곧 이 몸도 이루어진 것이니라. 또 비구들아, 한 사람의 몸에는 360개의 뼈가 있고, 9만 9천 개의 털구멍이 있으며, 5백 개의 맥(脈)이 있고, 5백 개의 근육이 있으며, 8만 종의 벌레가 산다.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6입으로 된 이 몸에는 이런 재앙이 있느니라.

 

비구들아,

 

누가 이 뼈를 만들었는가?

누가 이 근육과 맥을 붙였는가?

누가 이 8만 종의 벌레를 만들었는가'라고 생각하고 사유해보아라.

 

비구가 이렇게 생각하고 사유해본다면 그는 곧 두 가지 과보를 얻게 되리니, 아나함(阿那含)이 되거나 혹은 아라한(阿羅漢)이 될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360개의 뼈가

  사람의 몸 속에 있네.

  이는 과거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

  나도 이제 그렇게 말한다.


  근육은 5백 개

  맥의 수도 그렇고

  벌레는 8만 종

  9만 9천 개의 털구멍.


  마땅히 몸을 이렇게 관찰하며

  비구들이여, 부지런히 정진하라.

  아라한 도를 재빨리 얻어

  열반의 세계에 이르게 되리라.


  이런 법은 모두 비고 고요하건만

  어리석은 사람들 그것을 탐내고

  지혜로운 사람들 마음으로 기뻐하며

  이 공한 법의 근본을 듣는다네.


  "비구들아, 이것이 이른바 첫째가는 가장 공한 법이니라. 나는 여래께서 말씀하신 법을 너희들에게 설명하였다. 나는 이제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할 일을 다하였다.

 

  너희들은 그 법을 수행하기를 항상 생각하고, 한적한 곳에서 좌선하며 사유하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 금 수행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이익이 없을 것이다.

 

이것이 나의 교훈이다. 이와 같나니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출처 : 무인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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