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동자의 구법여행에서 마지막으로 만나는 선지식은 보현보살이다.
보현보살도 문수보살처럼 특별한 자신의 법문을 설하는 것은 없다. 그러나 그의 법문을 통해서 보살행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지향해서 어떻게 행하여져야 하는 것이며, 그것을 통해 도달하는 경계는 과연 어떠한 것인가 하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선재동자는 문수보살을 만나고 나서 삼천대천세계의 티끌 수 선지식을 찾아보고 받들어 섬기며 부지런히 보살행을 실천하면서 보현의 해탈경계를 관찰하였다. 그 때 선재동자는 보현보살의 이름, 행원(行願), 조도법(助道法), 지혜의 경계, 지혜의 위력 등에 대해서 듣고 보현보살을 뵈려 갈망하였다. 그리하여 선재동자는 모든 세계를 버리고 모든 애착을 여의려는 걸림 없는 마음, 모든 지혜의 경계에 널리 들어가려는 청정한 마음, 모든 부처님 법 바다에 들어가려는 광대한 마음, 모든 중생세계를 교화하려는 넓은 마음, 모든 국토를 깨끗이 하려는 한량없는 마음, 모든 겁에 머무르려고 하는 끝없는 마음, 여래의 열 가지 힘에 나아가려는 구경의 마음을 일으켰다.
선재동자가 이렇게 진실하고 순수한 마음을 일으키니, 자기의 선근의 힘과 모든 여래께서 가피하시는 힘과 보현보살과 동일한 선근을 심는 힘으로 말미암아, 모든 세계가 청정하여 모든 여래가 정등각을 이룸을 보고, 나쁜 길이 없음을 보고, 모든 중생의 몸과 마음이 청정함을 보는 등 열 가지 상서로운 모양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모든 세계의 낱낱 티끌 속에서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부처님의 광명그물구름을 내어 두루 비침을 보고, 여러 부처님 형상의 마니구름을 내어 법계에 가득함을 보는 등 열 가지 광명한 모양을 보게 되었다. 진실하고 순수한 대승보살의 마음을 일으켜서 이처럼 여러 가지 상서롭고 광명한 모양을 보고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 선재동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반드시 보현보살을 보고 선근을 더할 것이며, 모든 부처님을 보고 여러 보살의 광대한 경지에 대하여 결정한 지혜를 내어 온갖 지혜를 얻을 것이다.”
이때 선재동자는 여러 감관을 거두어 일심으로 보현보살을 보려고 크게 정진하며 마음이 물러가지 아니하였고, 넓은 눈으로 시방의 모든 부처님과 여러 보살을 관찰하면서 보이는 것마다 보현보살을 뵈옵는 생각을 지었다. 지혜의 눈으로 보현의 도를 보니 마음이 광대하기가 허공과 같았고, 크게 가엾이 여김이 견고하기가 금강과 같았으며,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보현보살을 따라다니면서 생각생각마다 보현의 행을 순종하여 닦으려 하였고, 지혜를 성취하고 여래의 경지에 들어 보현의 지위에 머무르려고 하였다.
드디어 선재동자는 보현보살이 금강장 보리도량의 여래의 앞에 있는 보배연꽃 사자좌에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상호는 참으로 뛰어나 세간에 짝할 이가 없고, 지혜의 경지도 한없이 크고 넓어서 헤아리고 생각하기 어려워서 삼세 부처님과 평등하였다. 그리고 보현보살의 몸에 있는 낱낱 털구멍에서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광명구름, 향구름, 꽃구름, 중생의 몸구름, 보살의 몸구름, 범천의 몸구름 등을 내어서 모든 중생의 괴로움과 근심을 멸하고, 여러 여래에게 묘한 법륜을 굴리도록 권하며, 법계와 허공계에 두루 있는 교화 받을 중생을 따라서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하며, 모든 중생의 마음을 만족케 하고 온갖 지혜의 도를 갖추어 닦아 익히게 하는 등의 자유자재하고 신통한 경계를 보았다.
선재동자는 보현보살의 이렇게 한량없고 부사의한 큰 신통력을 보고 잠깐잠깐 동안에 모든 부처님 세계에 가득한 지혜바라밀다·모든 여래께 공양하는 지혜바라밀다·모든 부처님의 부사의한 큰 신통한 일을 아는 지혜바라밀다 등 열 가지 지혜바라밀다를 얻었다.
선재동자가 이렇게 열 가지 지혜바라밀다를 얻자, 보현보살이 오른손을 펴서 그의 정수리를 만졌는데, 이때 선재동자는 일체세계의 티끌 수와 같은 삼매문을 얻었다. 그리하여 낱낱 삼매에서 옛날에 보지 못하던 모든 세계의 티끌 수와 같은 부처님의 큰 바다를 보았고, 온갖 지혜의 도를 돕는 기구를 모았고, 온갖 지혜의 가장 묘한 법을 내었고, 온갖 지혜의 큰 서원을 세웠고, 큰 서원의 바다에 들어갔고, 온갖 지혜의 큰 정진을 일으켰고, 온갖 지혜의 깨끗한 광명을 얻을 수가 있었다. 뿐만이 아니라 이 사바세계의 보현보살이 선재동자에게 한 것처럼 시방세계의 낱낱 티끌 속에 있는 모든 세계의 모든 부처님 처소에 있는 보현보살도 모두 선재동자의 정수리를 만졌고, 얻은 법문도 또한 같았다. 이리하여 선재동자는 마침내 이 사바세계뿐만 아니라 시방세계의 보현보살들로부터 인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권탄준/금강대 불교문화학부 교수
'화엄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입법계품 72. 바른 삶 추구하는 모든 이들의 이야기 (0) | 2018.03.11 |
---|---|
[스크랩] 입법계품 71. 보현보살의 법문 2 (0) | 2018.03.11 |
[스크랩] 입법계품 69. 문수보살의 법문 (0) | 2018.03.11 |
[스크랩] 입법계품 68. 미륵보살의 법문 2 (0) | 2018.03.11 |
[스크랩] 입법계품 67. 미륵보살의 법문 1 (0) | 2018.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