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반야바라밀다경

대반야바라밀다경(大般若波羅蜜多經) 제577권

수선님 2018. 2. 11. 12:56

제9. 능단금강분(能斷金剛分)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박가범(薄伽梵)께서 실라벌에 계실 적에 서다림 안에 있는 급고독원(給孤獨園)에서 큰 필추들 1,250인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 이른 아침에 옷을 여미어 입으시고 의발(衣鉢)을 들고 실라벌 큰 성에 들어가서 걸식을 하셨다.


그 때에 박가범께서 그 성안에 걸식을 마치시고 본래 자리로 돌아오셔서 진지를 잡수신 뒤에 의발을 걷우시고 발을 씻으셨다. 진지 잡숫는 일이 끝난 뒤에는 보통 때와 같이 자리를 펴고 결가부좌를 하고 앉으셔서 몸을 단정히 하고, 서원을 바르게 하여 거울에 낯을 대한 듯이 생각을 한 곳에 모으시었다.


그 때에 필추들이 모두 부처님께로 모여 왔다. 모두 와서는 머리를 숙여 세존의 두 발에 정례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한쪽에 물러앉았는데 구수 선현도 그 속에 끼어 있었다.


그 때에 대중 가운데서 구수 선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 어깨만을 벗고 오른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공경히 아뢰었다.


"희유하십니다. 세존이시여, 모든 여래·응공·정등각께서 가장 훌륭하신 거두심으로 보살마하살들을 거두어 주시고, 내지 모든 여래·응공·정등각 께서 가장 훌륭하신 부촉(付囑)으로 보살마하살들을 잘 부탁하여 부촉하시나이다. 세존이시여, 보살승으로 향하는 이들이 있으면 어떻게 머무르며, 어떻게 수행하며, 어떻게 그 마음을 항복시키리이까?"


그 때에 세존께서 구수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선현아, 네 말이 옳다. 내지 모든 여래·응공·정등각께서는 가장 훌륭한 거두어 줌으로써 보살마하살들을 거두어 주시고, 내지 여래·응공·정등각께서는 가장 훌륭한 부촉으로 보살마하살들의 장래를 부촉하시느니라. 그러므로 선현아, 너희들은 정신을 차려서 듣고 잘 생각하라. 내가 자세히 설명해 주리라. 누구든지 보살승으로 향하는 이는 마땅히 이렇게 머무르고, 이렇게 수행하고, 이렇게 그 마음을 항복시켜야 하느니라."


구수 선현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반갑습니다. 세존이시여, 듣자옵기 소원하나이다."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승에 향하여 나아가려는 이는 마땅히 이러한 마음을 내야 하나니, 이른바 모든 유정, 즉 유정을 포섭하거나 유정에 포섭되는 난생(卵生)·태생(胎生)·습생(濕生)·화생(化生)·유색(有色)·무색(無色)·유상(有想)·무상(無想)·비유상비무상(非有想非無想)과 내지 유정계를 시설하는 것과 유정계에 의해 시설된 것과 이렇듯 한량없는 온갖 것을 내가 모두 남음 없는 열반의 경계에서 열반의 즐거움을 얻게 하리라 하는 것이니라.


비록 이와 같이 한량없는 유정을 제도하여 열반에 들게 하였지만 실제로는 어떤 유정도 열반에 든 이가 없나니, 무슨 까닭인가 하면, 보살마하살들의 마음속에서 유정이란 생각이 움직이면 보살마하살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니라. 그 까닭이 무엇인가. 선현아, 보살마하살들이 유정이란 생각을 움직여서는 안 되며, 이와 같이 하여 목숨이라는 생각[命者想]·장부라는 생각[士夫想]·보특가라라는 생각[補特伽羅想]·뜻대로 태어난다는 생각[意生想]·어린이라는 생각[摩納婆想]·일한다는 생각[作者想]·받는 이라는 생각[受者想]이 움직여도 그러하기 때문이니라. 왜 그런가 하면 조그만한 법도 보살승에 향하여 나아간다고 이름할 것이 없기 때문이니라.


또 선현아, 보살마하살들은 형식에 머무르지 않고 보시를 해야 한다. 어디에도 머무는 바 없이 보시를 해야 하나니, 물질에 머무르지 않고 보시를 행하며, 소리·냄새·맛·감촉·법에 머무르지 않고 보시를 해야 하느니라.


선현아, 이와 같이 하여 보살마하살들은 형상과 생각에 머무르지 않는 그대로도 보시를 하나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현아, 보살마하살들이 도무지 머무르는 바가 없이 보시를 행하면 그 복덕은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거듭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네 생각에 어떠하냐? 동쪽의 허공을 헤아릴 수 있겠느냐?"


선현이 대답했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선현아, 그렇게 하여 남쪽·서쪽·북쪽과 4유(維)와 위아래로 두루두루 시방의 온갖 세계의 허공을 헤아릴 수 있겠느냐?"


선현이 대답했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보살마하살들이 도무지 머무는 바가 없이 보시를 행하면 그 복덕을 헤아릴 수 없는 것도 이와 같으니라. 선현아, 보살은 이렇게 형상과 생각에 머무르지 않는 그대로로 보시를 행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물으셨다.


"네 뜻이 어떠하냐? 여러 모습이 구족한 것을 여래라고 보겠느냐?"


선현이 대답했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러 가지 모습이 구족한 것을 여래라 할 수 없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여래께서 말씀하신 여러 모습이 구족하다 함은 곧 여러 모습이 구족함이 아니기 때문이옵니다."


이 말을 마치자 부처님께서 다시 구수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가지 모습이 구족하면 모두가 허망하고, 내지 모습 아닌 것이 구족하더라도 모두가 허망치 않으니, 이와 같이 모습인가 모습이 아닌가 함으로써 여래를 관찰하라."


이 말씀을 마치시니 구수 선현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혹시 어떤 유정이 오는 세상의 뒷 시기, 뒷부분인 마지막 5백 년에 정법이 없어지려는 시기가 왔을 때에 이와 같은 경전의 구절을 듣고 진실한 생각을 내는 이가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대답하셨다.


