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장로의 엄숙한 약속
-대화를 성립시키는 근거-
왕은 말했다.
[대왕] 나아가세나 존자여, 나와 다시 대론하시겠습니까.
[존자] 대왕이여, 만일 현자(賢者)로서 대론을 원한다면, 나는 그대와 대론하겠습니다. 그러나, 만일 왕자(王者)로서 대론을 원한다면, 나는 그대와 대론하지 않겠습니다.
[대왕] 나아가세나 존자여, 현자로서 대론한다 함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존자] 대왕이여, 대체로 현자의 대론에 있어서는 문제가 해명되고 해설되고 비판받고 수정받고 반박(反駁)받지만, 그러나, 그것으로 성내는 일이 없습니다. 대왕이여, 현자는 진정 이렇게 대론합니다.
[대왕] 또 왕자로서 대론한다 함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존자] 대왕이여, 왕자들은 대개 대론에 있어서 한 가지 일을 주장하고 한 가지 점만을 밀고 나가며, 만일 그 일과 그 점을 따르지 않으면 `이 사람에게는 이러 이러한 벌을 주어라'고 명령합니다. 대왕이여, 왕자는 바로 이렇게 대론합니다.
[대왕] 좋습니다. 나는 왕자로서가 아니라 현자로서 대론하겠습니다. 존자께서는 마치 비구나 사미나 신도나 원정(園丁)과 대론하는 것처럼 마음놓고 거리낌없이 자유롭게 대론해 주십시오. 조금도 염려 마시길 바랍니다.
[존자] 대왕이여, 좋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는 동의했다.
[대왕] 나아가세나 존자여, 질문하겠습니다.
[존자] 대왕이여, 말씀해 보십시오.
[대왕] 존자여, 나는 이미 질문했습니다.
[존자] 대왕이여, 벌써 해답하였습니다.
[대왕] 그대는 무엇을 대답하였습니까.
[존자] 대왕이여, 그렇다면 무엇에 대하여 물었습니까.
밀린다 왕은 이렇게 생각했다.
`이 비구는 위대한 현자다. 정말 나와 대론할 수 있다. 나는 그에게 물을 것이 많다. 그에게 모든 것을 묻기 전에 해는 서쪽으로 질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내일 궁정(宮廷)에서 대론함이 좋을 것이다.'
그래서 왕은 데바만티야에게 말했다.
데바만티야야, 너는 존자에게 왕과의 대론은 내일 궁정에서 하자고 알려라.
밀린다 왕은 나아가세나 존자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말에 올라 `나아가세나, 나아가세나'를 외우면서 사라졌다.
데바만티야는 나아가세나 존자에게 그 전갈을 아뢰었다. 나아가세나 존자는 그 제의(提議)를 즐겁게 받아드렸다.
다음날 아침 일찍 데바만티야와 아난타카아야와 만쿠라와 삽바딘나는 밀린다 왕에게 가 이렇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나아가세나 존자가 오늘 오십니까.
그렇다, 그 분은 오늘 오실 것이다.
그 분은 얼마나 많은 비구들과 오십니까.
그 분이 원하는 만큼 많은 비구들과 함께 오실 것이다.
삽바딘나는 왕에게 말했다.
그 분더러 열 사람의 비구와 함께 오시라고 하십시요.
왕은 삽바딘나에게 다시 말했다.
모든 준비는 다 되었다. 몇 사람이든 그 분이 원하는 만큼 많은 비구와 함께 오시라고 하라.
삽바딘나는 왕에게 거듭 말했다.
그 분더러 열 사람의 비구와 함께 오시라고 하십시요.
만반 준비가 되어 있다. 너에게 거듭 말하노니, 몇 사람이든 그 분이 원하는 만큼 많은 비구와 함께 오시라고 하라. 삽바딘나는 나의 뜻을 어기고 사람 수를 제한하려고 하는구나. 그렇게 되면 내가 비구들에게 음식을 공양할 수가 없는 것으로 그 분은 생각하지 않겠는가.
이 말을 듣고 삽바딘나는 무안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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