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밀교경전의 특색
여러 가지 경전이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외면상으로 본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경전과 의궤
다채로운 밀교문헌의 특색이라고 하면 우선 [경전(經典)]과 [의궤(儀軌)]의 두 가지 구분이 있습니다. 밀교경전에는 보통 {대일경}이라든가 {금강정경} 등이 있으나, 경전의 이름 끝 부분에 [의궤]라고 되어 있는 것도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의궤란 범어 깔빠(kalpa)의 번역으로 밀교의 경전에서 설한 불.보살.명왕.천.신 등을 염송.공양하는 의식이나 궤범을 말합니다. 즉 교리 사상을 가르치는 경전으로서만이 아니고, 그 경전을 수행과 실천적인 행법으로서의 [의궤]로 하고 있습니다. 사실 600종류 이상의 밀교문헌 가운데 제목에 [의궤]라고 하는 말이 나오는 것이 106종류 정도 있습니다. 또한 [공양법供養法]이라든가 [염송법 念誦法]이라는 말이 들어 있는 것도 20종류 이상이나 됩니다. 이와 같이 밀교의 경전에는 다른 종파의 경전과 크게 다른 것이, 신앙의 대상을 향하여 적극적으로 어떤 방법을 행하여 갈 것인가 하는 수법의 방법을 구체화하기 위하여, 경전을 의궤화하거나 의궤로 된 것이 매우 많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밀교경전은 다라니장(陀羅尼藏)
밀교경전을 [다라니장]이라고도 합니다. [다라니장]이란 다라니(dharani)의 곳집(藏)이라는 것입니다. 장(藏)은 산스크리트 피타카(pitaka)의 번역으로, 용기(容器), 곡창(穀倉), 암기된 것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흔히 삼장(三藏)이란 경장(經藏), 율장(律藏), 논장(論藏)의 셋을 말하는데, 불교성전을 이 세 가지로 나누어 모았다는 뜻으로 불교성전을 총칭하여 [삼장]이라합니다. 그런데 그 뒤 밀교가 발전하여 밀교경전이 늘어나게 되자 그것을 하나의 장으로 모아서 [다라니장]이라고 하게 된 것입니다. 밀교경전에는, 여러 가지 좋은 법을 가져 잃지 않고, 온갖 무거운 죄장을 소멸하여 열반을 속히 깨닫게 하는 미묘한 힘을 가지고 있는 [다라니]에 관한 것이 아주 풍부하다는 것입니다. 예를들면, {다라니집경(陀羅尼集經)}(12卷 唐 阿地瞿多 譯), {다라니잡집(陀羅尼雜集)}(10卷 失譯)이라는 경전이 있습니다. 그밖에 [0 0 0 다라니] 라든가 [다라니 0 0 0]라는 식으로 제목 속에 다라니라는 말이 반드시 나오는 것이 200종 이상이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밀교경전 속에는 [다라니장]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다라니가 많다는 것이 두번째의 특징입니다.
밀교경전에 설해진 밀교적인 것
밀교경전에 설해져 있는 내용의 특징으로는 우선 [진언(眞言)] 또는 [다라니]가 많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진언은 산스크리트어 [만트라 mantra]의 번역으로 진실하여 거짓이 없는 말이란 뜻입니다. 어원적으로는 <사념한다>는 뜻의 [만man]과 <그릇(器)>의 뜻을 지닌 [트라tra]로 이루어졌습니다. 이것에 의해 신神의 덕을 사념할 수 있다든가 사념을 표현하기 위한 그릇, 즉 신성한 문자 또는 언어를 의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라니는 산스크리트어 [다라니dharani]의 음역으로 총지總持, 또는 능지能持라고 번역합니다. 정신을 통일하고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여 지니는 것을 의미합니다. 진언과 다라니는 엄밀히 말하면 서로 구별이 되는 것이지만 흔히 [0 0 의 진언], [0 0 의 다라니]라고 하고, 명(明;vidya 學問.知識의 뜻)이라든가 명주(明呪)라고 하기도 합니다.
다음은 [인계(印契)]를 들 수 있습니다. 인(印)은 산스크리트어 [무드라 mudra]의 번역인데, 표시.증거.상징 등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불.보살 등 제존의 깨달은 내용을 손이나 손가락으로 나타내는 것을 수인(手印)이라 하고, 칼.지팡이 연꽃 등 제존이 지물(持物)로 나타내는 것을 계인(契印) 또는 상인(相印)이라 합니다. 그리고 불.보살이 깨달은 내용을 나타내기 위하여 인을 맺는 것이지만, 밀교의 수행자가 수법과 수행을 행할 때에도 반드시 인을 맺게됩니다. 수행자가 인을 맺는 것은, 사실 부처님에 대한 단순한 외형적인 모방이나 흉내의 영역을 뛰어넘어, 진리의 어느 한 면 바로 그 자체로 되어 버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인계가 매우 다양하고 많은 것도 밀교경전의 특징입니다.