"그런 말을 말라. 네가 묻기를 '혹시 어떤 유정이 오는 세상의 뒷 시기·뒷부분인 마지막 5백 년에 바른 법이 곧 사라지려 할 무렵에 이러한 경전의 구절을 듣고 진실한 생각을 내겠습니까?' 했거니와, 어떤 보살마하살들은 오는 세상의 뒷 시기·뒷부분인 마지막 5백 년에 바른 법이 곧 사라지려 할 무렵에 시라(尸羅 : 계행)를 구족하고, 공덕과 지혜를 구족하는 이까지도 있으리라.


또 선현아, 그 보살마하살들은 한 부처님만을 받들어 섬기고 공양한 것이 아니며, 한 부처님에게만 선근을 심은 것이 아니니라. 선현아, 그 보살마하살들은 한 분뿐이 아닌 백천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였으며, 한 분뿐이 아닌 백천 부처님께 선근을 심었으므로 이와 같은 구절을 듣고 하나이며, 깨끗한 신심을 내느니라.


선현아, 여래는 부처의 지혜로 그를 다 알았고, 여래는 부처의 눈으로 그를 다 보았느니라. 선현아, 여래는 그들을 다 깨달았는데 그 온갖 유정들은 반드시 한량없고 헤일 수 없는 복덕을 내고, 반드시 한량없고 헤일 수 없는 복덕을 거두느니라.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현아, 그 보살마하살들은 나라는 생각·유정이라는 생각·목숨이라는 생각·장부라는 생각·보특가라라는 생각·뜻대로 태어난다는 생각·어린이라는 생각·일한다는 생각·받는 이라는 생각의 움직임이 없기 때문이니라.


선현아, 그 보살마하살들은 법이란 생각의 움직임도 없고, 법 아니란 생각의 움직임도 없으며, 생각의 움직임도 없고, 생각 아님의 움직임도 없나니, 그 까닭이 무엇이겠느냐. 선현아, 보살마하살들이 법이란 생각의 움직임이 있으면 그는 나라는 집착·유정이라는 집착·목숨이라는 집착·보특가라라는 집착이 있는 이요, 만일 법 아니란 생각의 움직임이 있으면 그도 또한 나라는 집착·유정이라는 집착·목숨이라는 집착·보특가라라는 집착들이 있는 것이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현아, 법도 취하지 않아야 하고, 법 아닌 것도 취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여래는 항상 비밀한 뜻으로뗏목 비유의 법문을 말하였으니, 지혜 있는 이들은 법도 버려야 하거늘 하물며 법 아닌 것이겠느냐?"


부처님께서 다시 구수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선현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혹시 어떤 조그마한 법이라도 여래·응공·정등각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한 것이 있겠느냐? 또 어떤 조그마한 법이라도 여래·응공·정등각이 설법한 것이 있겠느냐?"


선현이 대답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의 말씀을 알기에는 조그마한 법도 여래·응공·정등각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신 것이 없고, 조그마한 법도 여래·응공·정등각께서 연설하신 것이 없나이다.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세존이시여, 여래·응공·정등각께서 증득하시고 말씀하시고 생각하시는 법은 모두가 취할 수 없고 연설할 수 없어서 법이 아니고 법 아닌 것도 아니기 때문이옵니다. 그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모든 성현들의 보특가라는 모두가 무위에서 나타난 것이기 때문이옵니다."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물으셨다.


"네 뜻에 어떠하냐?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이 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 7보를 가지고 보시한다면 이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이 까닭에 얻는 복덕이 많지 않겠느냐?"


선현이 대답했다.


"매우 많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매우 많겠나이다, 선서(善逝)시여. 이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이 까닭에 얻는 복덕이 매우 많겠나이다.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세존이시여, 복덕이라 함은 여래께서 말씀하시기를 복덕이 아니라 하셨기 때문이옵니다. 그러므로 여래께서 복덕이라 하시나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선현아,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이 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 7보를 가지고 보시하고, 다른 선남자와 선여인은 이 법문에서 네 구절의 게송만이라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워서 막힘 없이 통달한 뒤에 다시 남에게 연설하여 보여 주고 이치에 맞게 생각하면 이 까닭에 생기는 복덕은 앞의 것보다 한량없이 더 많으리라. 무슨 까닭이겠느냐. 모든 여래·응공·정등각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가 모두 이 경에서 나왔고, 모든 불세존이 모두 이 경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니라. 그 까닭이 무엇이겠느냐. 선현아, 모든 부처님의 법을 모든 부처님의 법이라고 하는 것은 여래께서 말씀하시기를 모든 부처님의 법이 아니라고 하셨다. 이 때문에 여래께서는 모든 부처님의 법을 모든 부처님의 법이라고 하셨다."


부처님께서 다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네 뜻에 어떠하냐? 여러 예류(預流)들이 생각하기를 내가 예류의 과위를 증득한다 하겠느냐?"


선현이 대답했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러 예류들은 생각하기를 '내가 예류의 과위를 증득하리라' 하지 않나이다. 그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세존이시여, 예류라 함은 성현의 무리에 참예한다는 뜻인데 참예한 바가 없으므로 예류라 하고, 물질·소리·냄새·맛·감촉·법에 참예하지 않으므로 예류라 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예류에 이른 이가 생각하기를 '내가 예류의 과위를 얻는다' 하면 이는 곧 나·유정·목숨·장부·보특가라 등에 집착하는 것이옵니다."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네 뜻에 어떠하냐? 일래들이 생각하기를 '내가 능히 일래의 과위를 얻는다' 하겠느냐?"


선현이 대답했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일래들은 생각하기를 '내가 능히 일래의 과위를 얻는다'고 하지 않나이다.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세존이시여, 일래라 함은 한 번만 더 온다는 뜻인데 조그만큼도 한 번만 더 온다는 성품을 증득한 것이 없기 때문에 일래라 하옵니다."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네 뜻에 어떠하냐? 불환들이 생각하기를 '내가 능히 불환의 과위를 얻는다'고 하겠느냐?"


