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자(騎牛子)
우습다. 소를 탄 자여.
소를 타고 다시 소를 찾는구나.
그림자 없는 나무를 베어다가
저 바다의 거품을 다 태워버리라.
可笑騎牛子 騏牛更覓牛 斫來無影樹 銷盡海中漚
가소기우자 기우갱멱우 작래무영수 소진해중구
- 소요태능
범어사 보제루 심우도 / 출처 : http://blog.naver.com/psbcam/70002711049
선가에서는 마음을 찾는 일을 소를 찾는 일에다 비유하였다. 마음의 소라 하여 심우(心牛)라고도 한다. 그래서 소를 찾는 과정을 그린 심우도(心牛圖)라는 그림이 유명하다. 소를 탄 사람, 소를 찾는 사람, 소를 먹이는 사람 등등으로 부른다. 난행고행을 하면서 소를 찾아 나서지만 소는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정작 자신이 타고 있었다. 찾아 나설 줄 아는 일이 벌써 그 찾으려는 소가 하는 일이다. 소가 아니면 그런 일을 할 수 없다.
이 글은 조선시대 소요 태능(逍遙 太能, 1562~1649) 스님의 게송이다. 알고 보니 소를 타고 소를 찾는 일을 하였다. 너무나 가소로운 일이었다. 마치 토끼의 뿔과 같은 것이며, 거북의 털과 같은 일이다. 존재하지도 않는 그림자 없는 나무를 베어다가 바다의 물거품을 다 태워버린다니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아예 처음부터 잘못된 일이다. 마음을 가지고 마음을 찾는다는 것이 이와 같다. 온 천지가 마음이며, 우주만유가 다 마음인데 무엇을 찾는다는 말인가. 진실로 가소로울 수밖에 없다. 천하에 마음을 찾는다는 나그네들은 이 말을 잘 명심해야 한다. 불교인들의 모든 신앙행위가 실은 모두 이 마음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마음을 찾는 일이 이와 같다면 반드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하리라.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② [소를 타고 소를 찾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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