또한 [만다라(曼茶羅)]가 있습니다. 만다라는 범어 [만달라(mandala)]의 음역으로 단(壇), 단장(壇場), 윤원구족(輪圓具足) 등으로 번역합니다. 원래는 비법을 닦을 때 마중(魔衆)의 침입을 막기 위해 그려놓은 원형(圓形)이나 방형(方形) 으로 구획한 지역을 [만다라]라고 합니다. 그러나 밀교에서는 주로 [취집(聚集)]의 뜻을 취하여, 제불.보살 등의 성중이 모이는 곳을 말합니다. 인도에서는 토단土壇을 쌓고 그 위에다 제존을 그려 놓고 행사가 끝나면 부수어 버리는데, 중국. 일본 등지에서는 주로 종이나 천(帛)에 그려 놓기 때문에 그런면에서 조금의 차이가 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단을 쌓아서 그 위에 제불을 그려 모시고 만다라의 제불을 예배하는 방법이 상세하게 쓰여져 있는 것이 밀교경전의 한 특징이라고 할 것입니다.
신앙의 대상
밀교의 특징적인 신앙의 대상에 [태장계의 만다라]와 [금강계의 만다라]가 있습니다. 이들 만다라에는 대일여래를 중심으로 하여, 제불.제보살, 제명왕, 제천 등 지극히 복잡하고 다채로운 신앙의 대상이 있습니다. 그러나 밀교에서는 불타관(佛陀觀)의 통일적인 견해가 진행되어, 대일여래는 [보문(普門:samantamukha無量門이라고도 하며, 모두에 골고루 미치는 보편적인 門戶라는 뜻)의 부처님]이고, 그밖의 제불.제보살.명왕.천 등은 일지(一智).일덕(一德)을 나타내는 [일문(一門)의 부처님]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밀교경전을 보면 신앙의 대상이 전체적인 것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와 개개의 것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있어서 그 수가 매우 많습니다. 이것은 밀교에 있어서 불타관의 문제입니다. 밀교에서는 불타관이 이처럼 복잡하게 되어있으나 그 복잡함 속에 매우 교묘하고 정교한 통일성이 있습니다. 그것도 밀교경전 속에 설해져 있는 특징 가운데 하나입니다.
관법과 기원
다음에 밀교경전 속에는 관법(觀法)과 여러 가지 기원(祈願)에 관한 내용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한 두 가지 예를 들어보면, 보리심(菩提心)을 관하는 방법[菩提心觀]이 있습니다. 우리들 마음 속에 근본자성인 정보리심(淨菩提心)이 있다는 것을 자각하도록 하기 위한 관법인데, 여기에는 월륜관(月輪觀)과 아자관(阿字觀)이라는 관법이 있습니다. 이것은 월륜본존도(月輪本尊圖)나 아자본존도(阿字本尊圖)를 걸어두고 그 앞에 정좌하여 호흡을 조절하고 정신통일을 하여 [월륜] 또는 [아자]로 상징된 정보리심이 본래 내 마음 속에 내재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관법입니다.
또한 [삼밀가지(三密加持)]의 묘행도 설해져 있습니다. [삼밀]이란 비밀의 삼업(身密.語密.意密)이란 뜻이고, [가지]는 범어 아디스타나(adhisthana)의 번역으로, 상응하여 관계하는 것, 호념(護念).가호(加護)를 나타내는 의미에서 부처님과 중생이 상응하여 일치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와 같이 부처님과 중생이 서로 명합하는 유가(瑜伽)의 경지에 들어가서, 행자(行者)가 몸에 인을 맺고[身密], 입으로 진언을 외우고[語密], 뜻으로 본존을 관하여[意密], 행자의 삼업 위에 부처님의 삼밀이 더하여 섭지(攝持)되는 것을 [삼밀가지]라고 합니다. 이와 같이 하여 행자와 본존은 일체(一體)로 되고, 이몸 그대로 부처가 되는 즉신성불(卽身成佛)의 깨달음을 이룬다고 하는 밀교의 독특한 수행방법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진언이나 주문.다라니를 설한 경전이 많고, 특히 {다라니집경}이라고 하는 경전도 있습니다.이들 진언이나 주문.다라니는 양재초복(攘災招福)의 기원, 즉 병을 낫게 하고, 연명(延命)하여 오래 살게 하고, 비가 오도록 기우를 하고, 재보(財寶)를 얻게 한다는 등 이른바 현세이익적인 기원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