선현이 대답했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러 불환들은 생각하기를 '내가 능히 불환의 과위를 증득한다' 하지 않나이다.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세존이시여, 불환이라 함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인데 조그만큼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성품을 증득한 것이 없기 때문에 불환이라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네 뜻에 어떠하냐? 아라한들이 생각하기를 '내가 능히 아라한을 얻는다'고 하겠느냐?"


선현이 대답했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아라한들은 생각하기를 '내가 능히 아라한의 성품을 증득한다' 하지 않나이다.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세존이시여, 조그만큼의 법도 아라한이라 할 것이 없기 때문이니, 이 까닭에 아라한이라 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아라한이 생각하기를 '내가 능히 아라한의 성품을 증득한다' 하면 이는 곧 나·유정·목숨·장부·보특가라 따위에 집착하는 것입니다. 그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세존이시여, 여래·응공·정등각께서 항상 저를 칭찬하시기를 다툼 없는 지위를 얻는 사람 가운데서 제일이라 하셨기 때문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비록 아라한으로서 탐욕을 영원히 여의었으나 저는 한번도 생각하기를 '나는 아라한으로서 탐욕을 영원히 여의었다'하지 않았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제가 생각하기를 '나는 아라한의 지위를 얻어 모든 탐욕을 영원히 여의었다' 하였더라면 여래께서는 저에게 수기를 주시되 '선현은 다툼 없는 지위를 얻은 사람 가운데서 제일이다' 하시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도무지 머무는 지위가 없기 때문에 여래께서 말씀하시기를 다툼 없는 지위다' 하시나이다."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네 뜻에 어떠하냐? 여래께서 옛적에 연등(然燈) 여래·응공·정등각에게서 조그만큼의 법이라도 얻은 것이 있겠느냐?"


선현이 대답했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옛적에 연등 여래·응공·정등각에게서 조그만한 법도 도무지 얻으신 바가 없나이다."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보살이 생각하기를 '내가 불국토의 공덕과 장엄을 이룩하리라' 하면, 이 보살은 진실하게 말하는 것이 아니니라.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현아, 불국토의 공덕과 장엄을 불국토의 공덕과 장엄이라 함은 여래께서 장엄이 아니라고 말씀하셨으니, 그러므로 여래께서는 불국토의 공덕과 장엄을 불국토의 공덕과 장엄이라고 하셨느니라. 그러므로 선현아, 보살은 이와 같이 도무지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야 하나니, 물질에 머무르지 않고 마음을 내야 하며, 물질 아님에도 머무르지 않고 마음을 내야 하며, 소리·냄새·맛·감촉·법에 머무르지 않고 마음을 내야 하며, 소리·냄새·맛·감촉·법 아님에도 머무르지 않고 마음을 내어 도무지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건대 어떤 장부가 장대한 몸매를 갖고 있는데 그 몸의 자체가 마치 묘고산 같다면, 선현아, 네 뜻에 어떠하냐? 그의 몸이 광대하지 않겠느냐?"


선현이 대답했다.


"그의 몸이 광대하옵니다. 세존이시여, 그의 몸은 몹시 광대하옵니다. 선서시여,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세존이시여, 그의 몸이라 함은 여래께서 말씀하시기를, 그의 몸이 아니라 하셨기 때문에 몸이라 하신 것이요, 그의 몸을 그의 몸이라 하신 것이 아니기 때문이옵니다."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네 뜻에 어떠하냐? 가령 긍가 강의 모래같이 많은 긍가 강이 있다면 이런 강의 모래가 많지 않겠느냐?"
선현이 대답했다.


"심히 많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매우 많겠나이다, 선서시여. 그저 강의 수효만도 많아서 헤일 수 없거늘 하물며 그 모래이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너에게 말하여 너의 뜻을 깨우쳐 주리라. 가령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묘한 7보를 그렇게 많은 긍가 강의 모래 같은 세계에 가득히 담아 두고서 여래·응공·정등각께 받들어 올린다면, 선현아, 네 뜻에 어떠하냐? 이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이 까닭에 생기는 복덕이 많지 않겠느냐?"


선현이 대답했다.


"매우 많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매우 많겠나이다, 선서시여. 이 선남자와 선여인이 이 까닭에 생기는 복덕은 한량이 없이 심히 많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이는 그렇게 모래같이 많은 세계에 가득히 7보를 담아 두고서 여래·응공·정등각에게 받들어 보시하고, 또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은 이 법문에서 네 구절의 게송만이라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막힘 없이 통달하고 또 남에게 자세히 연설하여 보여 주고, 이치와 같이 생각하면 이 까닭에 생기는 복덕은 앞의 것보다 한량없고 혜일 수 없이 많으니라.


또 선현아, 어떤 지방에서 이 법문을 네 구절의 게송만이라도 남에게 연설하여 보여 주면 이 지방도 오히려 세간의 하늘·인간·아소락 들이 부처님의 탑묘와 같이 공양하거늘 하물며 어떤 이가 이 법문을 구족히, 그리고 끝까지 쓰고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막힘 없이 통달하고, 또 널리 널리 남에게 연설하여 보여 주고 이치와 같이 생각하는 일이겠느냐. 이런 유정은 가장 훌륭하고 회유한 공덕을 성취한 것이며, 이런 지방은 대사(부처님)께서 계신 곳이거나 혹은 어디든지 모두가 지혜 있는 같은 수행인이 있는 곳이 되느니라."


구수 선현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법문을 무엇이라 이름하며, 저희들이 어떻게 받들어 지니오리까?"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구수여, 이 법문은 능단금강반야바라밀다(能斷金剛般若波羅蜜多)라 하나니, 이러한 이름으로 너희들은 받들어 지니라.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현아, 이 반야바라밀다를 여래께서는 반야바라밀다가 아니라 하노니, 그러므로 여래께서 반야바라밀다라 하노라."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네 뜻에 어떠하냐? 조그마한 법이라도 여래께서 연설하신 것이 있겠느냐?"


선현이 대답했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조그만큼의 법도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이 없나이다."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내지 삼천대천세계의 땅덩이에 가는 티끌이 많지 않겠느냐?"


선현이 대답했다.


