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바탕(토양)에 해당하는 여섯 가지 법의 범주(蘊, 處, 界, 根, 諦, 緣起) 가운데 15장의 12가지 감각기관과 감각대상(十二處), 여러 가지 요소(界), 16장의 22가지 기능(根)과 네 가지 진리(諦)에 대해서 정리해본다. 12처는 초기불교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一切)이라고 한 법의 범주이다. 눈, 귀 코, 혀, 몸, 마음(眼耳鼻舌身意)이라는 여섯 감각기관(六內入)과 그 대상인 모양·색깔, 소리, 냄새, 맛, 촉감, 심리현상(色聲香味觸法)이라는 여섯 감각대상(六外入)을 말한다.
12처의 가르침은 인간이 감각기관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만이 존재하는 모든 것이라는 인식론과 존재론을 의미하는 중요한 교설이다.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인의 여섯 존재세계(육도(六道))는 각각 고유의 인식체계를 가지고 세계를 인식한다. 그리고 마음의 능력을 향상시키면, 인간의 눈과 귀로 인식할 수 있는 세계를 넘어선 천인들의 인식능력으로 세계를 인식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존재세계는 마음에 비친 세계일뿐이라는 유식(唯識)의 입장은 초기불교 및 부파불교의 존재론과 인식론과 통한다고 볼 수 있다.
18계에는 12처에 안식계에서 의식계까지의 여섯 가지 식(識)의 요소가 추가된다. 18계에서의 계(界)는 고유한 성질을 지닌 것으로 해설된다. 경전에서는 여러 가지 계(界)가 제시되어 있음을 『청정도론』에서도 밝히고 있다. 광명계(光明界), 정계(淨界), 공무변처계 등의 색계와 무색계의 세계, 욕계(欲界), 악의계(惡意界), 지계(地界), 수계(水界), 화계(火界), 풍계(風界), 유위계, 무위계 등이 있는데, 이러한 계는 모두 18계에 포함된다고 한다. 안식에서 의식에 이르는 여섯 의식의 요소는 감각기관과 감각대상을 조건으로 하여 생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18계는 변치 않는 영혼이라는 개념을 제거하기 위해서 설하신 가르침이라고 한다.
22가지 기능(根)은, 눈, 귀, 코, 혀, 몸, 여자, 남자, 생명, 마음, 즐거움, 괴로움, 정신적 즐거움, 정신적 괴로움, 평온, 믿음, 정진, 마음챙김, 삼매, 지혜, 궁극적 지혜를 가지려고 함, 궁극적 지혜, 궁극적 지혜를 지닌자의 기능을 말한다. 경전에 설해진 여러 가지 종류의 기능을 모두 모아 놓은 것인데, 몸과 연결된 다섯 감각기능(五根)을 먼저 제시하고, 남자, 여자를 구분해주는 것, 이 남자기능과 여자기능은 생명기능과 결합하여 존재하게 된다. 생명기능이 있으면 육체적, 정신적인 다섯 가지 느낌도 존재하게 된다. 이것을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마음의 기능(五根:信, 精進, 念, 定, 慧)을 닦아야 하며, 다섯 기능을 닦아서 순서대로 궁극적 지혜를 가지려 하는 기능, 궁극적 지혜의 기능, 궁극적 지혜를 지닌 자(아라한)의 기능을 갖추게 된다. 이와 같이 중생의 여러 가지 양상과 수행을 해내는 기능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아라한의 기능까지를 보여주는 것이 22가지 기능이라는 가르침이다.
네 가지 진리(諦)는 고집멸도의 사성제이다. 사성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간략하고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먼저, 성제(聖諦) 즉 성스러운 진리의 의미에는 (1)부처님 등의 성인이 통찰하신 진리, (2)성인의 진리, (3) 진실되고 거짓이 아니며 속이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성스러운 진리라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 괴로움의 진리는 괴롭히는 것을 특징으로, 불타는 것을 작용으로, 윤회가 계속되는 것을 나타남으로 한다.
발생의 진리는 근원을 특징으로, 끊어지지 않음을 작용으로, 장애를 나타남으로 한다. 소멸의 진리는 고요함을 특징으로, 불사(不死)를 작용으로, 표상이 없음을 나타남으로 한다. 길의 진리는 출구를 특징으로, 번뇌를 없애는 것을 작용으로, 탈출을 나타남으로 한다. 이어서 괴로움, 괴로움의 발생, 괴로움의 소멸,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의 진리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생노병사 등과 다섯 가지 집착된 무더기의 괴로움, 그 원인인 갈애, 괴로움의 소멸인 열반, 열반에 이르게 하는 8정도를 계정혜 삼학으로 설명한다.
김재성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
887호 [2007-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