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불교 Early Buddhism

[임승택의 초기불교순례] 32. 출세간

수선님 2018. 6. 10. 13:42

32. 출세간

 

출세간 참된 자유는 탐진치 사라진 경지

 

2011.09.14 18:20 입력 발행호수 : 1112 호 / 발행일 : 2011-09-14

 

 

출세간(lokuttara)이란 무엇인가. 일체의 세간적(lokiya) 존재 양태를 벗어난 경지를 가리킨다. 범부 중생들은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에 갇혀 자신들만의 특정한 존재 방식을 벗어나지 못한다. 지옥·아귀·축생·수라·인간·천상계 등이 그것이다. 육도윤회(六道輪廻)란 이러한 6가지 굴레에 얽매여 맴도는 것을 말한다. 지옥계에 속한 이들은 분노와 공포에 붙잡힌 채 스스로의 존재를 유지하며, 천상계에 속한 이들은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심미적 쾌락에 심취하여 자신을 보존해 나간다.

 

출세간이란 그러한 일체의 상태로부터 벗어난 열반(nibbāna)을 의미한다. 초기불교에 따르면 세계의 발생과 유지에는 ‘나’라는 관념이 전제된다. 육신(色)·느낌(受)·지각(想)·지음(行)·의식(識) 따위의 경험적 요인(五蘊)에 대해 ‘나’라는 생각을 일으키고, 또한 그렇게 이루어진 ‘나’를 통해 주변의 일체에 대한 관념을 형성시켜 이루어 낸 것이 곧 세계이다. 따라서 우리는 스스로 만들어 놓은 세계를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붓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세계는 여섯(의 감각영역) 안에서 생겨나며 여섯(의 감각영역) 안에서 알려진다.

실로 세계는 여섯(의 감각영역) 안에서 발생하여 여섯(의 감각영역) 안에서 사라진다.”

 

대부분의 종교에서는 죽고 난 이후 새롭게 태어날 세계에 대해 가르친다. 절대자(神)를 믿는 종교에서는 자비로운 신의 은총에 의해 죽고 난 이후의 세계가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신적 존재를 상정하지 않는 무신론적 종교들에서는 스스로 지은 행위에 의해 내세가 선택된다고 본다. 그들 모두는 신의 존재 여부를 둘러싼 교리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보다 행복하고 즐거운 내세를 희망한다. 더불어 그러한 희망 속에서 자신을 잘 다스려 바람직한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면모를 보인다.


초기불교 또한 천상계라는 행복한 세상에 대해 가르친다. 그리하여 도덕적·정신적 가치를 신뢰하라고 이른다. 또한 살생하고 훔치고 거짓말하는 등의 해로운 생활을 멀리하고, 재화에 대한 애착과 망상에서 벗어나 관용과 보시를 행할 것을 권장한다. 물론 이러한 실천적 행위들이 지금 당장 어떤 특정한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을 통해 우리는 정신적인 가치와 내면의 풍요로움에 눈을 뜨게 될 수 있다. 설령 내세까지 가지 않더라도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일관할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 이미 행복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초기불교의 가르침이 여기에서 그친다면 다른 수많은 종교와 특별한 차이가 없을 것이다. 붓다는 천상계에 관한 가르침을 자아의 장벽을 넘어서기 위한 방편으로 제시하였다. 도덕적·정신적 가치에 대한 믿음과 신뢰는 우리의 시야를 유한한 경험세계 너머로까지 확장시켜 준다. 계율의 준수와 보시의 실천은 자신의 이익만을 따지는 옹졸함을 벗어나 더불어 살아가는 넉넉한 마음을 일깨운다. 붓다는 이러한 가르침을 통해 궁극의 진리를 받아들일 수 있는 내면적인 여건을 조성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때가 무르익었다고 판단될 때 비로소 출세간의 참된 자유를 제시하였다.


출세간이란 초기불교가 지향하는 최종 목적에 해당한다. 이것을 편안하고 즐거운 세상으로 알려진 천상계 따위와 동일시하는 것은 곤란하다. 천상계란 결국 감각적·심미적 경험의 차원을 벗어나지 못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출세간에 대한 묘사는 경험세계의 근거가 되는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사라진 경지로 한정되어야 한다. 출세간은 부정적인 정서와 사고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이들에 대해 어떠한 상상이나 추측마저 거부한다.

 

이와 관련하여 경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출세간에 이른 자에 대해서는 존재한다거나 혹은 온전하다는 따위를’ 말할 만한 ‘근거마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법이 완전히 끊어졌고 논쟁의 길 또한 완전히 끊어져버렸기 때문이다.”


임승택 경북대 철학과 교수

 

 

 

 

 

출처 : 허공처럼살자
글쓴이 : 여허공(如虛空)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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