"매우 많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매우 많겠나이다, 선서시여."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땅덩이의 가는 티끌을 여래는 가는 티끌이 아니라 하노니, 그러므로 여래는 땅덩이의 가는 티끌이라 하며, 여러 세계를 여래는 세계가 아니라 하노니, 그러므로 여래는 세계라 하노라."


부처님께서 다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네 뜻에 어떠하냐? 32대사부상(大士夫相)으로 여래·응공·정등각을 관찰할 수 있겠느냐?"


선현이 대답했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32대사부상으로 여래·응공·정등각을 관찰할 수 없나이다.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세존이시여, 32대사부상이라 함은 여래께서 말씀하시기를 모습이 아니라 하셨기 때문이니, 그 까닭에 여래께서 말씀하시기를 32대사부상이라 하시나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가령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이 날마다 긍가 강의 모래같이 많은 몸을 버리어 보시하되 긍가 강의 모래같이 많은 겁을 지내도록 몸을 버리어 보시하고, 다른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은 이 법문에서 네 구절의 게송만이라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막힘 없이 통달하고, 또 남에게 연설해 보여 주고 이치와 같게 생각하면 이 까닭에 생기는 복덕은 앞의 것보다 한량없고 헤일 수 없이 많으니라."


그 때에 구수 선현이 법문을 들은 위력 때문에 눈물을 흘리면서 슬피 울다가 허리를 펴고 눈물을 닦으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심히 희유하십니다, 세존이시여. 가장 희유하십니다, 선서시여. 여래께서 지금 말씀하시는 법문은 최상승(最上乘)의 마음을 낸 이를 위하여 두루 이익을 주시고, 최승승(最勝乘)의 마음을 낸 이를 위하여 두루 이익을 주십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옛적에 지혜를 얻은 뒤로부터 오늘까지 아직도 이와 같이 심히 깊은 법문을 들은 적이 없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모든 유정들이 이와 같이 심히 깊은 경전을 듣고 진실한 생각을 내면 가장 훌륭하고 희유함을 성취하오리이다.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세존이시여, 온갖 진실한 생각을 온갖 진실한 생각이라 함을 여래께서 말씀하시기를 생각이 아니라 하셨기 때문이니, 그 까닭에 여래께서 진실한 생각이라 하시나이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이와 같은 법문 설하는 것을 듣고서 깨닫고 믿기는 어렵지 않지만 어떤 유정이 오는 세상, 마지막 부분인 5백 년에 바른 법이 사라지려 할 때에 이와 같이 심히 깊은 법문을 믿고 깨닫고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막힘 없이 통달하고 또 남에게 널리 연설하여 보여 주고 이치와 같게 생각하면 가장 훌륭한 희유를 성취하리이다.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세존이시여, 그 유정들은 나라는 생각·유정이라는 생각·목숨이라는 생각·장부라는 생각·보특가라라는 생각·뜻대로 태어난다는 생각·어린이라는 생각·일한다는 생각·받는다는 생각이 모두 없기 때문이옵니다. 그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세존이시여, 온갖 나라는 생각은 생각이 아니며, 유정이라는 생각·목숨이라는 생각·장부라는 생각·보특가라라는 생각·뜻대로 태어난다는 생각·어린이라는 생각·일하는 이라는 생각·받는 이라는 생각들도 모두 생각이 아니기 때문이옵니다. 그는 또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모든 불세존께서는 누구나 온갖 망상의 생각을 여의었기 때문이옵니다."


그 때에 세존께서 구수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참으로 그러하니라. 선현아, 만일 모든 유정들이 이와 같이 심히 깊은 경전을 듣고 놀라거나 두려워하거나 겁내지 않으면 가장 희유함을 성취한 줄 알라.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현아, 여래가 말한 가장 훌륭한 바라밀다란 이른바 반야바라밀다이니라. 선현아, 여래가 말하는 가장 훌륭한 바라밀다는 한량없는 모든 불세존께서 연설하셨기 때문에 가장 훌륭한 바라밀다라 하나니, 여래가 말한 가장 훌륭한 바라밀다는 곧 바라밀다가 아니므로 여래는 그를 가장 훌륭한 바라밀다라 하느니라.


또 선현아, 여래가 말하는 인욕바라밀다는 곧 바라밀다가 아니니, 그러므로 여래는 인욕바라밀다라 하느니라.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현아, 내가 옛날에 갈리왕(羯利王)에게 팔다리의 살을 베일 적에 나는 조금도 나라는 생각이나 유정이라는 생각이나 목숨·장부·보특가라·뜻대로 태어남·어린이·일한다는 이·받는다는 이라는 생각들이 도무지 없었나니, 나는 그 때에 생각도 도무지 없었고, 생각 아닌 것도 도무지 없었느니라.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현아, 내가 만일 그 때에 나라는 생각이 있었더라면 그 때에 마땅히 성을 내었을 것이요, 내가 그 때에 유정이라는 생각이나 혹은 목숨·장부·보특가라·뜻대로 태어남·어린이·일하는 이·받는 이라는 생각이 었었더라도 성을 냈으리라.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현아, 내가 기억하기에는 과거 5백 생 동안에 나는 인욕선인(忍辱仙人)이라 불렸는데, 나는 그 때에 나라는 생각이 없었고, 유정이라는 생각이나 목숨·장부·보특가라·뜻대로 태어남·어린이·일하는 이·받는 이라는 생각도 없었나니, 나는 그 때에 생각도 전혀 없었고, 생각 아닌 것도 도무지 없었느니라. 그러므로 선현아, 보살마하살들은 온갖 망상을 멀리 여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낼지니, 물질에 머무르지 않고 마음을 내야 하며, 물질이 아닌 데도 머무르지 않고 마음을 내야 하며, 소리·냄새·맛·감촉·법에 머무르지 않고 마음을 내야 하며, 소리·냄새·맛·감촉·법이 아닌 데도 머무르지 않고 마음을 내야 하나니, 도무지 머무르는 곳이 없이 마음을 낼지니라.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현아, 온갖 머무르는 것을 모두가 머무름이 아니니, 그러므로 여래는 말하기를 보살들은 머무르는 바 없이 보시를 행해야 하나니, 물질·소리·냄새·맛·감촉·법에 머무르지 않고 보시를 하라 하노라.


