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아설은 윤회의 관념과 모순되지 않는다.
왕은 물었다.
[대왕] 나아가세나 존자여, 재생한 자와 사멸(死滅)한 자는 동일합니까, 또는 다릅니까.
[존자]동일하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습니다.
[대왕]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존자] 대왕이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대는 일찍이 갓난애였고, 유약한 애였고, 꼬마였고, 등에 업혀 있었습니다. 어릴 적 그대가 어른이 된 지금 그대와 같습니까.
[대왕] 아닙니다. 어릴 적 나와, 지금 나와는 다릅니다.
[존자] 만일, 그대가 그 어린애가 아니라면, 그대는 어머니도 아버지도 또 선생도 없었다는 것이 됩니다. 학문이나 계율(戒律)이나 지혜도 배울 수 없었다는 것이 됩니다. 대왕이여, 잉태 후 첫 7일 동안의 어머니와, 셋째 7일 동안의 어머니와, 넷째 7일 동안의 어머니가 각각 다릅니까. 어릴적 어머니와 어른이 되었을 적 어머니가 다릅니까. 지금 배우고 있는 자와 이미 배움을 마친 자가 다릅니까. 죄를 범한 자와 죄를 범하여 손발이 잘린 처벌을 받은 자가 다릅니까.
[대왕]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존자여, 무엇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나아가세나 존자는 대답했다.
[존자] 내 자신은, 등에 업힌 연약한 갓난아이적 나와 어른이 된 지금의 나와 같습니다. 모든 상태는 이 한 몸에 의하여 하나로 포괄(包括)되어 있는 때문입니다.
[대왕] 비유를 하나 들어주십시오.
[존자] 여기 어떤 사람이 등불을 켠다고 합시다. 그 등불은 밤새도록 탈 것입니까.
[대왕] 그렇습니다. 밤새도록 탈 것입니다.
[존자] 그런데, 대왕이여, 초저녁에 타는 불꽃과 밤중에 타는 불꽃이 같겠습니까.
[대왕] 아닙니다.
[존자] 또, 밤중에 타는 불꽃과 새벽에 타는 불꽃이 같겠습니까.
[대왕] 아닙니다.
[존자] 그렇다면, 초저녁의 불꽃과 밤중의 불꽃과 새벽의 불꽃은 각각 다르겠습니까.
[대왕] 그렇지 않습니다. 불꽃은 똑 같은 등불에서 밤새도록 탈 것입니다.
[존자] 대왕이여, 인간이나 사물의 연속은 꼭 그와 같이 지속됩니다. 생겨나는 것과 없어지는 것은 별개의 것이지만, 앞서거나 뒤서거나 하지 않고 동시에 지속(순환)되는 것입니다. 이리하여 존재는 동일하지도 않고 상이(相異)하지도 않으면서 최종 단계의 의식에로 포섭되는 것입니다.
[대왕] 다시 한번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존자] 대왕이여, 우유가 변하는 경우와 같습니다. 짜낸 우유는 얼마 후엔 응유(凝乳)가 되고, 다음엔 버터가 되고, 그 다음엔 버터기름으로 변해 갑니다. 만일 우유가 응유나 버터나 버터기름과 똑 같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대왕은 그 말이 옳다고 하겠습니까.
[대왕] 아닙니다. 옳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우유로부터 만들어진 것입니다.
[존자] 대왕이여, 인간이나 사물의 연속은 꼭 그와 같이 지속됩니다. 생겨나는 것(生)과 없어지는 것(滅)은 별개의 것이지만, 서로 앞서거나 뒤서거나 하지 않고 동시에 지속됩니다. 이리하여 존재는 동일하지도 않고, 상이하지도 않으면서 최종 단계의 의식에로 포섭되는 것입니다.
[대왕]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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