또 선현아, 보살마하살들이 유정들에게 이익을 주기 위하여는 마땅히 이와 같이 몸을 버려서 보시해야 하나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현아, 유정이라는 생각들은 곧 생각이 아니니, 모든 유정을 여래는 유정이 아니라 하기 때문이니라. 선현아, 여래는 진실하게 말하는 이요, 참되게 말하는 이요, 여실하게 말하는 이요, 변함이 없이 말하는 이니라.


또 선현아, 여래가 현전에 평등히 증득한 법과 말한 법과 생각한 법은 그 안에 진실함도 없고 허망함도 없느니라. 선현아,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이 어두운 방에 들어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같이 보살이 일에 빠지는 것도 그러하나니, 이른바 일에 빠져서 보시를 하는 것이니라. 선현아, 마치 눈 밝은 사람이 밤이 지나 해가 돋으면 갖가지 물건이 보이는 것같이 일에 떨어지지 않는 것도 그러하나니, 이른바 일에 떨어지지 않고 보시를 행하는 것도 그러하니라.


또 선현아,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이 법문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워서 막힘 없이 통달하고, 또 남에게 연설하여 보여 주고, 이치와 같게 생각하면 여래는 부처님 지혜로써 그 사람을 다 알고, 부처님 눈으로써 그 사람을 다 보고 깨닫나니, 이러한 유정은 모두가 한량없는 복덕이 생기느니라.


또 선현아,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은 아침에 긍가 강의 모래같이 많은 몸으로 보시하고, 낮에도 긍가 강의 모래같이 많은 몸으로 보시하고, 저녁에도 긍가 강의 모래같이 많은 몸으로 보시하여 이와 같이 다른 부문으로 구지(俱) 나유다(那庾多) 백천 겁을 지나면서 보시하고, 다른 이는 이와 같은 법문을 듣고 비방하는 생각을 내지 않기는 하여도 이 까닭에 생기는 복덕은 앞의 것보다 한량없고 헤일 수 없이 많거늘 하물며 이 법문을 끝까지 쓰고 받아지니고 읽고 외워서 막힘 없이 통달하고, 또 남에게 연설하여 보여 주고 이치와 같게 생각하는 사람이겠느냐.


또 선현아, 이와 같은 법문은 불가사의하고 헤아릴 수 없으니, 마땅히 불가사의로써 얻어지는 과보를 바랄지니라.


선현아, 여래가 이와 같은 법문을 연설하는 것은 최상승에 향해 나아가는 유정들을 이롭게 하기 위함이며, 최승승에 향해 나아가는 유정들을 이롭게 하기 위함이니라.


선현아, 어떤 이가 이 법문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워서 막힘 없이 통달하고, 또 남에게 널리 연설하여 보여 주고 이치와 같게 생각하면 여래는 부처님 지혜로 그를 다 알고 부처님 눈으로 그를 다 보거나, 여래는 이 사람을 다 깨닫나니, 이런 유정은 모두가 한량없는 복덕을 성취하고, 또 불가사의하고 헤아릴 수 없고 끝없는 복덕을 성취하느니라.


선현아, 이러한 모든 유정은 그 어깨에다 여래의 위없는 정등보리를 짊어지는 것이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이러한 법문은 열등한 믿음을 가진 유정들은 들을 수 없으며, 나라는 소견이나 유정이라는 소견이나 목숨이라는 소견이나 장부라는 소견이나 보특가라라는 소견이나 뜻대로 태어난다는 소견이나 어린이라는 소견이나 일하는 이라는 소견이나 받는 이라는 소견 따위가 있는 이들은 들을 수 없나니, 이런 이들이 능히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막힘 없이 통달하고, 또 널리 남에게 연설하여 보이고 이치와 같게 생각한다면 옳지 않으니라.


또 선현아, 어떤 지방에 이 경전을 열어 놓으면 이 지방은 세간의 모든 하늘·인간·아소락들이 공양하는 바이며, 부처님의 탑과 같이 오른쪽으로 돌며 예경하리라.


또 선현아,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이 경전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워서 막힘 없이 통달하고, 또 남에게 널리 연설하여 보여 주고, 이치와 같이 생각하더라도 남에게 업신여김을 받거나 혹은 몹시 업신여김을 받는 일이 있나니, 그 까닭이 무엇이겠느냐. 선현아, 이 유정들은 지난 생에 지은 부정한 업으로 마땅히 나쁜 길에 떨어질 것이어늘 현재의 법에서 업신여김을 받은 까닭에 지난 생에 지은 부정한 업이 모두 사라지고 장차는 위없는 정등보리를 얻게 되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선현아, 내가 기억하기에는 과거에 헤일 수 없는 겁, 다시 더 헤일 수 없는 겁 전에 연등 여래·응공·정등각께서 계셨고, 그 전에 또 84 구지 나유다 백천 부처님을 만났는데 내가 모두 받들어 섬기었고, 받들어 섬기고는 하나도 어기거나 범하지 않았느니라. 선현아, 내가 이와 같은 불세존들을 모두 받들어 섬기어 하나도 어기지 않았지만 만일 어떤 유정이 뒷부분인 마지막 5백 세에 바른 법이 사라지려 할 때에 이 경전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막힘 없이 통달하고, 또 남에게 널리 말해 주어 열어 보이고 이치와 같게 생각한다면 내가 먼저 지은 복덕을 이 복덕과 견주건대 백분의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고, 이와 같이 하여 천분·백천분·구지 백천분, 구지 나유다 백천분·수분(數分)·계분(計分)·산분(算分)·유분(喩分)·오바니살담분의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느니라.


선현아, 내가 만일 그 때의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내는 복덕과 내지 그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얻는 복덕을 구족히 말한다면 어떤 유정들은 기절을 하고 미치리라. 그러므로 선현아, 여래는 이 법문이 불가사의하고 헤아릴 수 없다 하노니, 마땅히 불가사의에 의하여 얻는 과보를 희망하여 구할지니라."


그 때에 구수 선현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보살승에 향하여 나아가는 이들이 어떻게 머무르며, 어떻게수행하며, 어떻게 그 마음을 항복시키리이까?"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승에 향하여 나아가는 이들은 마땅히 이러한 마음을 일으켜야 하나니, 이른바 나는 온갖 유정들을 남음 없이 묘한 열반의 경계에 들게 하리라. 비록 이와 같이 모든 유정을 제도하여 열반에 들게 하나 한 유정도 열반을 얻은 이가 없다 해야 하느니라. 무슨 까닭이겠는가. 선현아, 보살마하살들이 유정의 생각을 움직이면 보살마하살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니라. 그 까닭이 무엇이겠느냐. 만일 보살마하살들이라면 유정의 생각이 움직인다 할 수 없기 때문이며, 이와 같이 하여 목숨이라는 생각·장부라는 생각·보특가라라는 생각·뜻대로 태어난다는 생각·어린이라는 생각·일하는 이라는 생각·받는 이라는 생각도 그러하기 때문이니라. 왜 그렇겠느냐. 선현아, 조그마한 법도 보살승에 향하여 나아간다 할 것이 없기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네 뜻에 어떠하냐? 여래가 옛날에 연등 여래·응공·정등각께 있을 적에 조그만큼이라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한 것이 있었겠느냐?"


구수 선현이 대답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의 말씀을 알기에는 여래께서 옛날에 연등 여래·응공·정등각에게서 조그마한 법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신 것이 없나이다."


부처님께서 구수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참으로 그렇다. 선현아, 여래는 연등 여래·응공·정등각에게서 조그마한 법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한 것이 없느니라.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현아, 여래가 옛적에 연등 여래·응공·정등각에게 있을 적에 조그마한 법이라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한 것이 있다면 연등 여래·응공·정등각께서는 나에게 수기하시기를 '너 어린이는 오는 세상에 석가모니 여래·응공·정등각이라 하리라' 하시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선현아, 여래는 조그마한 법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한 것이 없나니, 그러므로 연등 여래·응공·정등각께서 나에게 수기를 주시기를 '너 어린이는 오는 세상에 석가모니 여래·응공·정등각이라 하리라' 하셨느니라. 그 까닭이 무엇이겠느냐. 선현아, 여래라 함은 곧 진실과 진여를 드러내는 말이며, 태어남이 없는 법성을 드러내는 말이며, 영원히 길을 끊는 것을 드러내는 말이며, 끝내 태어나지 않음을 드러내는 말이기 때문이니라.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현아, 진실로 태어남이 없으면 곧 가장 훌륭한 진리이기 때문이니라.


선현아, 만일 어떤 이가 말하기를 '여래·응공·정등각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한다' 하면 이 말은 진실하지 않은 줄 알라. 무슨 까닭이겠느냐. 그는 나를 비방하고, 또 진실하지 않은 집착을 일으키기 때문이니라. 왜 그렇겠느냐. 선현아, 조그마한 법도 여래·응공·정등각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것이 없기 때문이니라.


선현아, 여래가 현재에 평등하게 깨달은 법과 말하는 법과 생각하는 법은 그 안에 진실도 허망도 없나니, 그러므로 여래는 말하기를 온갖 법이 모두가 불법이라 하노라. 선현아, 온갖 법을 온갖 법이라고 하는 것은 여래가 말하기를 온갖 법이 아니라 하였으니, 그러므로 여래가 말하기를 온갖 법을 온갖 법이라 한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건대 장부가 거대한 몸매를 갖춘 것 같으니라."


구수 선현이 얼른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말씀하신 장부가 거대한 몸매를 갖추었다 하신 것은 여래께서 말씀하시기를 몸이 아니라 하셨으니, 그 까닭에 거대한 몸매를 갖추었다 하시나이다."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참으로 그러하니라. 만일 어떤 보살들이 말하기를 '내가 한량없는 유정들을 제도하리라' 하면 보살이라 할 수 없느니라.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현아, 어떤 조그마한 법이라도 보살이라 할 것이 있겠느냐?"


선현이 대답했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조그마한 법도 보살이라 할 것이 없나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유정을 유정이라 함은 여래가 말하기를 유정이 아니라 하는 까닭에 유정이라 하나니, 그러므로 여래는 말하기를 유정이 아니라고 하였으니, 이 때문에 유정이라고 말하였다. 이 때문에 여래는 온갖 법은 유정도 없고, 목숨·장부·보특가라 등도 없다 하느니라.


선현아, 만일 어떤 보살이 말하기를 '내가 불국토의 공덕과 장엄을 이루리라' 하는 것도 이와 같으니라.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현아, 불국토의 공덕과 장엄을 불국토의 공덕과 장엄이라 함은 여래가 말하기를 장엄이 아니라 하였으니, 이 까닭에 여래는 말하기를 불국토의 공덕과 장엄을 불국토의 공덕과 장엄이라 하느니라. 선현아, 만일 보살들이 나 없는 법에서 나 없는 법을 깊이 믿어 이해하면 여래·응공·정등각은 그를 보살이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네 뜻에 어떠하냐? 여래는 평등하게 육안(肉眼)이 있는 것으로 보이느냐?"


선현이 대답했다.


"그러하옵니다. 여래는 평등하게 육안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네 뜻이 어떠하냐? 여래는 평등히 천안(天眼)이 있는 것으로 보이느냐?"


선현이 대답했다.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평등하게 천안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네 뜻이 어떠하냐? 여래는 평등히 혜안(慧眼)이 있는 것으로 보이느냐?"


선현이 대답했다.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평등히 혜안이 있는 것으로 보이나이다."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네 뜻에 어떠하냐? 여래는 평등히 법안(法眼)이 있는 것으로 보이느냐?"


선현이 대답했다.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평등히 법안이 있는 것으로 보이나이다."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선현아, 네 뜻에 어떠하냐? 여래는 평등히 불안(佛眼)이 있는 것으로 보이느냐?"


선현이 대답했다.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평등히 불안이 있는 것으로 보이나이다."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네 뜻에 어떠하냐? 긍가 강에 있는 모래들을 여래가 이것을 모래라고 말하지 않더냐?"


선현이 대답했다.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그러하옵니다, 선서시여. 여래께서 이것을 모래라고 말씀하셨나이다."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선현아, 네 뜻에 어떠하냐? 긍가 강에 있는 모래 수효와 같은 긍가 강이 있고, 또 그러한 강의 모래 수효 같은 세계가 있다면 이 세계들은 많지 않겠느냐?"


선현이 대답했다.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그러하옵니다, 선서시여. 이들 세계는 너무 많고 많습니다."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선현아, 그러한 세계에 있는 유정들의 종류가 갖가지인데 그들의 마음의 흐름을 나는 다 아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선현아, 마음의 흐름을 마음의 흐름이라 하는 것은, 여래는 말하기를 흐름이 아니라 하였으니, 그러므로 여래가 말하기를 마음의 흐름을 마음의 흐름이라 하였느니라. 그 까닭이 무엇이겠느냐. 선현아, 과거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미래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네 뜻에 어떠하냐?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히 담은 7보를 가지고 여래·응공·정등각에게 받들어 올리면 이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이 까닭에 생기는 복덕이 많지 않겠느냐?"


"심히 많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심히 많겠나이다, 선서시여."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그 선남자와 선여인이 이 까닭에 생기는 복덕은 그 분량이 심히 많으니라.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현아, 만일 복덕이 있다면 여래는 복덕을 복덕이라 하지 않겠기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네 생각에 어떠하냐? 색신(色身)이 원만하고 착실한 것으로 여래를 관찰하겠느냐?"


선현이 대답했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색신이 원만하고 착실한 것만으로는 여래를 관찰할 수 없나이다.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세존이시여, 색신이 원만하고 착실한 것을 색신이 원만하고 착실하다 함은 여래께서 말씀하시기를 원만하고 착실한 것이 아니라 하셨으니, 그러므로 여래께서 색신이 원만하고 착실한 것을 색신이 원만하고 착실하다 하시나이다."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네 생각에 어떠하냐? 여러 가지 상호가 구족한 것으로 여래를 관찰하겠느냐?"


선현이 대답했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러 가지 상호가 구족한 것으로 여래를 관찰할 수 없나이다.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세존이시여, 여러 가지 상호가 구족한 것을 여러 가지 상호가 구족하다 함은 여래께서 말씀하시기를 여러 가지 상호가 구족한 것이 아니라 하셨으니, 그러므로 여래께서 말씀하시기를 여러 가지 상호가 구족함을 여러 가지 상호가 구족하다 하셨나이다."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네 뜻에 어떠하냐? 여래가 생각하기를 내가 설법한 것이 있다 하겠느냐? 선현아, 너는 지금 행여나 그런 생각을 말라.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현아, 만일 여래가 설법한 것이 있다 고 말하면 이는 나를 비방하는 것이요, 잘 받아들인 것이 아니니라.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현아, 법을 설한 것을 법을 설했다고 하는 것은 법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법을 설한다고 하느니라."


그 때에 구수 선현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오는 세상 뒷부분인 마지막 5백 세에 바른 법이 사라지려 할 때에 어떤 유정이 이와 같은 종류의 설법을 듣고서 깊은 믿음을 낼 이가 있겠나이까?"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그는 유정이 아니며, 유정이 아닌 것도 아니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현아, 모든 유정이라 함은 여래가 말하기를 유정이 아니라 하였기 때문에 모든 유정이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네 뜻에 어떠하냐? 조그마한 법이라도 여래·응공·정등각이 위없는 정등보리를 증득한 것이 있겠느냐?"


구수 선현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의 말씀을 알기에는 조그마한 법도 여래·응공·정등각께서 위없는 정등보리를 증득하신 것이 없나이다."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참으로 그러하니라. 거기에는 조그마한 법도 있지 않고 얻음도 없는 까닭에 위없는 정등보리라 하느니라.


또 선현아, 이 법은 평등하여 거기에는 평등치 않음이 없는 까닭에 위없는 정등보리라 하며, 나라는 성품이 없고, 유정·목숨·장부·보특가라 등이라는 성품이 모두 없어 평등한 까닭에 위없는 정등보리라 하나니, 온갖 착한 법을 현전에 증득하지 않는 것이 없고, 온갖 착한 법을 묘하게 깨닫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이니라.


선현아, 착한 법을 착한 법이라 함은 여래는 모두를 말하기를 법이 아니라 하노니, 그러므로 여래는 말하기를 착한 법을 착한 법이라 하느니라.


또 선현아,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이 삼천대천세계 안에 있는 묘고산 높이와 같게 7보를 쌓아 놓고 보시하고, 다른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은 이 반야바라밀다경 안에서 네 구절만이라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워 막힘 없이 통달하고, 또 남에게 널리 연설하여 보여 주고 이치와 같게 생각하면, 앞에 말한 복덕은 이 복덕에 견주건대 백분의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고, 천분·백천분·구지 백천분·구지 나유다 백천분·수분·계분·산분·유분·오파바니살담분의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또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네 뜻에 어떠하냐? 여래가 생각하기를 '나는 유정들을 제도한다' 하겠느냐? 선현아,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현아, 조그마한 유정도 여래가 제도할 것이 없기 때문이니라. 선현아, 만일 여래가 제도할 유정이 있다고 하면 여래는 곧 나라는 집착과 유정이라는 집착과 목숨이라는 집착과 장부라는 집착과 보특가라 등이라는 집착이 있는 것이니라. 선현아, 나 따위의 집착은 여래가 말하기를 집착이 아니라 하노니, 이 까닭에 나 따위의 집착이라 하였거늘, 어리석은 범부들은 구태여 이런 집착을 일으키느니라. 선현아, 어리석은 범부라 함은 여래가 말하기를 중생이 아니라 하였으니, 이 까닭에 어리석은 범부 중생이라 하노라."


부처님께서 또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네 뜻에 어떠하냐? 여러 가지 모습이 구족한 것으로써 여래를 관찰하겠느냐?"


선현이 대답했다.


"제가 부처님의 말씀을 알기에는 여러 가지 형상이 구족한 것으로써 여래를 관찰할 수 없나이다."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옳은 말이다. 참으로 옳은 말이다. 너의 말과 같이 여러 가지 형상이 구족함으로써 여래를 관찰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선현아, 만일 여러 가지 모습이 구족하다 하여 여래로 본다면 전륜성왕(轉輪聖王)도 여래일 것이다. 그러므로 여러 가지 모습이 구족한 것으로써 여래를 관찰하지 말고, 여러 가지 모습은 모습이 아니라 함으로써 여래를 관찰해야 하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 게송을 말씀하셨다.

 

형상으로 나를 보려 하거나
음성으로 나를 찾으려 하면
그는 삿된 소견과 단견을 밟나니
나를 보지 못하게 되리라.

불법의 성품을 관찰하여라.
그대로가 도사의 법신이시다.
법성은 알 수도 없는 것이니
그러므로 저들은 알지 못하리.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네 뜻에 어떠하냐? 여래·응공·정등각이 여러 가지 모습을 구족하심으로써 위없는 정등보리를 증득하리라 여기느냐? 선현아, 너는 지금 그런 생각을 말라.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현아, 여래·응공·정등각은 여러 가지 모습이 구족함으로써 위없는 정등보리를 증득한 것이 아니니라.


또 선현아, 이와 같이 보살승에 향하여 나아가는 이가 조그마한 법도 시설하거나 무너뜨리는 일이 있겠느냐? 선현아, 너는 지금 행여 그런 생각을 말라. 보살승에 향하여 나아가는 이들은 조그마한 법도 시설하거나 무너뜨리는 일이 없느니라.


또 선현아,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이 긍가 강의 모래같이 많은 세계에 7보를 가득히 담아서 여래·응공·정등각에게 받들어 보시하고, 또 어떤 보살은 나도 없고 생멸도 없는 법에서 인욕을 얻으면 이 까닭에 생기는 복덕은 훨씬 저보다 많으니라. 또 선현아, 보살은 복덕을 받아들이지 말아야 하느니라."


구수 선현이 얼른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보살이 복덕을 받지 않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현아, 보살은 받아들여야 할 복덕을 받아들이지 않나니, 그 까닭에 받아들인다 하느니라.


또 선현아, 만일 어떤 이가 말하기를 '여래가 가거나 오거나 멈추거나 앉거나 눕거나 한다' 하면 이 사람은 내가 말한 이치를 알지 못하는 것이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현아, 여래라 함은 곧 진실한 진여를 더하는 말이어서 도무지 가고 옴이 없기 때문에 여래·응공·정등각이라 하느니라.


또 선현아,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이 삼천대천세계의 땅덩이를 극미진(極微塵)으로 한 수량과 같은 세계를 다시 극미진으로 한다면, 선현아, 네 뜻에 어떠하냐? 이 미진이 많지 않겠느냐?"


선현이 대답했다.


"그 극미진은 매우 많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매우 많겠나이다, 선서시여.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세존이시여, 만일 극미진이 실제로 있는 것이라면 부처님께서는 극미진이라 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그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여래께서 말씀하신 극미진은 극미진이 아니므로 극미진이라 하며, 여래께서 말씀하신 삼천대천세계는 세계가 아니므로 삼천대천세계라 하나이다.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세존이시여, 만일 세계가 실제로 있다면 이는 곧 하나로 합하리라는 집착이기 때문이옵니다. 그러나 여래께서 말씀하시기를 하나로 합하리라는 집착은 집착이 아니라 하였기 때문에 하나로 합하리라는 집착이라 하나이다."


부처님께서는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이 하나로 합하리라는 집착은 말할 수 없고 희론할 수 없느니라. 그러나 저 모든 범부 중생들은 굳게 이 법을 집착하나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현아, 만일 어떤 이가 말하기를 여래가 나라는 소견과 유정·목숨·장부·보특가라·뜻대로 태어남·어린이·일하는 이·받는 이라는 소견을 이야기했다면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 이렇게 말하는 것이 바른 말이라 하겠느냐?"


선현이 대답했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아니옵니다, 선서시여. 이렇게 말하는 것은 바른 말이 아니옵니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여래께서 말씀하신 나라는 소견과 유정·목숨·장부·보특가라·뜻대로 태어남·어린이·일하는 이·받는 이라는 소견은 소견이 아니기 때문에 나라는 소견과 내지 받는 이라는 소견이라 하시나이다."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승에 향하여 나아가는 이들은 온갖 법을 이와 같이 알고, 이와 같이 보고, 이와 같이 믿어야 하고, 이와 같이 법이라는 생각에 머무르지 않아야 하나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현아, 법이라는 생각을 법이라는 생각이라 함은 여래가 말하기를 생각이 아니라 하노니, 이 까닭에 여래는 말하기를 법이라는 생각을 법이라는 생각이라 하느니라.


또 선현아, 어떤 보살마하살들이 한량없고 헤일 수 없는 세계에 가득히 7보를 쌓아 놓고 여래·응공·정등각에게 공양하고, 다시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은 이 반야바라밀다경에서 네 구절의 게송이라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막힘 없이 통달하고, 이치와 같게 생각하고 또 남에게 널리 연설하여 보여 주면 이 까닭에 생기는 복덕은 앞의 것보다 한량없고 헤일 수 없이 많으니라. 어떻게 남에게 연설하여 보여 주겠느냐. 남에게 연설하여 보여 주지 않는 것같이 하기 때문에 남에게 연설하여 보여 준다 하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 게송을 말씀하셨다.

 

온갖 화합으로 된 것은
별과 삼눈[翳 : 눈병의 한 가지]과 등불과 요술 같고
이슬과 거품과 꿈과 번개와 구름 같으니
이렇게 관찰해야 하느니라.

 

그 때에 박가범께서 이 경을 다 말씀하시니, 존자 선현과 여러 필추·필추니·오바색가(波索迦)·오바사가(波斯迦)와 세간의 하늘·인간·아소락·건달박 등이 박가범의 설법을 듣고, 모두가 몹시 기뻐하면서 믿고 받들어 행하였다.


삼장법사(三藏法師) 현장(玄奘) 한역/송성수 번역

출처: http://ebti.dongguk.ac.kr

연인사 道窓스님 사이트에서 복사한 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